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학년도 의대 1학년 교실, 1만명 넘게 몰린다? 의사들의 시나리오 셋

정심교 기자 2024. 11. 29. 16: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 정상화를 위한 회의'란 주제로 두 차례(11월20·27일)나 연 회의에서도 경고성 메시지만 내면서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지 않았지만, 의사들 사이에선 세 가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과연 그 세 가지 시나리오는 무엇이며, 실제로 펼쳐질 경우 향후 의료사태는 어떻게 펼쳐질까.

[수원=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한 20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열람실에 의사 실습 가운이 걸려있다. 정원 50명 이하 '소규모 의대'만 있었던 경기·인천권의 경우 5개 대학에 361명의 정원이 배분됐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성균관대 120명, 아주대 120명, 차의과대 80명, 인하대 120명, 가천대 130명이다. 2024.03.20.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첫째, 대한의학회·KAMC(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여의정 협의체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다. 네 차례의 크고 작은 회의에서도 정부와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두 단체 내에서도 이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4일 열린 제3차 여의정 협의체 회의에서 4개 조정안과 2개 입장을 정부와 여당에 전달했다. 그 조정안은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 △예비 합격자 규모 축소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의대 지원 학생에 대한 선발 제한권 부여 △모집 요강 내에서 선발 인원에 대한 자율권 부여 등이다.

여기에 의협 비대위가 여의정 협의체를 '알리바이용 협의체'로 빗대며 두 단체를 향해 얼른 나올 것을 촉구했는데, 대한의학회는 28~29일 진행되는 임원 아카데미에서 협의체 참여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지금 임원 아카데미 행사를 진행 중인데 여기에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MC도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날 의대·의전원 학장·학원장 회의를 열고 학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공언하는 등의 행보로 의료계의 반감을 사면서 의료계에선 두 단체가 협의체를 탈퇴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두 단체 모두 협의체를 탈퇴하면 의대 증원으로 불거진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 의사단체가 참여하는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협의체는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진우 대한의학회장(두번째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양은배 KAMC 정책연구원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둘째, 의대 교수들이 25학번 의대 지원자들의 면접전형에 불참할 가능성이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 백지화를 요구해온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1509명 증원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를 대비해 '면접 보이콧' 카드를 만지고 있다. 실제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지난 10월 25~26일 전국 40개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의대 교수(응답자 3072명)의 89.8%(2758명)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2025학년도 대입 전형(면접관 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전의교협·전의비 측은 "내년 대입 전형에서 의대 지원자가 폭증하는데, 현 의료상황에서 번아웃 된 의대 교수들이 면접관 등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면접 보이콧으로 의대 신입생을 뽑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 상급종합병원 A 교수는 기자에게 "교수들이 낮엔 진료 보고, 저녁과 새벽엔 전공의 대신 당직을 서느라 체력이 이미 바닥났다"며 "번아웃도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의대 모든 교수가 면접관으로서 가지 못하겠다고 보이콧할 경우, 합격 처리를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알 일이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조주신 의장(가운데)이 15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소속 의대생들의 확대전체대표자학생총회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1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셋째, 새로 입학할 25학번 의대생이 등록 후 휴학할 가능성이다. 의대생은 교수에게만 교육받는 게 아니라, 직속 선배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도제식 교육도 받아왔는데, 내년 의대에 입학해도 선배가 대학과 병원을 떠나있어 도제식 교육이 무너져서다. 앞서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도 "의사 교육은 강의식이 아닌 선후배 간 일대일 도제식으로 이뤄져, 함부로 많은 수를 양성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5일 총회를 통해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내년에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내년 3월에도 휴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사직 전공의 B씨는 기자에게 "의사 1명을 배출하려면 단순히 교수에게서만 교육받는 게 아닌, 직속 선배들에게 임상실습 등 실전 훈련도 받아야 한다"며 "직속 선배들이 휴학(의대생)·사직(전공의)하고 없는데 어떻게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만약 25학번 의대생도 휴학해 24·25학번이 2026년에 한꺼번에 복학한다고 가정하면 3000여명이 들어갈 현재의 교실에 1만2000여명(24학번 휴학생 3000여명+25학번 4567명+26학번 5058명)이 한데 몰려 예과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전공의·의대생 사이에서 거론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