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홍준표, 해고가 자유로워야 고용이 늘어난다?

박상희 2025. 4.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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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공론장을 위해 거짓이 사실로, 사실이 거짓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감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노동의 유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해고가 자유로워야 고용이 늘어납니다.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대선 출마 선언 (2024.4.14)

지금의 경직된 노동관계법으로 인해 노동시장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고의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회피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없앨 수 있다.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책 <제7공화국 선진대국을 연다> 201쪽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이 경직돼 있고 해고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정규직 채용을 비롯한 고용 창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경직된 노동관계법, 해고 유연성 확보돼야?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이 경직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해고와 관련한 법은 더욱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지수’(Employment Protection Legislation Index)가 근거다. 

고용보호지수는 노동관계법의 유연성, 특히 해고의 유연성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흔히 사용되는 지표다. 각국의 노동자 해고 및 고용 규제를 파악해 0부터 6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점수가 높을수록 규제가 엄격한 것으로, 즉 노동관계법이 경직됐다고 판단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정규직 고용보호지수는 2.37이다. OECD 평균인 2.22와 비슷한 수치다. OECD는 이 수치에 따라 규제 보호(regulatory protection)가 △낮은(low) △중간인(middle) △높은(high) 나라로 나눴는데 우리나라는 ‘중간’으로 분류됐다. (OECD ‘고용 전망 2020’ 보고서) 

규제 보호 수준이 중간인(2.0~2.5) 나라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독일, 멕시코 등 17개국이었다. 37개 회원국 중 정규직 고용보호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는 미국(1.30)이었고 가장 높은 국가는 체코로 3.02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의 김근주 선임연구위원도 “해고 자체는 아주 경직적이지는 않다”고 해석했다. “고용이 유연하다는 일본, 영국보다는 경직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보다는 우리가 훨씬 유연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근주 연구위원은 OECD가 각국 정부와 노사가 응답한 내용을 토대로 규제 현황을 파악하는 등 한계가 있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기업 중심 단체들이 자주 인용하는 지표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지수다.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의 ‘고용·해고 유연성’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141개국 중 10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은 국가경쟁력을 측정할 때 전체 111개 세부 평가 지표 중 71%를 최고 경영자에 대한 설문 결과로 판단한다. 경영자들의 응답률도 10%밖에 되지 않아 평가 결과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아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조교수 등이 작성한 2011년 논문 <국가경쟁력지수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 나온 내용이다. 

국가경쟁력 순위 변동을 두고도 “실질적인 국가경쟁력의 변동 때문인지 측정상의 문제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존재한다”고 이 논문은 지적했다. 

해고 자유로워야 고용 늘어난다?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OECD는 ‘고용 전망 2020’ 보고서에서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 규제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미약하다”고 밝혔다. 2018년 OECD 일자리 전략 보고서를 비롯한 여러 문헌 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해고 규제와 고용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 창출에는 해고 규제뿐만 아니라 각국의 노동 현황, 당시 국제경제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OECD 데이터 중에 해고의 경직성과 고용 간 부정적인 영향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나온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나라는) ‘해고 때문에 사람 뽑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게 정확히 규제 탓인지 인식의 탓인지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해고가 자유로워지면 반드시 고용이 는다는 것은 매우 도발적인 주장이고 많은 근거가 필요한 명제”라고 강조했다. 

기업 대상 설문 조사에서도 ‘해고의 유연성’ 문제는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는 주된 이유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월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 응한 126개 기업 중 60%가 ‘2025년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 긴축’이었다. 대기업들 절반 이상이 이렇게 답했다. 

그다음 이유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11.8%)을 들었고, ‘고용 경직성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어려움’(8.8%)은 세 번째였다. 다시 말해 “해고가 어려워 고용을 못 한다”고 답한 기업은 10곳 중 1곳도 안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 ‘2025년 상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 중. 도표 세 번째에 ‘경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구조조정 어려움‘ 항목이 고용 경직성 관련 항목이다. (출처 :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1월에 발표한 ‘2025 중견기업 고용 전망 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약 3주간 중견기업 800곳에 물어보니 절반가량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고, 그 원인으로 ‘실적 악화 및 수요 감소’(40.7%)를 가장 많이 꼽았다. ‘비용 절감’과 ‘경기 악화 우려’가 뒤를 이었다.  

또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고용 지원사업 확대’(25.7%)와 ‘세제 지원 확대’(23.2%)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견기업들의 17.5%는 ‘고용 유연성 제고’ 역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뉴스타파 박상희 sacha@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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