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펨블턴 T24는 신형 영국산 헤더급 펀카다
우스터셔 작은 마을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한 자동차, 펨블턴 T24의 최초 등록 연도를 맞혀 보길 바란다.
아니, 틀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모델을 깔끔하게 정비한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이 신기한 자동차는 실제로 올해부터 조립을 시작했다. 그렇다. 따끈따끈한 신차다.
‘오늘날을 위해 재탄생한 빈티지 자동차.’ 펨블턴이 신차를 소개할 때 사용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필 그레고리가 설립했다. 1999년, 그는 카라반의 알루미늄 차체 패널을 사용해 최초의 펨블턴을 만들었다. 첫 모델은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불과 5주 만에 끝났다. 모터사이클 엔진을 품은 세 바퀴 탈것이었다. 당시 필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 결혼기념일 로드트립을 계획하고 있었고, 아일랜드행 페리에 3륜 바이크를 무료로 실을 수 있었기에 단기간에 차를 완성했다고 한다.
필은 영국 출신 괴짜 엔지니어다. 그는 1980년대에 메탄올 연료를 사용하고 슬릭 타이어를 끼운 모터사이클(그레고리 1100cc)을 손수 제작했다. 그는 자체 제작 바이크로 다양한 힐클라임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두고 영국 전역 코스에서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당시 모터사이클 관련 언론은 필을 ‘우스터셔에서 온 터프가이’로 불렀다. 그는 자신의 디노에 직접 조립한 토우바를 설치하고 모터사이클을 견인해 레이스에 참가했다. 한때는 자기만의 헬리콥터를 직접 만들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아버지는 휴대전화도 없고 이메일 주소도 없어요. 컴퓨터는 전원을 켜는 정도나 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못 하세요. 그런데도 어떻게든 일본에서 모터사이클 엔진용 맞춤 벨트를 주문 제작하시더라고요.” 2015년 회사를 이어받은 필의 아들, 가이 그레고리가 말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펨블턴은 필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계승한 세 바퀴 사이클카만 제작했다. 오너가 직접 섀시에 차체를 얹도록 조립 키트로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는 500대 정도의 펨블턴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키트 판매는 중단했지만, 팸블턴은 여전히 모건 슈퍼3의 틈새 경쟁자로서 완전 조립 상태로 V-스포트 3휠러를 판매 중이다.
T24는 최신작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직전에 공개한 이 차는 도로 위를 달리는 다른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앞바퀴 앞쪽 차체 외부에는 V트윈 853cc 공랭식 바이크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81마력, 최대토크 8.2kg·m 힘을 발휘한다. 361kg의 차체 무게를 이끌기에 부족한 힘은 아니다. 오타인지 의심했나? 이 차는 가장 가벼운 케이터햄 모델보다도 가볍다. 심지어 <탑기어> 팀이 이번 주에 먹은 점심 도시락 무게보다 가볍다.
모터사이클 엔진이 뿜어낸 힘은 시트로엥 2CV에서 이식한 4단 도그레그 트랜스액슬 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로 전달한다. 펨블턴은 댐핑 조절이 가능한 완전 독립식 풀로드 서스펜션 셋업을 자체 설계했다. 트랙 폭은 앞쪽이 뒤쪽보다 넓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차체가 매우 가볍고 앞바퀴굴림인 데다가 4.5×18 롱스톤 빈티지 스펙 타이어를 끼고 있기 때문에 T24를 몰고 코너에 들어서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언더스티어, 때로는 리프트오프 오버스티어, 심지어 같은 코너에서 두 가지 모두 일어날 수도 있다. 정말 재미있다. ABS나 트랙션 컨트롤은 없지만, 적절한 디스크 브레이크를 앞뒤 바퀴에 달았고 페달에서 전해지는 감각은 완벽하다.
