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만 달달 외우면 되나…” 순찰팀장 자격제 논란 확산
총 326문항 문제은행서 출제
“경험 중요한 자리” 실효성 지적
경찰청이 전문성 강화를 이유로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순찰팀장으로 근무하길 원하는 지역 경찰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치르는 ‘순찰팀장 자격제’ 도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강원도내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현 순찰팀장과 예비후보자를 조롱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경찰청은 올해부터 순찰팀장 자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지역관서 소속 지구대, 파출소의 현 순찰팀장과 이를 희망하는 지역 경찰들을 대상으로 자격시험을 진행, 항목별로 60점을 넘기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했다.
평가는 총 326문항(객관식 300문항·주관식 26문항)으로 문제은행에서 무작위로 제출된다. 실무능력과 업무시스템 평가 항목 등으로 구성됐다. 하반기 인사를 두고 희망자들에 한해 신청을 받아, 현재 도내 지역관서별로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은 순찰팀장을 두고 ‘내근하다 일하는 보직’ 등으로 비춰지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정작 지역 경찰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도내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시청으로 따지면 읍면동 팀장들을 전부 모아서 시정 전반에 대한 것을 테스트하겠다는 꼴인데, 왜 지역 경찰들에게만 이러는 지 모르겠다”며 “퇴직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300문제나 되는 문제를 들여다보며 공부하라고 하는 건 너무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2년 간 도내 순찰팀장을 하고 있다는 B씨는 경찰 내부망의 게시글을 통해 “35년간 경찰로 일했다. 그런데 평가를 치르기 위해 300문제를 풀다보니 지금 조롱받고 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며 “지역경찰 팀장들이나 예비후보자들의 역량이 실무지식 문제은행에 나오는 시험을 치러야 할 정도로 바닥인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계획을 세운 관련부서에 계신 모두에게 묻고 싶다. 혹여 1%라도 이 계획이 본인이나 상급자의 진급 등에 이용하기 위한 거라면, 경찰청은 팀장들이나 후보자들에게 모욕감을 준 것”이라고 했다.
제도 자체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도내 C 경감은 “시험을 본 사람이 문제은행에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나왔다고 하더라. 물론 주관식이 있다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지구대는 현장 경험이 중요한데, 그걸 잘 통솔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문제를 달달 외워서 평가 점수가 높은 게 큰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최현정 hj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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