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요리와도 '최고의 궁합'...스파클링 와인은 '만능'
이철형 / 와인소풍 대표
스파클링 와인와 음식과의 마리아주
스파클링 와인은 안주없이 마셔도 그 가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래도 무언가 함께 곁들이면 더 좋은 것은 분명하다.
마리아주는 가진 술에 걸맞는 음식을 찾거나 하려는 음식과 잘 어울릴만한 음식을 찾는 경우가 거의 전부다. 마찬가지로 스파클링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를 찾아볼 수도 있고, 반대로 준비된 정찬이나 만찬 음식과 걸맞는 샴페인을 찾아볼 수도 있다.
오늘은 스파클링 와인 그 중에서도 특히 샴페인을 중심으로 이것과 음식의 마리아주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선 샴페인과 천상궁합이라고 널리 알려진 기본 궁합이 있다.
첫째는 딸기와 생크림 그리고 샴페인의 궁합이다.
딸기만도 아니고 생크림을 얹은 딸기다. 딸기만 먹으면 딸기의 신맛과 샴페인의 신맛이 충돌을 일으킨다. 더 신 쪽이 덜 신 쪽을 누르니 별로 감흥이 없다. 딸기향이야 기가막히게 좋지만.
생크림을 얹는 이유는 딸기의 신맛을 생크림이 감싸줘 부드럽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크림은 좀 느끼하다. 이를 씻어줄 무언가가 딸기 말고도 더 필요하다.
이때 샴페인의 역할이 딱이다.
신맛과 단맛과 크리미한 고소함와 기름진 느끼함에 샴페인의 거품이 입안에서 터지면서 딸기향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조화와 균형, 그리고 뒷맛까지 깔끔하게 씻어주면서도 향기와 고소함의 여운을 남긴다.
특히나 이 조합을 은은한 조명 아래서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연인과 함께 먹는다면 최고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만들기도 아주 쉽다. 물론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두 번째는 추천 메뉴는 푸아그라(Foie gras)다.
거위 간인 푸아그라의 고소함은 세상 어느 음식보다 뛰어난 것 같다. 어디 그 뿐인가 입안 가득 밀려퍼지는 기분 좋은 크리미한 느낌까지.
하지만 푸아그라도 한두점은 괜찮지만 세번째부터는 그 진함에 질리기 시작한다. 이때 샴페인을 마시면 입안의 느낌함이 기가 막히게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푸아그라가 가지고 있지 않은 신맛과 꽃과 과일향 그리고 숙성된 효모향까지 함께 즐길 수 있게 된다. 우마미의 결정판이다.
이 푸아그라에 못지 않은 재료가 있다. 바로 한국인만 먹는다는 홍어애, 바로 홍어의 간이다.
홍어애의 고소함은 푸아그라보다 더 깔끔하고 신선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크리미한 느끼함이 있기에 샴페인과 천상궁합이다.
필자는 처음 홍어애와 샴페인을 먹었을 때 프랑스인들이 홍어애를 일찍이 알았다면 홍어의 씨가 말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고소함만 있으랴...여기에 더해지는 먼 바다의 향긋한 바다내음은 생각만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기에 충분하다.
세번째는 세계 삼대 진미중의 또 하나인 캐비어(철갑상어알)를 빼놓을 수 없다.
이것도 프아그라 못지않게 고소하고 크리미하다. 그러니 당연히 샴페인과는 찰떡궁합일 수밖에.
특히 갓 지은 고슬한 쌀밥 위에 캐비어를 작은 스푼으로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갓캐비어'다. 아마 이 칼럼을 읽는 독자 중에도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가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호사스러움에 하나 더 붙이면 푸아그라 위에 케비어를 얹어서 함께 먹으면서 샴페인을 즐기는 것이다.
네번째는 기왕 세계 삼대 진미가 나왔으니 트러플(Truffle)과의 궁합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러플은 그 향이 우리 참기름 못지 않게 고소하다. 둘이 가진 고소함은 서로 다르지만 트러플이 가진 고소함은 사람을 유혹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특히 화이트 트러플의 본고향인 이탈리아 피에몬테 알바에서 화이트 트러플이 아낌없이 들어간 파스타요리와 스테이크 등을 먹을 때라면, 피에몬테 지방의 화이트와 레드 와인도 좋지만 샴페인과도 환상의 궁합이다.
앞에서 언급한 세계 삼대 진미는 고소함, 기름짐, 진한 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이 세가지가 특징을 가진 음식이 샴페인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이 세가지 특징을 가진 음식이라면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음식이라도 샴페인과의 마리아주를 시도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다섯번째는 굴과 샴페인이다.
샹파뉴의 랭스에 가면 굴만 전문으로 파는 집이 있다. 이상하게도 다른 안주거리는 없다. 오직 굴과 삼페인만 판다.
레스토랑에서 샴페인만 파는 것이야 랭스가 에페르네와 함께 샴페인의 고향의 중심지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굴만 전문으로 팔다니. 생소할 뿐이다. 그렇다고 랭스는 해안과도 가깝지 않다. 파는 굴도 한 지방의 굴이 아니라 다양한 지방의 다양한 품종이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남는다.
지역과 품종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인식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주문해 즐기는 미식가들을 보고 좀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필자도 그곳의 한 식당에서 다양한 굴을 안주삼아 샴페인을 마시본 경험이 있다. 다양한 시도 끝에 신기하게도 잘 어울리는 궁합이 있었다. 샴페인 중에서도 산도가 더 있는 것과 낮은 것이 왜 구분되어 있는 지 무릎을 치는 순간이었다. 굴도 좀 더 기름진 굴이 있고 그렇지 않은 굴이 있어 그 산지별로 샴페인의 종류를 좀 구분해서 마실 필요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경험이었다.
당연히 더 기름진 굴에는 산도가 좀 더 높은 샴페인이 잘 어울린다.
이런 기본적인 찰떡 궁합 이외에도 좋은 샴페인은 거의 모든 요리에 만병통치약처럼 어울린다.
그래서 손님 접대를 위해 집으로 초대할 경우 와인과의 궁합을 생각하기 어려우면 그냥 샴페인만 준비하면 된다. 샴페인 하나로 모든 것이 정리된다. 조금 정성을 기울인다면 논빈티지, 빈티지, 로제, 디저트용 스위트 샴페인 정도를 구분해서 준비하면 충분하다.
반대로 누군가의 음식 초대를 받았을 때 어떤 술을 들고 가면 좋을지 애매하다 싶으면 그냥 샴페인을 들고 가면 된다. 모든 요리에 어울리니까...
BYOB로 인해 가져오는 와인이 너무 많을 때는 그냥 리셉션주로 음식 나오기 전에 샴페인을 마셔도 된다. BYOB(Bring your own booze)는 각자 자기가 마실 술을 가져오라는 뜻이다.
한식과 샴페인은 어떤가. 흔히 한식은 와인과의 궁합을 맞추기 어렵다고 하지만 샴페인은 대부분의 한식과 어울린다. 한정식이든 숯불바비큐든 삼겹살구이든 찜이든 전이든 회든 다 어울린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심지어는 홍어요리와도 어울린다. 삭혔든 삭히지 않았든.
샴페인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만병통치약처럼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비단 샴페인 뿐만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스파클링 와인에 통용되는 요리와의 궁합이다.
다만 이상은 우리가 흔히 구하기 쉬운 브뤼 정도까지의 산도를 가진 샴페인과 요리에 대한 이야기이고 샴페인에도 당도가 여러가지가 있으니 그 당도에 따른 찰떡 궁합의 요리는 일단 독자의 숙제로 남겨둘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