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올려달라는 임산부 부탁 거절한 승무원 논란, 외항사 승무원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평소 기내 승무원들이 갑질하는 승객들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례는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최근 이와는 반대로 승무원이 매뉴얼을 이유로 승객의 부탁을 거절해 논란이 된 사례가 발생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매뉴얼상 어쩔 수 없다는 승무원의 발언은 갑질인지 함께 만나봅시다.

임신성 빈혈로 어지러워
짐 들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행기에서 임산부 짐을 올려달라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는데..'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는데요. 해당 게시물의 작성자인 A 씨는 실제 임신 29주(8개월) 임산부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가 겪은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사연에 따르면 A 씨는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고 친정인 제주도로 가게 되었는데요. 남편이 해외출장 중이라 급하게 기내용 캐리어에 간단히 집을 챙겨 공항으로 갔습니다. 다만 비행시간에 빠듯하게 탑승해 짐을 싣는 수화물 칸은 거의 다 차서 캐리어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요.

A 씨는 캐리어를 올려 둘 공간을 찾지 못하고 짐을 든 채 우왕좌왕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A 씨를 본 한 여자 승무원이 상황을 알고 A 씨의 캐리어를 직접 끌고 자리를 살피기 시작했는데요. 이를 본 선임으로 보이는 남자 승무원이 여자 승무원의 행동을 저지했다고 합니다. 그는 '짐 대신 넣어드리지 마세요. 손님이 하게 두세요.'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하는데요.

이에 A 씨는 다소 민망하긴 했지만 '선임 승무원이 후배에게 일을 가르치는 중인가 보다'라며 이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해당 여자 승무원이 빈 수화물 칸을 찾아 A 씨를 불러 안내했다고 하는데요. 직접 짐을 올리려던 A 씨는 갑자기 어지럼증 느꼈고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던 남자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합니다.

해당 승무원은 이전에 여자 승무원에게 A 씨를 돕지 말라고 조언했던 선임 남자 승무원이었는데요. 이 남자 승무원은 A 씨에게 직접 부탁을 받은 상황에서도 '거기 올리시면 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부탁을 고사하고 지나갔다고 합니다.

결국 A 씨는 앞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탑승객의 도움을 받아 수화물을 올렸는데요. A 씨는 이러한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하며 교육받은 매뉴얼대로 행동해야 하는 승무원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한편 임산부로서 부탁을 거절당한 사실이 다소 씁쓸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융통성 없다 vs 매뉴얼을 지켰을 뿐이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의 입장은 나뉘었는데요. A 씨의 입장에 공감한 네티즌들은 '승객이 불편할 때 도와주는 것도 일종의 서비스 아닌가',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임산부한테,,,'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승무원의 입장에 공감하는 의견도 많았는데요. 이들은 '짐 올리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뒤집어쓰는 건 다 승무원이다.', '이런 식으로 도와주면 나는 왜 안 해주냐고 진상 부리는 승객이 많아질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더불어 융통성이 없어 보일 정도로 매뉴얼을 지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많았는데요.

실제로 항공사의 규정상 기내 승무원의 매뉴얼에는 '손님 짐을 올려주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임산부의 짐을 올려주지 않은 승무원의 행동은 매뉴얼상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짐 올려달라는 승객 부탁,
외항사 승무원은 어떻게 할까?

에미레이트 항공에 근무했던 유튜버 애슐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캐빈크루 스토리'를 통해 짐을 올려달라는 승객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밝힌 적이 있는데요. 애슐리는 자신이 비행한지 6개월 차 되던 주니어 시절 한 할머니 승객의 부탁으로 짐을 올려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사무장은 애슐리의 행동을 지적하며 '다시는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라는 경고를 했다고 하는데요.

부사무장이 지적한 사항은 짐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들었을 경우 절대 '혼자서' 짐을 올리지 말고 반드시 동료를 불러 함께 올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승무원은 몸을 쓰는 작업이 많은 직업으로 승객들에게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잘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실제로 애슐리는 에미레이트 항공사의 트레이닝을 받을 당시에도 승무원의 허리보호와 관련한 교육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교육 중에는 '승객이 짐을 올려달라고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는데요.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제시한 정답은 승객에게 '당신이 짐을 올리면 내가 돕겠다.'라고 한 뒤 승객이 짐을 올릴 때 함께 짐을 받쳐 도움을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예외도 함께 제시했는데요. 노인이나 임산부 등의 노약자의 경우에는 융통성을 발휘하여 적극 도와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동료와 함께 올린다는 전제하에 말이지요.

매뉴얼에도 절대 안 된다는 규정은 없어,
융통성 발휘했다면 어떨까

또 다른 승무원 출신의 유튜버 suksam의 경우에는 이번 논란에 대해 보다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영상을 게재했는데요. 국내 항공사에서 근무한 남자 승무원 출신의 suksam은 본인이 처음 승무원이 되었을 당시에는 승객의 짐을 올려주는 것이 당연한 업무였지만 이후 항공사의 규정이 바뀌면서 승무원들의 행동에 제한이 생겼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승객의 짐이 분실되거나 훼손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시 짐을 올려준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피해가 일어난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때문에 항공사에서는 '도와줘라. 하지만 최종적으로 승객이 처리하도록 해라. 그리고 승객이 책임지라고 반드시 설명하라'라고 매뉴얼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suksam은 이번에 논란이 된 상황의 경우에는 승무원이 도와줘야 할 상황이었다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임신 8개월이라는 즉시 확인 가능한 분명한 노약자였고 짐을 넣을 공간까지 확보되었으니 짐을 올려주는 것이 맞았다는 것이지요. 그는 주변 승객들이 자리를 피하도록 안전을 확보하고 동료를 불러 함께 짐을 올렸다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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