럭셔리 이동 수단의 재해석, 렉서스 LM 500h [시승기]

'럭셔리 이동 수단'을 자처하는 모델은 정말 많다. 종류도 다양하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고 생김새나 기능성도 전혀 다르다. 럭셔리한 이동 수단이라는 뜻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진정으로 뒷좌석 탑승자에게 모든 초점을 맞춘다면 럭셔리 이동 수단은 어떤 생김새를 갖게 될까? 그 답을 렉서스에서 꺼내 들었다. 바로 LM 500h다.
MPV를 럭셔리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 대답으로 렉서스가 LM을 들고 나왔다.

렉서스 LM은 MPV다. 카니발 같은 미니밴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렉서스는 이런 차를 '럭셔리 이동 수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가격도 1억 원대부터 2억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럭셔리 이동 수단은 세단이나 SUV의 영역이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럭셔리 이동 수단이라는 개념이 MPV로 오는 것은 당연한 순리였다. 먼저 세단은 공간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다리 공간을 늘릴 수 있어도 머리 공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SUV는 세단보다 넓은 공간을 갖는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다인 승차환경에 초점이 맞춰 개발되기 때문에 고급 세단처럼 독립적인 나만의 공간을 누린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쉐보레 익스프레스의 특장 튜닝이 추가된 버전은 소위 '연예인차'로 불리기도 했다.

그래서 럭셔리 MPV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에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연예인 차'라고 불리는 스타크래프트 밴부터다. 여러 명의 탑승자가 쾌적하고 고급스러움을 느끼며 이동할 수 있도록 개조된 차량이다. 이 연예인 차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첫째는 크기를 줄여 카니발 하이루프 모델이 대부분 시장을 가져갔고, 두 번째는 크기를 확 키워 벤츠 스프린터와 같은 미니버스를 럭셔리 버스로 튜닝해 이용하는 것이다.

렉서스 LM이 바로 카니발 특장차를 완성차 업체가 직접 만들고 완성한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렉서스는 뒷좌석을 오직 2명의 VIP만 모실 수 있는 최상급 트림까지 더했다. 그리고 이 모델이 오늘의 시승차이기도 하다.
날카로운 이미지가 심심한 MPV의 이미지에 생기를 더한다.
렉서스가 MPV를 만들면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상상이 그대로 LM에 반영됐다. 날카로운 눈매를 연상시킨 헤드램프, 그릴과 차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 같은 스핀들 바디와 같은 특징이 고스란히 LM에 녹아 있다. 알파드가 토요타가 추구하는 디자인과 조금은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면 LM은 한눈에 봐도 렉서스 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LM은 평평하지않고 다양한 주름과 효과로 입체적인 측면을 갖는다.
옆모습이나 뒷모습은 MPV만의 박스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로로 긴 금속 장식을 루프 부분, 벨트라인 부분, 로커 패널 부분에 삽입해 길어 보이면서 안정적인 비율을 갖도록 유도했다. 도어패널을 다양한 굴곡과 선으로 멋을 냈는데, 알루미늄 패널 성형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렉서스 관계자가 강조했다.
지금까지 MPV와 다른 이미지를 전달하는 렉서스 LM의 뒷모습

뒷부분의 테일게이트는 스필들 그릴을 연상시키도록 음각 표현을 했으며, 좌우가 연결된 리어램프를 배치했다. 도전적인 디자인으로,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기 전에 시선을 사로잡는 모습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기아 카니발보다 조금씩 작은 크기를 갖는다. 길이 x 너비 x 높이가 각각 5135x1890x1955mm이며 휠베이스는 3000mm다. 카니발 대비 20mm 짧고 105mm 좁고 휠베이스도 90mm 짧다. 대신 높이는 카니발보다 170mm다 더 높다.
LM의 뒷좌석은 진정한 퍼스트 클래스 공간이다.
실내 뒷좌석에 들어서는 순간 절로 탄성이 나온다. 지금까지 화려함을 무기로 내세운 특장 업체 차량을 다수 접했지만, LM처럼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모습을 전달하는 것은 처음이다. 뭔가 덧대고 추가해서 만든 것이 아닌, 원래부터 완성품으로 조립돼 완성됐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시각적으로 수수해 보여도 보고 만지고 체감되는 부분은 이 차가 왜 럭셔리 이동 수단인지 바로 느끼게 해준다.
시트는 디자인, 기능성, 승차감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

큰 덩치의 MPV인데 뒷좌석에 딱 2개의 좌석만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세단도, SUV도 이러한 공간감은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불필요할 정도로 자동차 속 공간을 나 홀로 쓸 수 있다는 점. 사치라는 뜻을 가진 '럭셔리'라는 이름에 딱 맞는다.

