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인들에게 충격 안긴 한국커플, 결국...
[리뷰:포테이토 지수 91%] '지배종'..."장영실! 시즌2 만들어줘"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전복됐다.
뇌를 제외한 인간의 모든 장기를 인공 배양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바이오 기업은 전 세계 패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누구나 건강하게 사는 공평한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라 살림을 도맡는 국무총리의 생각은 다르다. "선택받은 자"만이 영원히 살 수 있는 특권을 가져야 믿고 기술을 탈취하려 한다.
이익과 공익을 추구하는 각각의 주체가 고정관념을 깨고 뒤바뀐 순간, '지배종'은 진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묵직한 주제, 강렬한 전개, 충격적 엔딩까지 폭풍처럼 몰아친다.
드라마의 배경은 2025년 12월 서울. 가축을 죽이지 않고도 고기를 만드는 인공 배양육 상용화에 성공한 바이오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는 위태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더는 피 흘리고 죽은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든 '선구자'이자, 축산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사지로 내몬 '살인자'라는 엇갈린 평가 위에 놓였다.
그런데도 윤자유는 망설임 없이 선언한다. 앞으로 가축을 넘어 바다에 있는 생선들까지도 인공 배양으로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공표에 또 한번 세상은 들썩인다.
그를 세상이 그냥 둘리 없다. 윤자유는 끊임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정부 역시 발전과 혼란을 동시에 야기하는 그를 언젠가 혼내주겠다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 윤자유에게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주지훈)이 접근한다. 몇 년전 해외 파병지에서 벌어진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를 홀로 쫓는 그는 테러 당시 현장에서 두 다리를 잃고 자리에서 물러난 전직 대통령(전국환)과 그의 손자인 국무총리 선우재(이희준)의 조력 속에 윤자유의 경호원이 된다.
윤자유와 우채운의 만남 이후 이야기는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빠르게 흐른다. 윤자유의 기업 BF는 해킹 공격을 받고, 신기술 개발을 주도한 핵심 연구원은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한다. 거듭된 암살 위협 속에 윤자유를 지키려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우채운은 BF가 개발한 인공 배양 장기를 이식 받아 남들은 모르는 능력을 갖추고 다시 깨어난다.
거듭된 배신, 인공 배양 장기 기술을 탈취하려는 검은 세력의 공격, 과거 폭탄 테러 배후를 둘러싸고 드러나는 진실까지. '지배종'은 매회 거침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 서스펜스 넘치는 완성도는 최근 공개된 시리즈들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 이중적이고 다면적인 캐릭터들의 힘
'지배종'의 최대 강점은 각각의 인물들이 예측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서 나온다. 단지 선의와 욕망의 대립, 사랑과 배신의 갈등, 희생과 공격의 충돌이라는 한정된 관계에 머물지 않는다. '지배종'의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때문에 드라마에서 테러 사건의 진범이나 배신자의 정체를 찾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중적이고 다면적인 각각의 인물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지 더 궁금하다.
우채운은 국무총리와 모종의 거래로 윤자유에게 접근하지만, 이들은 곧 서로 동화돼 같은 곳을 바라본다. 윤자유 역시 과거 감염병 확산으로 가축들이 살처분되는 지옥같은 현장을 겪고 인공 배양육의 개발을 시작하지만, 사실 내면으로 더 들어가면 남모를 슬픔을 지니고 있다.
이희준이 연기한 국무총리 선우재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전직 대통령의 손자인 40대 젊은 국무총리라는 설정으로 눈길을 끌지만 사실 그는 누구도 모르는 야망을 품고 그 계획을 실현해 나간다. 또한 윤자유의 곁에서 20년동안 인공 장기 배양 연구를 함께 한 파트너인 온산(이무생) 역시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빌런일까, 아닐까' 보는 이들의 뇌를 자극했다.
베일을 벗으면 또 다른 베일이 드러나는 캐릭터 구조는 보는 이들은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그래서 한번 보기 시작하면 도무지 멈출 수가 없게 한다.
'지배종'이 다루는 세상은 곧 우리가 겪을 세상이라는 사실에서 의미심장하다.
실제로도 AI가 삶의 질을 높여주고, 인공으로 고기를 만들거나 장기까지 배양해 질병을 최소화하는 시대로 향하는 지금, "누구도 피 흘리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주인공 윤자유처럼 '지배종'은 뚝심으로 나아간다. 사람들은 윤자유를 "돈 밖에 모르는 사업가"라고 일갈하지만, 그가 꿈꾸는 미래는 모두가 공평하게 건강한 세상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탄탄하게 쌓아 올라가지만 그 세계를 구현하는 비주얼은 다소 엉성하다. 특히 초반 1, 2회에 집중적으로 그려진 BF그룹 내부의 VR 등 여러 신기술 장면들은 이 작품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야 하는데도 투박하다. 감각적이면서도 화려한 볼거리를 원하는 1020세대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또한 10부작 안에 거대한 주제와 그에 녹아든 사건들을 쉼없이 펼치다보니 곳곳에 빈틈도 있다. 다만 그 빈틈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진다.
'지배종'에서 BF그룹의 핵심 멤버들은 직접 개발한 AI '장영실'의 도움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 '장영실'은 못하는 게 없다. 윤자유가 전 세계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대신 써주기도 하고, 도망치는 배신자를 붙잡기 위해 연구소 전체를 봉쇄하는 가드 역할도 한다. 그래서 윤자유는 늘 '장영실'을 찾는다.
지난 8일 '지배종'의 최종회가 공개된 직후, 이제 열혈 팬들까지 '장영실'을 찾고 있다. 긴박한 위기 속에서 과연 윤자유와 우채운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지나치게 모호하고 상징적인 장면으로 막을 내린 탓에 시청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장영실! 빨리 시즌2 만들어줘."
연출 : 박철환 / 극본 : 이수연 / 출연: 한효주, 주지훈, 이희준, 이무생 외 / 플랫폼: 디즈니+ / 공개일: 4월10일 /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장르: SF, 스릴러, 서스펜스 / 회차: 10부작
'지배종'이 지난 8일 최종 9, 10회를 공개하고 막을 내렸다. '열린 결말'을 택한 제작진의 선택이 시청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사진제공=디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