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하다 불나면 어쩌지"…LG전자 실차시험소 가보니[현장+]
"낙뢰, 과전압, 정전기 등 전기자동차 충전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판매되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급속 전기차 충전기가 어떤 돌발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이곳에서 모두 테스트를 거친다."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점검하는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BS) 관계자의 말이다. 10일 찾은 경기 평택시 LG비즈니스이노베이션센터(BIC)에는 테슬라, BMW 등 인기 전기차가 즐비했다. 이 곳에서 LG전자는 '실차시험소'를 운영하며 전기차 충전을 직접 테스트하고 있다. 실제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전기차에 정전기 등 가혹한 환경을 구현해 안전성을 검증했다.
LG전자 BIC는 차세대 디지털 사이니지와 정보기술(IT) 기기, 의료용 모니터, 전기차 충전기 등 다양한 기업간거래(B2B) 제품을 체험하고 거래선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수 있는 주요 B2B 판매거점이다. BIC에는 △LG 매그니트 △버추얼 프로덕션용 사이니지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B2B용 온라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LG 비즈니스 클라우드’ 등이 전시돼 있다. 전 세계 40여개 국가의 현지 환경, 특성에 맞춰 만들어진 이 공간은 총규모만 187평에 달한다.
전자파 방출량 측정…위험 상황 테스트도
LG전자는 실차시험소에서 글로벌 차량 제조사들이 판매하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기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인 이 시험소는 글로벌 인증기관 공인시험소로 지정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UL, 유럽인증(CE)을 자체 부여할 수 있다.
시험소 내부에는 최대 1시간의 화염을 견딜 수 있도록 내화 재질이 부착돼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침수설비로 차량 배터리를 완전히 침수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약 100평 규모의 시험소에는 350kW 급속충전기 2대와 100kW 충전기 1대 등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원변환 장치를 이용해 북미(480V·60Hz), 유럽(380V·50Hz) 등 국가별 전원 환경에 맞춘 테스트도 진행된다.
EMI챔버에서는 전기차 충전기의 전자파 방출량을 점검한다. 시험소는 360도 회전하는 턴테이블 장비 위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1~4m까지 안테나 높이를 조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전자파 방출량을 측정한다. 테스트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고온에 대비해 천장에 설치된 배기구 5개로 공기를 순환시키고, 대용량 항온·항습기로 온도와 습도를 자유롭게 조절한다.
EMS쉴드룸에서는 낙뢰, 과전압, 정전기 등 가혹한 환경에서 충전기의 전자파 내구성을 측정한다. RS챔버에서는 전자파 노이즈를 전기차 충전기에 가해 복잡한 전자파 환경에서 성능을 평가하는 ‘방사내성시험’ ‘전도내성시험’을 각각 진행한다.
B2B 모니터 공략…AI 솔루션 '눈길'
LG전자는 또 의료용 모니터, 항공용 디스플레이 등 기업고객 맞춤형 IT 솔루션을 소개했다. LG전자는 2016년부터 의료용 영상기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운영하는 의료용 모니터는 임상용·진단용·수술용 등 총 14종, 디지털엑스레이검출기(DXD) 라인업은 총 6종이다.
LG전자의 DXD에는 인공지능(AI) 진단 보조 솔루션을 적용했다. AI가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이상을 탐지하고, 병변으로 의심되는 부위를 색깔이나 외곽선 등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엑스레이 민감도가 높은 산화물박막트랜지스터(Oxide TFT) 패널을 사용하는 한편, 기존 제품보다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방사선을 표준 노출량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또 최고 수준의 방진, 방진 등급을 획득한 수술용 모니터를 선보였다. BIC에 전시된 ‘미니 LED 수술용 모니터’는 최대 2000nit(니트)의 휘도와 178도 광시야각 패널을 탑재했고 전면 IP45, 후면 IP32의 방수방진 등급을 받았다.
국내 최초로 전시된 차세대 ‘LG 마이크로 LED’는 생산과정부터 화질 알고리즘까지 AI 기술이 적용됐다. AI가 생산과정에서 2500만개(136인치 기준)에 이르는 LED칩 각각의 품질을 정밀하게 감정, 선별해 더욱 수준 높은 화질을 보여준다. 제품에 적용된 AI 프로세서는 영상의 밝기, 색조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화된 화질로 보정한다.
장익환 BS사업본부장 "2030년 10조 매출" 선언
장익환 B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BS사업본부의 비전을 발표했다. 장 부사장은 정보디스플레이(ID), IT, B2B 등 3대 신사업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 내 BS사업에서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BS사업본부는 LG전자에서 유일하게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곧 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영업이익률 7% 등 전사가 목표로 하는 수치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장 부사장은 실내에 치중된 LG전자의 사업 영역을 실외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병원·호텔·학교 등 집 밖에서 기회를 찾고 디지털 사이니지, 디지털 교과서, 기내 디스플레이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뛰어 들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기반이 미흡한 전기차 충전은 글로벌 1위 사업자인 ABB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맞춰 품질과 신뢰성을 보강하고, 로봇 분야는 물류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 계획이다.
향후 LG전자는 인수합병(M&A)을 검토할 것이라는 의지도 내비쳤다. 장 부사장은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조 단위 매출에 가까워졌을 때 (M&A를) 검토할 것"이라며 "최근 로봇기업인 베어로보틱스에 투자한 것처럼 어디에 역량을 보강해야 할지 판단해 신사업 쪽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매각한 데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장 부사장은 "광저우 LCD 공장이 완전히 중국 CSOT로 이관되더라도 기존에 우리가 LG디스플레이와 맺은 계약은 이해할 수 있도록 특약 사항에 넣을 것"이라며 "이미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먼저 대형 LCD 사업을 정리하고, 중국과 대만 패널을 자유롭게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LG전자)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LED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백기문 ID사업부장(전무)은 "기업고객들의 페인포인트를 탐색해 최적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마이크로LED 출시가 늦었다"며 "색상재현율 등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적 요소를 더해 시장에 선보였고, 올해도 전년 대비 2배의 매출 성장이 이뤄지는 등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