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생겨서 전혀 몰랐는데…이상한 취미 알려져 충격준 이분

(Feel터뷰!) 영화 '그녀가 죽었다'의 변요한 배우를 만나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배역의 한계가 없는 배우 변요한을 지난 5월 9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그는 독립영화부터 시작해 탄탄한 연기력과 캐릭터 분석력으로 여러 감독의 콜을 받는 대세 배우로 성장했다. 그중 <그녀가 죽었다>는 김세휘 감독의 데뷔작인 만큼 어떠한 매력에 끌렸는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은퇴작인가 싶을 정도로 불쾌한 변태 ‘구정태’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 분량의 러닝타임, 신혜선 배우와의 호흡, 신선한 설정과 탄탄한 시나리오 등이 선택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어떤 역할이든 진심으로 하고 싶다. 자신을 매일 돌아보려고 노력한다. 오늘 체크를 잘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별일 없이 사는 하루에 감사하다. 내일은 어떤 연락이 왔을지 궁금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연륜이 쌓이면서 요즘은 좋으면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려고 노력한다며 작품성과 함께 감독 칭찬이 이어졌다.

“김세휘 감독은 천재다. 저도 연기 10년 차가 넘어가다 보니 안목이 생겼다. 편협하지 않은 시선, 무엇보다 체력도 좋아서 집중력이 좋으시다. 혼란스러운 현장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이 연출의 힘이라고 본다. 야구로 따지면 돌직구다. 투자자와 영화사를 설득해서 마지막 장면을 밀어붙인 용감함을 높이 산다. 글로만 읽었을 땐 그걸 어떻게 구현할지 상상이 잘 안 갔는데 구정태가 시선으로 벌받는 결말이 놀라웠다. 두 사람의 도덕성, 죄의 시간을 관객에게 맡긴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2017) 이후 신혜선과의 재회했다. 신혜선을 향한 믿음과 존중, 놀라움도 드러냈다. “저는 한소라가 한강에서 헌혈 표지판 때문에 달리 보일 수 있음을 알고 웃는 표정에서 감탄했다. 구정태가 전체적으로 한소라를 본 건 편의점에서 소시지를 먹을 때 잠깐뿐이다. 모든 게 시선의 오해에서 생긴 문제다. 한소라가 본인의 비밀을 안고 후반으로 향하는 호흡과 체력에 놀랐다”며 파트너로서 오래 보고 싶은 친구라고 밝혔다.

데뷔 10년 차, 여전히 배우는 중

변요한은 2011년 단편 <토요근무>로 데뷔해 다수의 독립 단편 영화를 거쳐 2014년 <들개>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소셜포비아>(2014)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같은 해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의 싱크로율로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육룡이 나르샤](2016)의 이방지, [미스터 션샤인](2018)의 김희성으로 인생 캐릭터를 얻게 된다.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2021)에서 배움이 서툰 어부 장창대를 맡아 또다시 사극에 도전해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선역, 악역 가릴 것 없이 변요한이 필터를 끼우면 자유자재로 변화했다. 2022년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와키자카로 분해 일본어라는 제약에도 눈에 띄는 악역을 선보였다. 그해 대종상, 청룡영화상 다음 해 백상예술대상까지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예전에는 열정적으로 뭐든 임했지만 이제 나이도 제법 들었고, 그러다가는 부러질 것 같아서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루틴을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뭐든 잘 놀이야 일도 잘할 수 있는데 균형을 잘 찾은 듯했다.

그러면서 사실 예능 출연이 재미있다며 (연기보다) 예능 쪽으로 빠질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다. 부끄러워했지만 무언가에 빠진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자산어보> 끝나고 프로모션에 재미를 알았고 예능도 즐겁다. 콘텐츠 촬영의 공기, 환경, 대화도 촬영 현장과는 다르다. 물론 연기가 좋지만 다른 분야의 분들과 교류하면서 에너지가 생긴다”며 뜻밖에 영감받은 에피소드도 곱씹었다.

5월 15일 공교롭게 영화 개봉과 디즈니 플러스의 [삼식이 삼촌]이 동시 공개되어 정반대의 모습을 선보이게 되었다. 연기 변신은 배우의 숙명이지만 극과 극 온도차를 경험할 관객과 시청자의 당황스러움이 예고된다.

