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빚은 달항아리'..한국적 극사실회화의 정수
[앵커]
눈을 의심할 정도로 대상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을 '극사실회화'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극사실회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고영훈 작가의 반세기에 이르는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넉넉한 보름달을 닮은 백자 달항아리.
몸통에 도드라진 흠집부터, 곳곳에 남은 얼룩까지, 마치 진짜인 것처럼 생생합니다.
일흔의 화가가 고도의 집중력과 고된 노동으로 완성한 신작입니다.
[고영훈/작가 :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도공이 도자기를 만들다가 쉬었겠습니까? 그렇지 않았겠죠. 저도 그림을 그리면서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한국 미술에서 달항아리를 전면에 등장시킨 첫 그림.
이후 수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준 선구적인 작품입니다.
대학 시절이던 1973년 처음 내놓은 극사실회화.
이듬해 발표한 돌 그림은 추상미술 일색이던 당시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1980년대에 발표한 돌-책 연작, 2000년대에 선보인 자연법 연작에 이어, 대표작으로 꼽히는 항아리 연작까지, 작가는 실재와 환영, 본질과 이미지, 대상과 회화의 경계를 부단히 탐색해 왔습니다.
[고영훈/작가 : "생명체들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가 요즘에 많이 합니다. 그래서 돌이란 도대체 뭔가라는, 혹은 항아리는 도대체 뭔가…."]
한국 현대미술 작가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와 소더비 경매에 진출했고, 네덜란드 여왕이 작품을 소장해 화제가 됐습니다.
작가가 1986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설계의 근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작가의 50년 예술 세계를 망라한 전시회가 마련됐습니다.
[고영훈/작가 : "저의 히스토리를 한번 보여드려야 되겠다... 그래서 저의 일기적인 전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한국 극사실회화의 역사라 해도 좋을 고영훈 작가의 시대별 대표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이근희/사진제공:가나아트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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