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회장, 자녀에 주식 증여…‘주가 하락 특수’ 겨냥했나

송응철 기자 2025. 4.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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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로만 지분 승계…편법 난무하는 재계 움직임과 대조 이뤄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한미반도체는 곽동신 회장이 두 아들에게 보유 주식의 0.5%씩(총 96만6142주)을 증여한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한미반도체 제공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3세들에 대한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절세를 위해 트럼프발(發) 관세 조치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주(株)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최근 곽동신 회장이 장남 곽호성씨와 차남 곽호중씨에게 보유 주식의 0.5%씩(총 96만6142주)을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전체 증여 규모는 725억4200원이며, 증여 예정일은 오는 5월22일이다. 증여가 완료되면 두 자녀의 지분율은 각각 2.55%로 늘어나고, 곽 회장은 34.01%에서 33.01%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증여는 향후 경영권 승계에 대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23세인 호성씨와 18세인 호중씨는 아직 경영수업을 받고 않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곽 회장이 이번 증여의 시점이 절세를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 주가 침체기에 증여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상장사 지분 증여 시 증여세는 증여가 이뤄진 날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따라서 주가가 낮을수록 증여세 부담도 줄어든다.

실제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 등의 영향으로 올해 초 대비 큰 폭 하락한 상태다. 증여 공시 석 달 전인 지난 1월22일 한미반도체의 종가는 12만600원이었다. 증여를 위한 처분단가(1주당 7만5100원)는 이날 대비 38% 가까이 하락한 액수다.

곽 회장은 앞서 지난해 7월16일에도 두 아들에게 한미반도체 지분 1%씩(총 96만9937주) 증여한 바 있다. 같은 해 7월15일 종가(15만7900만원) 기준 3063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시에도 한미반도체 주가는 같은 해 6월14일 장중에서 역대 최고가인 19만6200원을 기록한 뒤 계속된 하락세를 보이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식 증여를 통한 한미반도체의 승계 방식은 재계의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내로라할 재벌가 대부분이 대물림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을 동원, 증여·상속세를 회피한 점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가(家)는 창업 이래 편법 없는 '바른 승계'를 고수해 왔다.

실제 1998년 한미반도체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한 곽 회장은 2007년 부친인 (故) 곽노권 한미반도체 창업주와 공동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권 지분 확대에 나섰다. 승계는 모두 증여로 이뤄졌다. 그해 곽 창업주로부터 한미반도체 지분을 증여받아 지분율을 12.6%까지 늘렸고, 이듬해인 2008년 추가 증여로 최대주주(27.42%)에 올랐다.

그리고 2023년 12월 곽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을 받으면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지었다. 이 과정에서 곽 회장은 증여·상속세를 빠짐없이 납부했다. 업계에서는 곽 회장 두 아들 역시 향후 지분 수증과 배당금을 활용한 주식 매입 등을 통해 한미반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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