“<그녀가 죽었다>와 [삼식이 삼촌]은 공교롭게 같은 날 만나게 되었다. 작품 중에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것도 많아 (공개 일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더 귀하다. 뭐든 빨리 만나서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그게 일하는 이유 중 하나다”라며 애정 어린 마음을 드러냈다.

남을 훔쳐보는 불쾌한 변태

영화 소개를 부탁하자 <그녀가 죽었다>는 ‘시선’에 관한 영화라고 정의했다. 배우라는 직업상 관찰하고 관찰당하는 입장의 취약함을 밝혀 진솔함이 엿보였다.

“누구나 타인을 관찰하고 시선을 의식하지만 요즘은 저만 관찰하려고 한다. 집중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집중하면 편협한 사고방식에 갇히지 않는다. 저의 집중력에 상대방도 집중하고, 연기 시너지가 생겨 작업과 연결된다. 연기할 때 제일 자유롭다”

덧붙여 관심과 관종의 큰 차이를 들며 작품을 통해 얻은 답이 있다고 했다. “배우는 어쨌거나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 타인의 시선을 타게 되고 따라오게 만들며 나르시시즘이 생긴다. 끝까지 정신 차리면서 옳고 그름, 맺고 끊음을 구분 지어서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관음에 관한 소신도 밝혔다. “모두 눈치를 보고 산다. 배려라는 좋은 눈치나 어느 정도의 관심이기도 하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할 때 (1인 2역을 해야 하니까) 김윤석 선배를 멀리서 관찰했었는데 적당한 거리감이 도움이 되더라. 구정태는 적당함을 침범한 경우다. 그래서 요즘은 저만 관찰한다”며 하루를 돌아보며 관찰일기를 쓴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김세휘 감독은 ‘구정태는 변요한’이라고 말할 정도로 시나리오 단계부터 설정해 작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다. 선배들의 책임의식, 무서울 정도로 열정적인 후배들을 보며 숨 쉬는 게 좋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현장 분위기를 사랑한다. 예전에는 열정에 불타올라서 무조건 달리기만 했는데 선배들로부터 차가워지는 법을 배웠다”

이해가 안 될 때면 언제라도 질문하는 성실한 학생이라고 귀띔했다. “분석하다가 막히면 당장 물어봐야만 하는 때, 마법에 걸리는 시간, 골든타임이 정해져 있다. 새벽이나 눈 뜨자마자 기어코 감독님께 전화한다. 물론 허락을 받는다. 그 세계관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거다”라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작품마다 향수를 바꾸는 것도 인물에게 스며들기 위한 파생 장치라며 “평소에는 ‘톰포드 오드우드 오 드’를 쓰지만 이번에는 구정태의 결과 비슷한 다른 향수를 썼다. 스모키하지 않으면서도 남성, 여성의 향기가 모두 나는 향수다. 저는 연기할 인물을 믿어야 집중력이 생기는데. 믿음 의식의 하나로 향수, 안경, 헤어스타일 등 작은 변화부터다”

구정태는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변태스러움을 갖췄다. 대놓고 ‘갖추었다’고 말한 이유는 멀쩡한 겉모습, 공인중개사라는 신뢰받는 직업과는 다른 훔쳐보는 취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움의 대상이 되는 악역도 아닌, 비호감인 인물이 간혹 귀엽거나 코믹하게도 느껴져 혼란스럽다.

“감독님이 저에 대한 애정이 오래 있었다. 제가 독립영화부터 단계를 쌓은 힙합씬이라, 오랜 필드 생활을 잘 아시는 분이셨다. <소셜포비아>나 <들개>를 보고 구정태의 모습을 떠올렸고 저도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꺼내 준 것 같다. 애정 어린 감독님의 시선이 자칫 관객을 헷갈리게 할 수도 있겠고, 그게 반전처럼 후반에 밝혀지면서 나쁜놈이라고 생각할 포인트가 되더라”

부동산 정보를 올리며 커뮤니티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가진 공인중개사 같지만, 사실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악취미가 있다. 편의점이나 버스에서 온 동네 사람들을 관찰하며 사생활을 염탐하는 낙도 포함이다. 고객이 믿고 맡긴 열쇠로 빈집에 들어가 염탐하는 이상한 습관의 소유자다.

