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에 따른 영업현장의 어려움을 살피고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을사년 새해를 맞아 보험 영업 현장에서 판매수수료 제도 개선을 둘러싼 쟁점이 부상한 가운데, 신계약수수료 지급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 상품 관련 불완전판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정착지원금의 '선지급' 행태가 논란의 핵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블로터>와 만난 경력 10년 이상의 관리자급 설계사들은 지난달 금융당국이 보험개혁회의에서 제시한 '보험판매수수료제도 개선안'을 두고 "영업현장의 생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문제의 발단이 되는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착지원금은 설계사 이직 시 받아야 할 수수료 포기분의 반대급부로 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는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단순 스카우트(설계사 유치) 명목으로 이를 제공해 왔지만, 실적이 좋은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무리하게 금액을 올린 것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GA 관계자들은 영입한 설계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기대 수익까지 반영해 선지급 형태로 정착지원금 규모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무실을 둔 A본부장은 "스카우트 입장에서도 설계사 눈높이에 맞는 금액을 제시하기 위해 큰 비용이 들어간 만큼 방패막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정착지원금 지급에 대한 매월 일정량 이상 판매 조건이 붙기 시작한 것이 불완전판매의 도화선이 됐다"고 밝혔다.
정착지원금은 이직을 희망하는 설계사가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직할 경우 현재 몸담은 회사에서 계약한 건 중 이미 받은 수수료를 제외하면 남은 액수 만큼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GA협회에서도 정착지원금 제도의 합법성을 강조하며 대안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GA협회는 정착지원금의 과다지급 방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협회 홈페이지에 정착지원금 내역을 공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착지원금 과다지급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설계사들이 판매수수료 지급 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판매수수료는 첫 계약 체결 시 지급하는 신계약수수료와 일정 기간마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유지됐을 때 지급하는 유지수수료로 구분된다. 이중 당국이 문제 제기한 불완전판매는 1~2년에 걸쳐 분급을 시행해 선지급 논란을 빚고 있는 신계약수수료다.
일부 보험사는 설계사가 퇴사하더라도 일정 기간 계약이 유지되면 신계약수수료분 만큼은 보전해 주고 있다. 그러나 설계사가 타사로 이직할 경우에는 대부분 신계약수수료분도 상실하게 된다.
GA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미 타사 설계사 코드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기존 회사의 계약 건과 관련해서는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설계사도 이점을 알기에 신계약수수료 상실분 이상의 정착지원금을 이적하는 회사에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설계사들은 이 부분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퇴사한 설계사가 모집한 계약과 관련된 신계약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계약을 유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현재 신계약수수료 상실분은 대부분 해당 GA에 종속된다.
통상 설계사가 이직하게 되면 그가 보유하고 있는 계약은 해당 관리자에게 이관되며, 관리자는 소속된 다른 설계사에게 계약을 인계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모집자가 이직한 계약 건을 '고아계약'이라고 칭하는데, 설계사들은 "이 계약 건이 승환계약의 표적이 된다"고 언급한다.
서울 성동구 B지사장은 "기존 계약을 파기하려는 시도는 자신이 받아야 할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받아야 할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이를 정리하고 새로운 계약으로 유도할 이유가 사라져 승환계약이나 경유계약을 줄이는데도 한몫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개선안을 두고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올해 1분기 중 설명회를 열고 추가적인 의견수렴절차를 거친다"고 알렸다. GA협회 측은 관련 설명회가 개최되면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