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이 2013년 설립한 중국 상하이법인을 최근 청산했다. 영업창출력 저하와 자본잠식 고착화에 따른 결정으로 이후 올리브영은 자체브랜드(PB) 사업을 해온 또 다른 현지법인 ‘CJ화장품상무유한공사‘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사업구조 재편으로 10년간 이어온 중국 적자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뷰티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올리브영 상하이법인’이 최근 청산 절차를 완료했다. 올리브영이 지난해 3분기 100억원가량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은 이의 일환이다. 회사 관계자는 “운영효율화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상하이법인은 2013년 설립과 함께 올리브영의 첫 해외 매장을 오픈했다. 한때 10개까지 점포를 확장하기도 했으나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내리막길을 걸은 뒤 2020년 오프라인 사업을 전면 철수했다. 이후 티몰이나 도우인 등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 내 브랜드관을 운영하는 역할을 해왔다.
상하이법인 정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절차다. 2023년 올리브영이 CJ화장품상무유한공사를 같은 상하이에 세우면서다. 기존 법인이 전반적인 리테일 사업을 맡았다면, 신설 법인은 브랜드 사업을 전담했다. 브랜드 사업은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올리브영 PB 상품을 입점시키고 판촉활동을 벌이는 기업간거래(B2B) 성격이 짙다. 애초 2개 법인을 별도로 두고 리테일과 브랜드 각 영역의 전문성을 강화하려 했으나, 사실상 중복운영에 가까워 효율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상하이법인이 설립 이후 흑자를 낸 적이 없다는 점도 이번 재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법인은 2014년부터 매년 수억~수십억원대의 순손실이 누적됐고, 2018년부터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했다. 청산 직전인 2023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47.8% 감소한 71억원, 순손실 175.0% 불어난 6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2배 가까이 악화한 -71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설 법인 중심으로 일원화 작업을 마무리한 올리브영은 절치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일본법인에 이어 올해 2월 미국법인을 새로 만든 뒤 글로벌 확장세를 중국에서도 이어가기 위해서다. 향후 이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PB 상품 공급 확대와 인지도 제고다. 지난해 8월 경기 안성시에 구축한 '올리브영 안성 물류센터'는 직수출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초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6월 티몰에 입점한 PB '브링그린'의 경우 두 달 만에 토너 카테고리 판매량 1위에 올랐다는 게 올리브영의 설명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상하이법인 청산은 사업 철수가 아닌 피버팅(사업모델 전환)을 위한 행보”라며 “나뉘어 있던 법인을 일원화하고 현지 유통채널에 입점하는 브랜드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