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하얀 눈동자, 그리고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고양이
2019년 9월 초, 미국의 한 동물병원에 한 여성이 조심스레 작은 상자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 안에는 공원에서 구조했다는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 고양이의 나이는 겨우 생후 4주.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겁에 질려 있던 이 아기 고양이는, 두 눈이 마치 눈처럼 하얗게 흐려져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샀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뭉치’. 구조 이후 곧바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된 뭉치는 첫 검사에서 ‘각막부종(Corneal Edema)’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각막의 수분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눈이 탁하게 보이는 증상이지만, 다행히 시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희귀 질환 진단…“이 아이는 평생 약이 필요해요”
뭉치를 처음 돌보게 된 수의사 에밀리 씨는 혹시 모를 추가 질병에 대비해 혈액 검사를 진행했고,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뭉치의 혈중 칼슘 수치는 0.52. 이는 정상 수치보다 훨씬 낮은 수치로, '부갑상선기능저하증(hypoparathyroidism)'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질환은 부갑상선호르몬의 결핍으로 인해 혈중 칼슘 농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희귀 질환으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뭉치는 평생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 경련이나 심각한 건강 이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처음 만난 순간부터 전 이 아이를 떠날 수 없을 거란 걸 직감했죠.”
에밀리 씨는 그렇게 10일간의 임시 보호 기간을 거쳐, 그해 9월 중순 뭉치를 정식 입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의 하루는 늘 뭉치와 함께 시작되고 끝나게 되었습니다.
멈춰버린 성장, 그러나 가득한 존재감
질환의 영향으로 뭉치의 성장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습니다. 생후 7개월이 되었을 무렵에도 뭉치의 몸무게는 1.7kg에 불과했습니다.
일반적인 고양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체격이었지만, 에밀리 씨에게 뭉치는 결코 작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누가 봐도 아기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뭉치는 어엿한 성묘입니다. 덩치는 작아도 행동은 정말 당당하고, 성격도 고양이 특유의 건방짐(?)을 제대로 갖췄어요. 잘 때면 제 얼굴을 엉덩이로 덮고 자는 걸요.”
에밀리 씨는 매일 아침 뭉치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며, 칼슘 수치를 유지하기 위한 식이 관리를 꼼꼼히 진행합니다.
고정된 시간에 보충제를 먹이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죠. 사람들은 종종 ‘그렇게 평생 약을 먹여야 하는 게 번거롭지 않냐’고 묻지만, 그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가 매일 밥과 물을 먹는 것처럼, 뭉치도 필요한 걸 챙겨야 할 뿐이에요. 번거로움보다 사랑이 훨씬 큽니다.”
작지만 단단한 가족, “뭉치는 내 영원한 아기”
뭉치는 여전히 또래 고양이들에 비해 눈에 띄게 작습니다. 다른 고양이들과 나란히 서 있으면 마치 생후 몇 주 된 새끼 고양이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런 작고 연약해 보이는 외형과는 다르게, 뭉치의 존재감은 누구보다 큽니다.
“뭉치가 제 얼굴을 쓰다듬으며 잠들 때, 그리고 그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는 삶의 의미를 다시 느낍니다. 그 작은 가슴 속에 얼마나 큰 사랑이 담겨 있는지, 매일 실감하죠.”
에밀리 씨에게 뭉치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특별한 존재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작고 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녀에게 뭉치는 누구보다 강인하고 빛나는 존재이며, 결코 바꿀 수 없는 가족입니다.
“뭉치는 저의 영원한 아기예요. 말 그대로도 그렇고, 제 마음속 의미로도 그래요. 그 아이 덕분에 저는 오늘도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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