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2-1. 영국 공항 셧다운 사태, ‘단일 허브’ 리스크 드러내
'英 히스로공항 셧다운 사태' 교훈
유럽 최대 규모 작년 3월 하루 폐쇄
여객·화물 발 묶여…국가 전체 충격
런던 나머지 5개 공항서 소화 한계
우리나라도 인천 멈추면 대응 불가
전문가 “수요 분산 방안 마련해야”


2025년 3월 21일.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국제 허브 중 하나인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이 재난으로 하루 동안 전격 폐쇄됐다. 공항 운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해지면서, 국가의 여객 이동 및 화물 수출의 발이 묶여버렸다. 이는 '단일 체계'의 허점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26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히스로공항은 연간 약 8390만 명 이상의 여객을 처리하고, 하루 이·착륙 횟수는 약 1300회로 기록되고 있다. 유럽 최대급 규모다. 장거리 항공편의 약 75%, 화물의 60%가 히스로공항을 통한다. 사실상 나라의 항공 경쟁력이 1개 공항에 의존하는 구조다.
하지만 정전 한 번에 기능이 마비됐다. 원인은 인근 전력 변전소 화재로, 전력 공급이 끊긴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그날의 충격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런던 서부의 하예스 지역에서 만난 마이클(52)씨는 "밤 11시쯤이었다. 갑자기 창밖이 주황색으로 번쩍이더니 전기가 뚝 끊겼다"며 "처음엔 단순한 정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히스로공항이 멈췄다는 소식이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이 멈추면 지역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제가 죽어버릴 수 있기에 심각성을 실감하게 했다. 두 번 다신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영국 런던은 무려 6개 공항을 보유, 세계 최대 항공 네트워크를 구축한 곳이다. 하지만 셧다운 당시 영국 당국은 일부 항공편만 약 37㎞ 떨어진 개트윅공항으로 분산했다. 상당수 장거리·허브 노선이 프랑스·네덜란드 등의 타국 공항으로 향했다.
개트윅공항은 활주로 1개만 운영되고 있고, 국제 노선과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 부족 등 구조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히스로공항의 허브 기능을 대체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나머지 5개 공항은 분산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스로공항 관계자는 "사고 당시 일부 노선을 개트윅공항으로 분산하긴 했지만, 런던 내 공항들을 묶은 이른바 '6개 공항 네트워크'를 가동해 상황에 전면 대응할 순 없었다"며 "상당수 항공편을 유럽 대륙의 타국 공항으로 돌렸다"고 밝혔다.
대한민국도 이 같은 취약점이 우려된다. 여객 이동과 화물 수출입이 인천공항 한곳으로 몰려 재난 위기 시 자체 분산 대응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실제 수도권에 유일한 김포공항의 경우 소음 규제, 한정된 노선 등 문제로 인천공항 허브 기능을 맞추는 데 제약이 많은 실정이다. 수도권은 반도체·바이오·2차전지 같은 수출 산업의 중심지이면서, 인구와 이동 수요가 압도적으로 집중된 생활·비즈니스 권역이다.
청주공항은 수도권을 벗어난 입지, 짧은 활주로, 교통망·수출입 인프라 부족 탓에 수요 흡수가 어렵다.
유일의 분단에 놓인 한반도는 미사일·드론·전자전 공격 등 리스크가 상존하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공항이 군사 공격을 받아 마비된 사례는 세계에서 반복 중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 키이우 공항, 예멘 반군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벤구리온·라몬·사나 공항이 대표적이다. 폴란드·벨기에·덴마크·노르웨이 공항도 드론 영공 침범 등으로 마비된 바 있다.
윤영표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운영본부장은 "인천공항은 신도시와 국가산업을 연계해 항공 비즈니스를 극대화해야 하고, 대규모 수요를 분담할 수 있는 신규 인프라도 확보돼야 한다"며 "김포공항 국내선 인천공항 이전, 신공항을 통한 수요 분산 등 새로운 방안을 창조해야 할 때 우리나라가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신공항 이슈 기획팀=글 김현우·박지혜 기자 kimhw@incheonilbo.com
사진 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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