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두려운 진짜 이유...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기이한 풍경

조회 2802025. 3. 26.

6세 미만 아동 절반이 사교육에 참여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면서 외신들이 이를 주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국의 학업 경쟁이 6세 미만 아동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의 비정상적인 사교육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13일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6세 미만 영유아 중 47.6%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세 이하 24.6%, 3세 50.3%, 5세 81.2%로 연령이 높을수록 참여율이 증가했다.

'4세 고시', '7세 고시'까지 등장한 과열된 시장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과열되고 있다. 이는 영어 몰입 학원(영어유치원)과 명문 수학·영어 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5천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어린이집과 유치원 월평균 비용이 22만8천원인 것과 비교하면 약 7배 차이가 난다.

소득 격차에 따른 사교육 참여율과 비용 차이도 뚜렷했다. 월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는 월평균 32만2천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해 300만원 미만 가구(4만8천원)의 6.7배에 달했다.

사교육비와 저출산의 악순환

외신들은 한국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이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학업 시스템의 압박이 한국의 인구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임을 언급했다.

경희대 김태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월 사교육비가 1% 증가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최대 0.2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첫 자녀보다 둘째, 셋째 자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2007~2023년 사이 실질 사교육비 지출은 36.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출산율은 42.9% 감소했다. 이는 사교육비 증가와 출산율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가 뚜렷함을 보여준다.

사교육 부담과 출산 기피의 연결고리

한국 부모들은 사교육 부담에 대한 불만이 크지만, 자녀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해 사교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담은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쟁적 교육 환경은 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학업 성취를 최우선시하도록 만든다. 이로 인해 가정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막대한 금액을 사교육에 투자하게 되고, 이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출산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정부의 대응과 향후 과제

교육부는 영유아 사교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에 3~4세 영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전면 배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아 영어학원에 대한 교습비 단가 등을 지도·단속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단속만으로는 과열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을 잡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에 영유아 사교육비에 대한 전국 규모의 종합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회적 인식 변화의 필요성

한국의 과열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육아휴직 제도 개선과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과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을 흡수하고 교육의 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향 평준화된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학부모 인식이 개선되도록 홍보하겠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런 콘텐츠는 어때요?

최근에 본 콘텐츠와 구독한
채널을 분석하여 관련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채널탭에서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