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엑스포아파트-이 시대의 마을숲[정태겸의 풍경](85)
2025. 4. 23. 06:06
몇 년 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료를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2012년 특별상까지 받았다는 아파트숲. 대체 어떤 모습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와는 어떤 면이 다를까.
차량의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릴 때,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유심히 살펴봤다. 겉보기에 보통의 아파트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유독 눈에 띄었던 건 나무의 키였다. 아파트의 담장 대신 솟아오른 메타세쿼이아와 전나무가 남달랐다. 아파트 안으로 걸어들어가 산책하듯 걸으며 주위를 살펴보니 알 것 같았다. 51개동 4000세대가 사는 아파트단지이고, 1994년에 지어진 걸 감안하면 나무가 많았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파트라는 주거양식을 생각하면 이런 형태의 숲이 아주 잘 설계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무도 종류가 다양하다. 튤립나무, 느티나무, 고욤나무, 엄나무, 벚나무 등. 봄이어서 나무들은 각자의 존재감을 다채롭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나무가 많으니 동물도 많이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청설모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채롭기까지 했다. 아파트에 조경을 넘어 숲을 만들었다는 건 자연을 곁으로 가져왔다는 것이리라. 이 아파트의 숲은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또 다른 형태의 마을숲이 아닐까.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경향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두 번 안 당한다” 버틴 중국…급한 미국, 사실상 후퇴했다
- ‘뽀득뽀득, 쓱싹쓱싹’···편안히 쉬세요, 소리 들려드릴게요
- ‘중국의 저축’이 미국을 화나게 한다···무역전쟁의 속사정
- [전성인의 난세직필](38) 예보가 달러화 투자? 이게 말이 될까
- [서중해의 경제망원경](46) 세계화는 종말을 고했나
- 시기상조냐, 이미 온 미래냐···대선 의제로 부상한 ‘주 4.5일제’
- [가깝고도 먼 아세안](52) 베트남 ‘대나무 외교’, 트럼프도 결국 꺾였다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6) 예산 떨어지면 중단되는 ‘한국의 복지 서비스’
- [한동수의 틈새](1) 대법관 증원 역설한 ‘대법원의 사법쿠데타’
- “친목 모임일 뿐 접대 아냐” 지귀연 판사, 대법원에 소명서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