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 낙오자, 재기 기회를...연말이 더 추운 사람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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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연말 단돈 30만원을 빌릴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31일 쿠키뉴스는 신용불량자와 같이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사회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창호 대표를 만나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용불량자들은 스스로 잘못으로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된 만큼 지원할 필요 없다는 시선에 대한 견해다.
특히 신용불량자에 대한 지원은 향후 코로나 대출의 정상화 과정에서 더욱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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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이혼 후 하루아침에 아이와 갈 곳이 없어진 30대 아이 엄마에게는 금융기관도 정부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소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복지 지원도 없었다. 그는 결국 대부업체를 이용하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는 금융기관 어디에서도 돈을 빌릴 수가 없다.
#. 장사를 하다 카드값을 갚지 못한 30대 남성은 20년 가까이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 역시 어디서도 돈을 빌릴 곳이 없다. 그는 부족한 상환금 10~2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두고 천안의 물류센터로 일을 하러 떠났다.
추운 연말 단돈 30만원을 빌릴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신용불량이라는 낙인에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들이 신용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쿠키뉴스는 신용불량자와 같이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사회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창호 대표를 만나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취약·빈곤 계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단체로 돈이 필요하지만, 담보도 신용도 없는 사람들에게 착한 대출을 해주는 사단법인이다. 착한대출이란 담보 없이, 보증 없이, 이자 없이 최대 300만원까지 빌려주는 대출을 말한다. 대출 심사도 재무적 심사가 아닌 차주의 사연을 듣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사회적 은행이다.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마저 지원이 거부당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를 안고 찾는 곳으로 착한 대출 외에도 취약·빈곤 계층을 위한 의료 및 거주 지원, 일자리 지원 등 종합적인 복지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사례의 30대 아이 엄마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물류센터로 아이를 두고 일하러 떠난 남성이 마지막으로 지원을 요청한 곳도 더불어사는사람들이다.
이 대표는 우선 신용불량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냉정한 시선에 대해 말을 꺼냈다. 신용불량자들은 스스로 잘못으로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된 만큼 지원할 필요 없다는 시선에 대한 견해다.
“(그들이) 신용관리를 잘 못 해 금융권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해요.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다시 일어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기회를 못 주고 있어요. 이들을 방치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될 거예요”
여기에 그는 불가항력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군산에 대우자동차가 있었어요. 대우자동차가 망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지요. 그 사람들이 어렵게 되면 그냥 방치해야 할까요. 법원에도 3심제가 있듯이 한 번 낙오한 이들에게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신용불량자의 재기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회복위원회나 지자체를 중심으로 취약계층을 향한 긴급 생계대출이나 지원 등이 존재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하거나 지원받기까지 수개월이 필요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에 들어간 공적자금이 수조원이 넘어갑니다. 기업에는 공적자금을 주면서 다시 재기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공적자금을 줄 수 없는 건가요. 절실한 이들에게 단 30만원만 빌려주고 갚지 않으면 몇 년간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어요. 사람이 잘 못 했다고 해서 잘라버리고 사회에 다시 진입을 못하게 막는다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어요”
특히 신용불량자에 대한 지원은 향후 코로나 대출의 정상화 과정에서 더욱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코로나 대출은 지난 9월 만기연장 최대 3년, 이자상환 유예 최대 1년 연장됐다. 코로나 대출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141조원으로 금융권에서는 내년 경기가 둔화하고 이자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부실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원이 끝나기 전부터 이미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다. 지원이 종료되면 대출 연체율이 상승은 불가피하다”면서 “사전 채무조정 등을 통해 은행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지만 결국 대출 연체에 빠지는 이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용불량자들이 대량으로 나올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도 신용불량자를 포함해 경제난에 빠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취약계층에 긴급 생계비 100만원을 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한 지원이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일부 허들을 두고 있었던 만큼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얼마나 낮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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