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30여 년만에 손질… 물려받은 만큼만 세금 낸다
상속 자산 클수록 세금 많이 납부… 일괄공제서 납세자별로 공제 적용
배우자 공제, 10억까지 초과 인정… 절세 위한 사전 증여 방안 살펴야
한국의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유산세 방식이라는 것은 피상속인, 즉 사망자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해 상속세를 계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상속세를 계산하기 쉽다는 점이다. 각자 받은 재산과 관계없이 내야 할 세금이 정해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리한 점들이 있다.
하지만 커다란 단점도 있었다. 상속인 중 아무나 상속세를 내기만 하면 되지만 누구도 쉽사리 세금을 납부하려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새로운 상속세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산세 취득 방식’으로의 전환
새로운 개편안의 첫 번째 핵심은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세 취득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유산세 취득 방식은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자산에 대해 개인마다 따로따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물려받은 상속 자산의 크기가 크면 상속세도 많이 납부해야 하는 구조라 볼 수 있다. 상속인이 받은 자산에 따라 상속세가 부과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속인별 상속 자산 파악이 쉽고 누가 얼마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과세 당국 입장에서는 상속인 개별 상속 자산 파악, 과세 정보 관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행정적인 부담이 늘어난다. 하지만 개편 방안의 취지 자체가 상속받은 자산만큼 세금을 내고, 납세자의 납부 편의를 증대시키는 것인 만큼 정부의 행정적인 부담이 가중돼도 유산세 취득 방식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개편안의 두 번째 핵심은 납세자별로 공제를 적용해 공제의 실효성을 개선하는 데 있다. 모든 상속 자산에 대해 공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상속인에게 부여된 공제 크기에 따라 각자 상이한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행 공제 제도를 살펴보면 일괄공제 5억 원과 기초공제 2억 원에 추가공제(자녀·미성년·장애인·연로자)를 합산한 값 중 공제 효과가 큰 것을 고르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기초공제 및 추가공제의 합계가 일괄공제(5억 원)보다 낮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일괄공제를 적용받게 되는 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일괄공제 및 기초공제를 유산세 취득방식에 맞춰서 상속인별로 공제로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현행법을 기준으로는 미성년 자녀 2명이 상속받는다고 가정하면 일괄공제(5억 원)에 대해서만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을 보면 기본공제를 각각 5억 원씩 받게 되며 미성년자 공제를 만 14세 자녀 A는 매년 1000만 원씩 성년까지 남은 기간(5년) 동안 총 500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만 9세의 자녀인 B도 매년 1000만 원씩 성년이 되기까지 10년 동안 총 1억 원을 추가로 공제받는 게 가능해진다. 두 사람이 합쳐서 11억5000만 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의 상속공제 제도보다 자녀 공제 및 상속인별 공제 제도의 개편을 통해 제도 실효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배우자 공제 제도 합리화
개편안의 세 번째 핵심은 배우자 공제 합리화이다. 현재의 배우자 공제는 최저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을 한도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한도가 30억 원이라는 것은 상속 자산 30억 원까지 공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받는 법정상속분의 한도로 계산했을 때 30억 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은 배우자 상속분 10억 원까지는 법정상속분을 초과해도 인정하겠다는 차원인 것이다.
자녀를 세 명 둔 피상속인이 총 18억 원의 상속 자산을 남겨두고 사망했다고 가정하자. 현행 제도에 따르면 일괄공제(5억 원)와 배우자 공제(6억 원) 등 총 11억 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우자가 실제 상속은 9억 원을 했다 하더라도 법정상속분 한도로 계산했을 때는 6억 원까지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기초로 다시 계산하게 되면 배우자 공제 법정상속분 한도가 6억 원이지만 10억 원까지는 초과분도 인정하기 때문에 상속받은 9억 원은 모두 공제 가능하다. 세 명의 자녀 역시 인별로 5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상속 자산에 대한 세금은 없어지게 된다.
이번 정부의 기자회견은 상속세 개편안의 큰 방향이 설정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자체적인 상속세 개편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머지않아 상속세가 개편될 것이라는 판단은 충분히 일리가 있으며 개편 방향이 이번 발표에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상속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라면 절세를 위한 사전 증여 방안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이두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4사업본부 재무설계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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