부드러운 시트 느낌이 훌륭하다. 적당히 몸을 감싸면서 너무 단단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르지도 않게 잡아준다. 여기에 가죽 질감이 정말 좋다. 렉서스가 쓸 수 있는 최상급 가죽이 적용됐는데, 마이바흐나 벤틀리에 적용되는 가죽과 또 다른 느낌이다. 부드러운 것은 물론이고 적당한 탄력에 따뜻함까지 품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통풍, 열선 기능은 말할 것 없고 마사지 기능도 지원한다. 지압봉으로 어깨부터 골반부분까지 꾹꾹 눌러주는 감각이 좋다. 시트백을 거의 180도 눕힐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안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엄청난 공간을 갖고 있기에 키가 큰 성인 남성이 누워도 머리와 다리 공간이 남는다.
파티션은 유리와 디스플레이로 구분된다. 유리는 열고 닫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명도 조절도 가능하다.

앞을 바라보면 파티션에 통합된 48인치 와이드 스크린이 탑승자를 반긴다. 영화, 음악감상, 화상회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멀티미디어 지원을 위해 HDMI 포트를 2개 준비하는 센스도 챙겼다. 화질이 4K가 아닌 FHD라는 점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디스플레이와 시트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화질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화면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마크레빈슨 사운드 시스템을 함께 이용하면 된다. 영상 선택에 따라 LM을 움직이는 영화관으로, 때로는 콘서트장으로 만들 수 있다. 단순히 스피커가 많다 혹은 출력이 몇 W다 이런 요소는 렉서스 마크레빈슨 사운드 시스템 앞에서 그저 '숫자'일 뿐이다. 오디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들어도 LM의 소리는 단번에 좋다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조금 더 들어가면 고음, 중음, 저음이 제대로 구분될 뿐만 아니라 각각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공간감을 통해 탑승자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각각의 소리도 명확하다. 강력한 베이스와 함께 섬세한 고음까지 잘 융합됐기 때문에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어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게다가 MPV 차량 특성상 박스형태로 이뤄진 공간 안에 스피커가 배치됐기 때문에 보다 이상적인 사운드 체감도 가능하다.
디자인과 마감, 조립품질 모든 부분에서 지적할 부분이 없다.

뒷좌석 탑승자를 배려한 구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센터 암레스트에 자리한 엔터테인먼트 컨트롤러는 스마트폰 형태를 보여 조작성을 높였다. 운전자의 기분에 맞춰 실내 테마, 음악 등을 최적화시켜 주는 '클라이밋 컨시어지' 기능도 지원한다. 클라이밋 컨시어지는 드림, 릴랙스, 포커스, 에어자이즈 4종 메뉴가 준비됐다.

이 외에 탑승자의 신체 온도를 측정해 머리, 가슴, 허벅지, 다리 4구역에 맞춤식 공조시스템을 가동하는 기능이나 전용 냉장고, 테이블, 개별 조절 가능한 전동식 선셰이드와 조명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렉서스 LM 500h는 뒷좌석 특화 승차감을 전달한다.

시승의 시작은 뒷좌석 체험부터였다. 차량 성격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 파워유닛이 탑재됐기에 출발은 전기차처럼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엔진이 작동해도 뒷좌석에서는 쉽게 느끼기 힘들 정도로 정숙함이 유지된다. 파티션이 한 번 더 소음을 걸러주는 역할도 제대로 해주는 듯하다.

훌륭한 승차감을 갖는다. 일반적인 MPV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승차감 수준은 크게 뛰어넘는다. 노면에서 만들어지는 충격을 걸러주는 느낌이 훌륭하다. 차량이 상하로 출렁이는 움직임도 최소화한 모습이다. 여기에 코너를 돌 때 실내에서 들려오는 잡소리는 사실상 0에 가깝다. 뒷좌석 탑승자를 신경 쓰게 만드는 여러 요소를 최소화한 것이다.
렉서스 LM 500h는 자동차에서 '대접' 받는 느낌을 아주 쉽게 받을 수 있다.

물론 박스 형태를 보이는 MPV 특성상 미세한 진동까지 없애진 못했다. 차체 바닥을 통해 작은 진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마저 걸러주는 것이 바로 시트다. 발바닥에서는 진동이 느껴지지만, 시트에 앉아 있는 상체와 하체에는 진동이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렉서스에서는 '안티 바이브레이션 프레임'이라는 구조가 적용됐다고 하는데, 체감 성능이 꽤 훌륭하다.