“시나리오를 받고 연기를 막상 하려니 첫인상이 아닌, 끝인 상이 남았다. 정태를 옹호하다가 어느 순간 변태임을 인지하다가 결국 범죄자로 끝난다. 평범한 남자, 변태, 범죄자 중 어느 톤에서 시작할지 와 내레이션과 연기의 수평선을 이루며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극비호감 캐릭터를 연기하는 차력쇼 같다. 관음과 관종의 서로 다른 캐릭터는 동정, 공감, 이해해 줄 마음이 털끝만큼도 생기지 않지만 끝까지 둘의 대결을 지켜보게 만든다. 특히 집에 개미굴이 있거나 비밀 창고에 물건을 찍은 사진을 전시한다.

“개미집 관찰 설정에 답을 찾고 싶어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었다. 개미 관찰 영상, 개미 키우는 분들의 후기를 보며 리서치를 많이 했다. 개미는 작은 사회를 의미하고, 규율 속에서 움직인다. 영화의 추상적인 의미를 상징하기도 한다. 짓밟히고 죽어 있는 개미가 저라고 생각하며 죽은 개미를 들고 우는 독특한 감정에 몰입했던 순간도 기억난다”

캐릭터 동기화에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구정태를 두고 톤을 맞추기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작업하는 동안에는 구정태처럼 생각하고 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어제도 구정태 모드로 소파에서 찌그러져서 잠들었다. 구정태는 세상에 맞추는 사람이고 한소라는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사람이다. 시선에 쫓기고, 시선을 훔쳐 살고 부러워하는 시선이 교차한다. 그러다가 결국 오해가 커져 서로 죽이려고 안달하는 거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에 공존하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릴러 장르성을 유지하면서도 초반에 호감 가는 설정하는 밸런스가 신의 한 수였다.

“초반 평범한 남자의 일상을 통해 범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면 한소라 파트에서 스릴러적 장르를 보여 줄 거라고 믿었다. 캐릭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 러닝타임을 달린다. 한소라와 전반 후반, 연장전까지 만나면 재미있는 장르가 될 것 같았다. 한소라와 후반 액션은 시선의 몸부림이었다. 안전하게 촬영했고 무술팀에서 잘 만들어줘서 감사했다”

<그녀가 죽었다>는 스크립터 생활만 11년째 김세휘 감독의 데뷔작이다. 2021년 크랭크업을 했고 2022년 개봉을 확정했으나 연기되어 올해 빛을 보게 되었다. 오래전 찍었지만 반사회적 인물과 현실범죄의 공포가 내레이션이라는 독특한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어 트렌디하다.

“영화가 구정태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람이 잘못될까 봐 걱정하게 만드는 순간 구정태의 내레이션은 사라진다. 이런 장치의 영리함이 연출자의 재능이지 싶다. 그 재능과 변태가 잘 맞아떨어지는 지점, 밸런스의 컨트롤을 잘 잡아 주었다. 서브 텍스트와 공간이 많았던 시나리오와 연기로서 육성을 내는 느낌이 달라 고민했다. 정확히 연기하고 내레이션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조율했다. 모든 몸이 도구인 배우는 활용 자체가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데뷔 10년 차 변요한은 아직도 배우고 싶다며 깊게 작품에 들어가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겸손함을 유지하며 ‘곧 마흔’을 향한 기대감도 비쳤다. 스스로 깊은 사람이 아니라서 작품을 통해 배우려고 한다며 붕 떠 있는 이야기 보다 땅에 잘 붙어 있는 이야기에 끌린다고 말했다. 대충 고민하고 연기하면 티가 나고, 모든 스태프에게 민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년 동안 몸담았던 사람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신생 기획사 TEAMHOPE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을 예고한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지만 과시하지 않고, 시선에 가두지 않으며, 본인 장점을 훌륭히 이끌어 내는 배우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난 후 <그녀가 죽었다>의 구정태는 변요한에게 어떤 마중물이 되었는지 또 듣고 싶다.

변요한은 오는 20일까지 프로모션을 끝내고, 바로 박민규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크랭크인에 들어간다. 15일 공개를 앞둔 [삼식이 삼촌], [블랙 아웃] 등 올해 다작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녀가 죽었다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글: 장혜령
사진: (주) 콘텐츠지오

그녀가 죽었다
감독
출연
김세휘
평점
3.5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