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4400억원에 산 골칫거리 G마켓 살리려 알리바바 맞손..."매각 수순일 수도"
"G마켓 활로 뚫기·셀러들의 글로벌 진출 위한 전략적 선택" 분석
일부선 중국 자본 의존 지적…추후 매각 포석 해석도
신세계그룹이 가혹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살아남기 위해 알리바바그룹과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26일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내년에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하는 등의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치 앞이 안보이는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G마켓과 한국 시장에 안착하려는 알리바바가 최대의 벽인 쿠팡과 맞서기 위해 '반쿠팡 연대'를 구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사의 출자 비율은 5대 5로,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출자하게 된다.
합착법인 아래 G마켓과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편입되는 방식이다.
다만 두 플랫폼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는 G마켓의 60만 판매자 기반을 활용해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고, G마켓 판매자들은 알리바바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존을 위협받아 온 G마켓으로서는 알리바바가 축적해 온 정보기술(IT)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부쩍 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21년 3조4400억원을 투입해 G마켓을 인수했다.
하지만 G마켓 인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이 예상치 못한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실패한 인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G마켓은 2022∼2023년 연이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년간 누적적자가 1000억원에 달했다.
비용 절감 작업에 들어간 올해 상반기에도 2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G마켓이 급격하게 위축된 이유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가 거세게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신세계 계열로 편입된 이래 처음으로 지난 9월 희망퇴직까지 단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G마켓이 이대로 가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정용진 그룹 회장이 G마켓을 살리기 위해 알리바바그룹과의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시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지난 6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지낸 정형권 대표를 G마켓의 새 수장으로 영입한 것도 알리바바와의 전략적 동맹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그룹의 넓은 해외 판매망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가 보유한 200여개국의 판로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G마켓이 국내를 넘어 해외 이커머스 시장으로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보유한 전 세계 판매자 상품을 G마켓에 태워 상품군이 다양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글로벌 진출을 통해 판매자의 거래 규모가 확대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게 되면 결국 상품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플랫폼 상품이 G마켓에 유입될 경우 위해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중국 상품이 안전기준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직구 상품을 공유하면 G마켓 역시 이러한 위해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G마켓이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막강한 자금력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그룹은 분기 매출만 40조원 안팎에 달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알리바바에 G마켓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100% 현물 출자해 알리바바와 설립할 합작법인의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알리바바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G마켓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합작법인 형태나 플랫폼 운영 방식 등에 고려할 때 종국적으로는 매각 수순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