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이자 10% 준다는 ‘다둥이 적금’, 조건 너무 까다로워
우대금리 충족 사실상 어려워
“이거 연 8% 금리 받아가는 사람이 있긴 한가요? 이미 애도 두어 명 있는 상태에서 적금 가입 기간에 애 하나 더 낳아야 겨우 이자 몇 만원 더 주네요.”
쌍둥이를 키우는 직장인 홍모(42)씨는 요즘 아이 수에 따라 우대 금리를 쳐주는 ‘다둥이 적금’이 있다는 소식에 알아보다가 가입 의사를 접었다. 우대 금리 조건이 너무 빡빡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너도나도 ‘저출생 극복 상품’을 내놓고, 적금 금리 상위에 ‘다둥이 적금’들이 올라와 있지만 정작 자녀가 많은 가정도 실질적 혜택을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1월부터 홈페이지에 ‘저출생 극복 상품’을 공시하고 있고, 저축은행중앙회도 21일부터 ‘저출생 대응 금융 상품’을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다. 은행권은 28개, 저축은행권은 16개가 소개되고 있다. 대부분 자녀 수가 많을수록 우대 금리를 더 얹어주고, 임신·출산 등을 증명해 우대 금리를 받아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은행들이 이 우대 금리를 여러 항목으로 쪼개 사실상 최고 금리를 받기 힘든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8월 최고 연 10% 금리를 준다며 출시한 ‘아이사랑적금’ 기본 금리는 연 2%이다. 우대 금리로 나머지 8%포인트를 채울 수 있다. 그 조건은 만기 때 만 18세 이하 자녀가 4명 이상이거나, 3명이면서 임신 확인서를 제출할 수 있어야 하고(4%포인트), 기초생활수급·장애인·한부모가족임을 증빙해야 하며(1%포인트), 아동수당을 KB국민은행 계좌로 6회 이상 받아야 한다(3%포인트). 다자녀도 흔치 않은데 그 자녀들이 미성년자이면서,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는 영유아 자녀(0~7세)도 있어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다.
신한은행 ‘다둥이 상생 적금’, 하나은행 ‘아이키움 적금’, 경남은행 ‘하이베이비 적금’ 등도 기본 금리로 연 1.45~2.5%를 주고 나머지는 우대 금리를 채워 최고 연 8% 금리를 준다. 하이베이비 적금은 자녀 셋(2%포인트)에 가입 기간 내 출산(2%포인트)을 해야 우대 금리를 채울 수 있다.
저축은행업권 저출생 대응 상품은 대부분(11개)이 최고 금리가 연 5% 이하다. 이에 “일반 적금 상품에 비해 증빙만 복잡하고 별 이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웰컴저축은행 ‘아이사랑 정기적금(연 10%)’은 16세 이하 자녀가 셋이면 우대 금리를 7%포인트 얹어준다. 다만 월 불입액이 10만원이라, 1년을 부으면 손에 쥐는 이자가 약 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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