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후 바람 불어서?…NL 서부지구 불타오르네 [이창섭의 MLB와이드]

한겨레 2025. 4. 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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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8회말 득점 후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정후는 이날 4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315. 샌프란시스코는 3-11로 졌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가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월드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를 막기 위해 같은 지구 경쟁 팀들의 거센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홀로 뒤처진 콜로라도 로키스를 제외하면 모두가 우승을 노리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다저스를 괴롭혔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메이저리그 승률 전체 1위 팀(0.708·17승7패)이다.

승률 전체 1위지만 샌디에이고도 여유가 없다.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완전히 상향 평준화가 됐다. 전체 1위 샌디에이고와, 지구 2위 다저스(승률 0.667·16승8패)가 겨우 한 경기 차이다. 하루 만에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격차다. 여기에 지구 3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승률 0.625·15승9패)와 지구 4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승률 0.609·14승9패)도 모두 6할대 승률을 넘어서고 있다. 실제로, 다저스가 전체 3위, 샌프란시스코가 4위, 애리조나가 5위다.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순위가, 곧 메이저리그 전체 순위다.

샌디에이고의 선전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샌디에이고는 다른 팀들에 비해 별다른 선수 보강을 하지 못했다. 이미 장기 계약으로 묶인 선수가 많았고, 구단주 간 법적 분쟁이 일어나면서 내홍이 격화됐다. 스프링캠프가 다 돼서야 새 구단주 존 사이들러가 공식 승계됐고, 선발 투수 닉 피베타 영입이 이뤄졌다. 하지만 피베타가 팀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샌디에이고는 투타 균형에서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를 앞서고 있다. 타선이 팀 타율 전체 1위(0.270), 팀 OPS(출루율+장타율) 전체 4위(0.754), 투수진이 평균자책점 2.77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리더’ 매니 마차도가 중심을 지키는 가운데,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팀을 이끌고 있다. 개막 전부터 건강을 자신하며 활약을 예고했던 타티스 주니어는 현재 내셔널리그 홈런 1위(8개)에 올라 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오타니는 23일(한국시각) 출산휴가에서 돌아와 이날 경기 전 캐치볼을 했다. 27일부터 본격적인 불펜 투구를 할 예정이다.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로 지난 시즌에는 타자로만 뛰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다저스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개막 첫 8경기에서 8연승을 달렸던 다저스는, 이후 9경기 3승6패로 살짝 주춤했다. 그러나 콜로라도와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5승1패로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도 다저스는 ‘내부의 적’이 무섭다. 몇 경기 치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블레이크 스넬과 프레디 프리먼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프리먼은 정상적으로 복귀했고, 스넬 역시 곧 돌아올 예정이다. 다저스는 두 선수 외에도 돌아올 부상자들이 꽤 있다. 그 선수들의 복귀로 ‘완전체’가 되었을 때 치고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시즌 중반 오타니 쇼헤이의 투수 복귀가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샌프란시스코도 분전하고 있다.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와 백전노장 선발 저스틴 벌랜더의 합류로 팀 분위기가 다시 끈끈해졌다. 작년 9월에 취임한 버스터 포지 사장은 신구 조화를 앞세워 2010년대 세 차례 우승해낸 시절(2010, 2012, 2014년)을 재현하겠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의 약진에는 이정후의 도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어깨 수술로 일찍 시즌을 마감한 이정후는 재활 기간 각오를 더 단단히 다졌다. 최근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타격감이 살짝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시즌 타율 0.315, OPS 0.947로 성적이 뛰어나다. ‘팬 그래프’ 승리기여도 1.3은 팀 내 야수뿐만 아니라 투수까지 포함해도 가장 높다. 매트 채프먼과 로건 웹이 그 다음(1.2)이다. 몸 상태만 건강하다면 공격과 수비, 주루 모두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샌프란시스코가 현재 기세를 이어가려면 이정후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남은 시즌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리조나는 올해 다저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여겨졌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보다 선수 영입에 공을 들였다. 시즌 첫 11경기에서 5승6패로 출발은 좋지 않았지만, 이후 9승3패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네 팀의 승부는 결국 맞대결에서 갈릴 것이다. 같은 지구에 속해 있기 때문에 시즌 13경기씩 맞붙는다. 여기서 밀리면 경쟁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네 팀은 아직 서로 만난 적이 없는데, 다음 주중에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가 먼저 격돌한다. 그리고 5월 중순에 다저스와 애리조나가 맞대결을 치른다.

당초 다저스는 이번 정규시즌도 무난하게 우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다저스를 견제하는 팀이 같은 지구에만 무려 세 팀이 등장했다.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고, 방심할 수도 없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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