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6일 내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전체 임원 규모의 변화는 크지 않으나 계열사 수장 14명이 교체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고 미래성장실장으로 그룹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간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던 신 전무가 한국 롯데에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너 3세' 신유열 전무 승진… 그룹 내 신사업 총괄
이번 임원인사 방향은 △변화와 혁신 지속을 위한 세대교체 △글로벌 외부 전문가 영입 확대 △핵심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위한 핵심 인재 재배치 △여성 인재 등용을 통한 다양성 강화 등으로 분석된다.
먼저 신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고 그룹의 글로벌 신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신설된 '미래성장실장'을 맡는다. 현재 롯데는 △헬스앤웰니스(바이오·헬스케어 등)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가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롯데그룹 미래성장의 핵심인 바이오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서 글로벌 CDMO기업으로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계획이다.
신 전무는 매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신 전무는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했다. 또 지난해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로 선임됐으며 같은해 12월 상무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의 뿌리인 유통업 임무를 맡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업계 안팎에서는 앞서 신 회장이 지난 9월 베트남에서 열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식에 신 전무를 대동하면서 신 전무가 향후 유통업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올드보이'의 퇴장
계열사 대표이사의 세대 교체도 가속화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이 퇴진하며 이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14명이 교체됐다.
먼저 지난 5년간 롯데그룹의 화학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용퇴했다. 김 부회장의 후임으로 이훈기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 사장이 내정됐다.
35년 간 '롯데맨' 경력을 이어온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이사도 물러난다. 1960년생인 류 대표는 지난 2020년부터 롯데물산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특히 지난 1988년부터 그룹 정책본부 소속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30년 넘는 세월동안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 회장을 보필한 바 있다.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식품군의 포트폴리오 개선, 글로벌 사업 확대,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지휘하며 안정적인 흑자 수익구조를 만든 공을 인정받았다.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로 우웅조(49) 상무가 선임되면서 40대 대표도 이원직(46)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정현석(48)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이사를 포함해 3명으로 늘어났다.
또 고수찬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부사장,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부사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부사장 등 총 3명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3년 내 사장 승진 중 가장 큰 규모로, 사장 직급의 평균 연령은 5세 젊어졌다.
글로벌 외부 전문가 영입 확대
이번 인사에서도 외부전문가 영입이 이뤄졌다. 롯데는 2021년 말부터 '비(非)롯데맨' 출신 외부 인력을 꾸준히 수혈해왔다. 홈플러스 출신인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놀부 대표이사를 지낸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이사, 신세계 출신 정준호 롯데백화점 사장 등이 대표적인 외부 인사 출신 인사다.
먼저 롯데물산의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는 장재훈 존스랑라살(JLL) 코리아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장 롯데물산 대표이사 부사장은 지난 23년 간 국내외 부동산 업계에 근무하면서 폭넓은 글로벌 경험과 갖춘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가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롯데물산을 글로벌 종합 부동산 회사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존 나영호 대표가 용퇴한 롯데이커머스(롯데온) 대표이사 자리는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가 임명됐다. 1968년생인 박 대표는 한국시티은행 카드사업본부 CFO를 거쳐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담당 전무, ING 생명 마케팅본부장 및 부사장, MBK 롯데카드 마케팅디지털 부사장 등을 거친 '마케팅 및 재무 전문가'다.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롯데온의 턴어라운드와 오카도(OCADO) 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에 기여할 예정이다.
롯데AMC 대표이사에는 김소연 HL리츠운용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김 신임 롯데AMC 대표 전무는 ‘국내 첫 부동산 자산운용 여성 CEO’다. 김 전무는 30년 이상 부동산개발시행, 컨설팅, 자산운용 등 관련 분야에서 근무했다. 부동산 자산운용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존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유동화 뿐만 아니라 신규 부동산 투자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롯데는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물류 전문가를 영입해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신민욱 롯데GFR 대표이사 전무, 10월 이돈태 롯데지주 디자인전략센터장 사장을 품은 롯데는 올해 총 6명의 대표이사급 임원을 외부 전문가로 영업했다.
여성 리더십 강화
여성 임원들을 대거 등용한 것도 눈에 띈다. 이번 박 롯데AMC 대표 전무의 영입으로 그룹 내 여성 대표이사는 기존 신민욱 롯데GFR 대표이사 전무,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 전무를 포함해 총 3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롯데가 2018년 처음으로 여성 대표이사를 발탁한 이후 최대 규모다. 여성 임원의 규모도 확대됐다. 전무 이상 고위임원 중 여성 비중은 지난해 7.4%에서 9.8%로 증가했다. 또 롯데는 이번 인사를 통해 여성 임원(상무보)를 상무로 승진시켜 조직 전면에 배치했다.
신규 여성임원은 김지수 롯데백화점 상무보, 조윤주 롯데홈쇼핑 상무보, 김현령 호텔롯데 상무보, 오혜영 롯데정보통신 상무보 등 4명 배출됐다. 그 결과 롯데의 여성 임원은 지난해 47명(7%)에서 올해 54명(8%)으로 7명이 증가했다. 앞으로도 롯데는 여성임원 비율을 지속적으로 올리기 위해 여성인재 발굴 및 임원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