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최하위 후보? 야구는 해봐야 알죠”
프로야구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창원 NC파크에서 만난 NC 다이노스 이호준(49) 감독 얼굴은 구릿빛이었다. 그는 “스프링캠프가 끝난 지 2주 가까운데도 미국과 대만 뙤약볕 아래에서 탄 얼굴이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 낯빛이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주위에선 ‘평소보다 더 카리스마가 있어 보인다’고 한다. 이대로 계속 가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1996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내야수 출신 이 감독은 새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 중 유일한 신참이다. NC는 지난해 9월 강인권 감독을 경질하고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마쳤다. 플레이오프가 끝난 직후 지난해 10월 이호준 당시 LG 트윈스 수석코치를 사령탑에 앉혔다. 2013년 신생팀 NC의 창단멤버로서 5년간 활약한 점, LG에서 코치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점 등을 높이 사 지휘봉을 맡겼다. 이 감독은 “NC 선수가 처음으로 NC 감독이 됐다는 자부심이 있다. 은퇴한 2017년 이후 바뀐 게 많지만, 그래도 초창기부터 동고동락한 후배와 직원도 여럿 있다. 이들과 의기투합해 선수단을 활기차게 이끌겠다”고 말했다.
당찬 포부와 달리 NC를 둘러싼 분위기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다. 지난해 9위에 그친 NC는 스토브리그에서 이렇다 할 전력을 보강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시즌 13승3패, 평균자책점 2.69로 활약한 카일 하트가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마운드 공백은 더 커졌다. 고심 끝에 이 감독이 마련한 대책은 ‘7선발 체제’다. 주당 6경기인 KBO리그에선 대개 5~6선발 체제로 운영한다.
이 감독은 “우리는 외국인 투수와 신민혁 말고는 확실한 선발 카드가 없다”며 “많이 고민했는데 결국 7선발 체제가 답”이라고 설명했다. 새 시즌 NC 선발진은 로건 앨런-라일리 톰슨-신민혁-최성영-목지훈-김태경-이용찬이다. 이 감독은 “신영우, 김영규, 임상현 등도 선발진 후보”라며 “2군에서도 구위 좋은 투수가 많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젊은 선수들 패기를 앞세워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형님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김성근 감독의 SK 와이번스 시절 강력한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챙겼다. NC 이적 후에도 주장을 맡아 팀과 어린 선수의 성장을 도왔다. 이런 카리스마는 감독이 된 현재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 감독은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타자가 전력 질주하는 팀을 만들겠다. 지고 있더라도 결코 상대가 안심할 수 없는 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코치진도 예외가 아니다. 코칭스태프는 경기 중 작전 실수 등을 하면 벌금을 물기로 했다. 벌금 액수는 코치 2만원, 감독 100만원이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에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간 힘겨루기나 불화가 성적 부진으로 직결된 일이 잦았다. 선수와 코치로 여러 구단을 경험한 이 감독은 이런 전례를 잘 안다. 이 감독은 “프런트 임직원에게 ‘혹시 경기 도중 궁금한 상황이 나오면 언제든 감독실로 찾아오라’고 이야기해놓았다. 속에 묵혀놨다가 오해가 커지는 것보다는 서로 설명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당부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끝난 시범경기에서 NC는 최하위(2승 6패)에 그쳤다. 그런 NC가 이번 시즌 최하위 후보라는 데에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는 듯하다. 막 지휘봉을 잡은 감독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전망이다. 이 감독은 “우리가 하위권이라는 예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젊은 선발투수들이 빨리 자리 잡는다면 중위권 싸움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야구는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NC 팬들에게 꼭 가을야구를 선물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NC 이호준 감독
「 ◦ 출생: 1976년 2월 8일
◦ 체격: 1m87㎝·95㎏
◦ 출신교: 광주중앙초-충장중-광주일고
◦ 프로 입단: 1994년 해태 고졸 신인 우선지명
◦ 통산 성적: 2053경기 타율 0.282 337홈런 1265타점 943득점
◦ 별명: 호부지(아버지처럼 후배를 다독여서 얻음)
」
창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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