조용하다. 하지만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조용함까지는 아니다. 큰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멀미도 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작은 소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LM이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린다고 이해하면 쉬울 듯하다.
렉서스 LM 500h의 운전석. 분명 호화롭지만 뒷좌석 먼저 봤다면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이제 자리를 앞으로 옮겨보자. 파티션 덕분에 운전석 시트 이동 범위는 제한적이다. A-필러와 쿼터글래스 파티션 등으로 전측면 시야가 살짝 아쉽게 느껴진다. 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지 않음에서 오는 답답함은 존재한다. 그리고 앞좌석에도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언제나 부드러우면서 필요할때 강력한 힘을 만들어준다.

출발하면 익숙한 감각으로 차량을 이끈다. 4기통 2.4리터 터보엔진과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변속기,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연결된 구조다. 후륜축에도 전기모터가 탑재돼 추가적인 동력과 4륜구동을 지원한다.

여전히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움직인다. 전기모터만으로 40km/h 전후로 가속할 수 있어 6단 기어비의 아쉬움도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변속했는지 모를 정도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과정이 부드럽다.
전륜과 후륜에서 느껴지는 승차감 차이가 크다. 후륜은 충격과 흔들림이 최소화된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에 반응하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앞부분은 생각보다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뒷바퀴를 통과할 때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충격은 사라진다. 전륜과 후륜 서스펜션의 성격 차이가 꽤 커 보인다.

스티어링휠을 조작해 보면 모든 움직임이 뒷좌석 탑승자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면 전륜축 반응도 느리지만 후륜 축 반응은 더 느리다. 기본적으로 뒷좌석 탑승자가 느끼는 중력가속도 변화를 최소화한 설정이다. 기민한 움직임과 반대되는 개념인데, 움직임 변화를 최소화하면 탑승자는 더 뛰어난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다. 토요타 3세대 시에나에서 이러한 성격이 부각됐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다.
렉서스 LM 500h는 전후좌우는 물론 상하 움직임까지 절제시켰다. 모두 뒷좌석 탑승자를 위해서다.

가속과 감속 경험도 마찬가지다. 속도를 올릴 때 갑자기 토크감이 튀어나온다던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갑자기 속도가 줄어들면 그만큼 탑승자는 앞뒤로 쏠리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조차 최소화한 것이다.

그만큼 가속페달을 민감하게 조작하지 않아도 LM 500h는 부드러운 가속을 이어간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마찬가지다. 캘리퍼가 디스크를 잡아 속도를 멈추는 과정이 매우 부드럽다. 여기에는 하이브리드만의 회생제동 시스템도 큰 역할을 해준다. 차량이 멈출 때 발생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멈추기 전에 브레이크 패드가 디스크를 살짝 풀어주는 기능까지 겸비했다.

자동차가 전후좌우, 여기에 상하 움직임까지 최소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LM 500h가 얼마만큼 뒷좌석 탑승자에게 초점을 맞췄는지 알 수 있다.
명확한 성격에 초점을 맞추면 렉서스 LM과 같은 차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운전자를 배제한 성격일까? 그것은 또 아니다. 이러한 성격에 초점이 맞춰지면 운전 자체가 피곤해질 수 있는데 LM 500h는 그런 부분 없이 편안한 운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스티어링휠을 통해 차량과 소통하는 과정도 꽤 명확했다.

다만 2.5톤에 가까운 차량에 225mm 너비의 타이어가 장착돼 있어 코너링 한계는 낮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코너 환경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제어해 주는 프로그램이 심어졌다. 
럭셔리를 표현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렉서스는 탑승자가 느끼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차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직접적인 경쟁모델이 없다. 억지로 비교를 하자면 벤츠 S-클래스와 같은 풀-사이즈 세단 혹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풀-사이즈 SUV를 예로 들어야 한다. 그들과 LM 500h를 비교하면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배려는 압도적이다. 누릴 수 있는 공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등이 차별화됐기 때문이다. 세단처럼 굽혀서 들어가거나 SUV처럼 올라타야 할 필요 없어 승하차성까지 좋다. 그야말로 VIP를 위한 의전 차다.
눈속임용 럭셔리와 진정한 럭셔리는 의외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렉서스 LM 500h는 후자다.

일본 브랜드라는 한계는 있다.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일부 소비자는 꺼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된 시장 안에서 이처럼 최고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차는 렉서스 LM뿐이다. 단순히 '큰 MPV에 뒷좌석 2개만 넣은' 접근법이 아니라 '뒷좌석 탑승자에게 모든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2개의 시트만 탑재한 것'과 같은 접근법으로 해석될 정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