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메뉴 100∼300원 올려...빅맥세트 7400원
"기업들 가격 인상 서둘러"…커피·빵·과자·라면 등 식품·외식물가 전방위 인상
탄핵 정국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외식·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거침없다.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과 환율 인상 등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정 공백 속에 정부의 '물가 그립'이 약해진 틈을 타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국맥도날드는 오는 20일부터 2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 인상한다고 14일 밝혔다. 전체 평균 인상률은 2.3%다.
한국맥도날드는 작년 5월 16개 메뉴 가격을 100∼400원 올렸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이번 가격 인상에 따라 버거 단품은 불고기 버거와 치즈버거만 각각 200원 오른다. 버거 세트는 7종이 200∼300원 오른다.
대표 메뉴인 빅맥 세트는 7200원에서 7400원으로 200원 인상된다. 다만 빅맥 맥런치 가격은 6300원으로 변동이 없다. 음료·커피 메뉴의 경우 드립커피만 200원 오른다.
맥도날드는 "환율 및 원자재 비용 상승"을 가격 인상 이유로 설명했지만 잦은 가격 인상에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작년 12월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이후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은 줄을 잇고 있다. 커피, 빵,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햄버거 등 가격이 오르지 않은 식품·외식 메뉴를 찾기 힘들 정도다.
맥도날드에 앞서 버거킹도 지난 1월 와퍼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또 농심은 오는 17일부터 신라면 가격을 2023년 6월 수준인 1000원으로 다시 올리는 등 라면과 스낵 17개 브랜드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으며 CJ제일제당은 이달부터 비비고 만두 20여종과 스팸 가격을 올렸다.
동원F&B도 냉동만두 15종 가격을 인상했고 롯데아사히주류가 취급하는 아사히 맥주 가격은 이달부터 최대 20% 대폭 인상됐다.
베이커리류 역시 삼립이 포켓몬빵 등을, 파리바게뜨와 던킨이 지난달 빵과 도넛 가격을 각각 올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3월 들어 빵과 케이크 가격을 각각 인상했다.
이밖에 롯데웰푸드가 지난달 초코 빼빼로를 비롯해 과자와 아이스크림 26종의 가격을 8개월 만에 인상했으며 빙그레도 붕어싸만코 가격을 올렸다.
커피전문점도 예외가 아니다. 스타벅스와 할리스, 폴바셋이 지난 1월 커피 가격을 올린데 이어 파스쿠찌와 컴포즈커피가 지난달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업체들의 이 같은 무차별적인 가격 인상에 대해 정부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송미령 장관과 박범수 차관 등 농식품부 고위급 공무원들은 식품업계와 잇따라 접촉하며 물가 안정에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송 장관이 17개 식품기업을 만났고, 25일에는 박 차관이 17개 외식 기업·3개 협회와 면담했다.
이달 11일에도 박 차관이 롯데칠성음료·롯데웰푸드 현장을 방문하고, 13일에는 강형석 농업혁신정책실장이 13개 식품 기업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정부의 요청과 당부에도 식품·외식업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간 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며 가격 인상을 미뤄왔지만 국정 공백이 이어지고 정부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가격을 올린 식품 기업이 10개 넘는다"면서 "기업들이 탄핵 정국이 끝나기 전에 가격 인상을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가공식품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2.9% 올라 13개월 만에 최대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는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