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에서 한국 안타까운 상황, 하지만...

조회수 2024. 5. 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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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2022년)

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뒤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까지 모두 19편을 경쟁부문에 올렸다.

제77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해변가에 문을 연 영화진흥위원회 부스. 한국영화를 소개하고 해외 네트워킹을 위한 공간으로, 다양한 만남과 정보가 오가는 곳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여기서 '해피아워' 행사를 열어 다양한 영화관계자들이 교류하는 장을 마련했다. 칸(프랑스)=조현주 기자
[칸 비하인드] '한국영화의 밤'은 없지만, '해피아워'가 있었다

지난 16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칸의 해변가에 마련된 영화진흥위원회 홍보 부스에 낯익은 한국 영화계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심에 박광수 이사장, 박도신 부집행위원장,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위원장 등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이 있었다.

부스는 이들을 따라 들어온 국내외 영화관계자 등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고, 일부는 부스 발코니로 연결된 모래사장으로도 나아가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부산국제영화제 '해피아워'의 풍경이다

마침 김량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영화 청년, 동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소개한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도 참석해 국내외 영화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자리에는 캐나다 토론토, 싱가포르,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 관계자들은 물론 아시아 나라들의 각 영화기관 대표자들도 찾아왔다.

자리는 어느새 부산국제영화제를 넘어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무대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주최 측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한국영화의 밤'을 대체하는 공간으로 나아갔다.

'한국영화의 밤'은 칸과 베를린 등 해외 대규모 영화제에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한국영화를 소개하며 국내외 영화관계자들이 만나 교류하는 공간으로 열려왔다.

하지만 올해 영진위는 이를 개최하지 못했다.

올해 영화 창작 및 제작 지원, 국내외 영화제 육성, 애니메이션 지원 등 적지 않은 예산이 대폭 축소되거나 삭감된 탓이다.

칸에서 만난 한 한국영화 관계자는 "해외 영화계와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창구 하나가 닫혀 아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계 최고 규모와 권위를 인정받는 칸 국제영화제의 핵심 섹션인 경쟁부문과 주목할 만한 부문 등 주요 무대에 한국영화가 단 한 편도 초정받지 못한 상황이 겹쳐 보였다.

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뒤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까지 모두 19편을 경쟁부문에 올렸다.

또 임 감독이 2003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 박찬욱·이창동·봉준호 감독과 전도연·송강호 등 배우들이 다양한 수상 성과를 쌓아왔다. 전도연과 송강호, 김동호 전 위원장 등은 각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되기도 했다.

올해에도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과 칸 클래식 부문의 '영화 청년, 동호', 학생단편 경쟁부문인 ‘라 시네프’에서 ‘메아리’가 소개되지만, 경쟁부문 초청작 없이도 7편이나 칸의 초청장을 받은 지난해 상황과도 대비되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는 그 권위와 세계적 영화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에 각 부문별 초청작의 면면이 한 나라의 영화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물론 칸 국제영화제 초청작 편수로만으로 이를 가름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그럼에도 현재 투자와 제작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근 한국영화의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는 시각 자체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시장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영화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박찬욱·봉준호·이창동 등의 뒤를 잇는 감독들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올해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많이 초청받지 못한 것도 "그런 현실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영화산업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진위는 올해 1월 말 박기용 위원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후 신임 위원장 없이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18개 영화단체가 모인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어 "코로나 팬데믹의 후유증을 크게 겪은 한국 영화계는 현재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문체부는 조속히 신임 영진위원을 임명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더는 표류하지 않고 영화산업 위기 극복에 나설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계자들의 '한국영화 알리기'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비록 '한국영화의 밤' 행사는 열지 못했지만, 칸에 모인 영진위 스태프들 역시 물심양면으로 한국영화를 전 세계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한국영화의 밤'의 부재로 아쉬움을 드러낸 관계자는 "해외 관계자 만남 등 현지에서 필요한 사항을 영진위에 요청하면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 한다"면서 "고마운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아쉬움과 서로에 대한 격려로 칸의 밤을 밝힌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또 다른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영진위도 한국과 해외 영화계의 협력과 합작을 위해 프로듀서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공식 협력사로 처음 나섰다. 여기에는 제작사 레드피터의 이동하 대표를 비롯해 미루픽쳐스 김영 대표, 신수원 준필름 대표, 모쿠슈라 윤희영 대표, 이오콘텐츠그룹 오은영 대표 등이 프로젝트 미팅 등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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