경량화의 이점은 모든 곳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논파워 스티어링이지만 무게감이 완벽해서 도로 위에서 T24를 다루는 데 무리 없다. 시승차는 특별히 서스펜션과 댐퍼에 더 부드러운 투어링 세팅을 적용해 굽잇길에서 약간의 롤이 발생하는 대신 영국 교외 도로에서 요철을 만나도 놀라울 정도로 충격을 잘 흡수한다. 무게는 앞뒤 50:50에 가깝게 배분했고, 무게중심도 낮은 편이다. 이 차는 충분히 빠르다. 벌레가 얼굴에 부딪히는 주행 환경에선 시속 50km도 상당히 빠르게 느껴진다. 게다가 T24는 시속 100km로 달릴 때도 꽤 만족스러운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펨블턴을 몰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공회전 상태에서도 V트윈 엔진의 울림과 트윈 배기 시스템의 후두둑거림으로 인해 등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거칠게 다루면 성난 배기음과 팝콘 소리(마치 차가 열정적으로 운전하는 운전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듯하다)가 중독성 있는 음악을 연주한다. 변속기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2단과 3단 사이를 넘나들며 달리는 과정이 만족스럽다. 4단 기어는 오버드라이브를 위해 쓰고, 1단 기어는 출발할 때만 사용한다. 엔진은 6500rpm까지 회전하며 모든 여정을 특별하게 빛내준다. 필은 오리지널 3휠러를 매일 몰고 다닌다. 진정한 영웅이다.
이 차의 매력은 빈티지 익스테리어와 현대적인 완성품 제공 방식으로 신뢰성을 갖췄다는 점이다. T24와 함께라면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날 수 있고, 매일 아침 시동이 안 걸릴까 조마조마할 필요도 없다. 실용성 역시 뛰어나다. 글로브박스는 바다처럼 넓고 깊다.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USB 포트까지 마련했다. 지붕은 없지만 앞좌석을 앞으로 접으면 시트 밑에 숨은 200L 크기의 방수 트렁크를 사용할 수 있다.
전체적인 짐공간은 대략 미니 해치백 수준이다. 실내(몸의 절반은 밖으로 노출되지만)에는 성인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변속기를 실내 앞쪽에 배치해서 귀중한 발 공간을 빼앗는 센터터널이 없다. 특정 트림을 선택하면 근사한 바늘땀을 두른 가죽 시트, 복고풍 계기판, 원형 폴리싱으로 멋을 낸 유광 대시보드 패널을 패키지로 넣을 수 있다.
튜브형 스틸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 위에 알루미늄 차체를 얹은 덕분에 더없이 가볍다. 높은 연료효율은 덤이다. 펨블턴에 따르면 33L 연료통을 가득 채우면 56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한 고객은 영국에서 포르투갈까지 여행하는 동안 평균연비 21km/L를 기록했다고 한다. 여기에 환상적인 주행 역동성까지 더해 다시금 깃털처럼 가벼운 자동차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
T24는 가능한 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성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레스토모드처럼 수백만 파운드(수십억 원)에 달하는 가격표를 달지 않았다. 실제로 가격이 3만2995파운드(5500만원)부터 시작한다. 최고출력이 50마력 정도인 약간 작은 744cc 엔진 선택지도 있지만, 더 강력한 853cc 엔진도 4만파운드(6660만원)가 채 나가지 않는다. 5명으로 이뤄진 팀이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치고는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수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궁금하다고? 고객이 목재 림을 두른 스티어링휠을 원하면 제작팀이 금속 베이스를 현지 목수에게 직접 가져가서 제작한다.
옵션을 잔뜩 골라 가격을 더 올릴 수 있지만, 대부분의 옵션은 피상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그 예시로 986파운드(60만원)짜리 블랙 세라믹 코팅 배기 시스템, 39파운드(6만5000원)짜리 유광 황동 시프트레버가 있다. 그밖에 유료 페인트 색상 등도 모두 해당한다. 가이는 고객 중 99%가 여전히 수작업으로 제작한 패널을 과시하고자 알루미늄 차체를 선택한다고 말한다.
펨블턴은 맞춤형 자동차 제조사이기 때문에 T24를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제작한다. 즉, 기어비가 더 짧은 변속기, 맞물리는 지점이 더 높은 클러치, 랙이 더 짧은 스티어링을 고를 수 있다. 서스펜션을 더 단단하게 세팅할 수도 있지만, 이 차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부드러운 세팅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 주행 감각이 아주 상식적인 편은 아니지만(그래서 더 좋다), T24는 매우 합리적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장난감이다.
글 GREG POTTS 사진 HUCKLEBERRY MOUNTAIN 에디터 조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