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기 위해”…오사카서도 흐르는 4·3 눈물
[KBS 제주] [앵커]
70여 년 전 4·3의 광풍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갔던 많은 제주도민이 있는데요.
해마다 4월이 저물기 전, 일본에서도 4·3 영령들을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리는 이유입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4·3을 기억하려 애쓰는 유족들을 안서연, 나종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4·3 희생자 위령비가 우뚝 서 있는 일본 오사카의 통국사.
수많은 재일제주인이 안장된 이곳에서 한 할머니가 기도를 올립니다.
고춘자 할머니는 70여 년 전 4·3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할머니와 두 외삼촌을 잃고, 쫓기듯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4·3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가족관계가 사실과 다르게 등록됐기 때문입니다.
[고춘자/미인정 4·3 유족 : "우리 어머니가 후처로 들어왔어요. 큰어머니가 계시니까 어머니는 입적을 못 했나 봐요. 그래서 저는 큰어머니 딸로, 현재 호적상은 그렇게 돼 있거든요."]
밤마다 딸을 껴안고 우시던 어머니 대신 해마다 4·3 위령제를 찾고 있습니다.
[고춘자/미인정 4·3 유족 : "너무 가슴 아프게 하는 그 어머니 모습을 쭉 같이 살면서 보니까 현재는 어머니 돌아가셨어도 내가 그 사정을 알기 때문에."]
위령제에 방문한 재일제주인 4·3 유족들.
1998년 첫 위령제 개최 이후 20년 만인 지난 2018년 공식 추모 공간까지 마련했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오광현/재일본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 "아직 1세대 어르신들이 계시고 한이 많아요. 우리는 2세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앞으로 3세나 젊은이들 들어와서 세대 계승 그런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차별과 정체성의 갈등 속에서 삶을 일구면서도 고향 제주를 잊지 않았던 재일제주인들, 이들의 마음에도, 제주에도 완전한 봄이 오기를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랐습니다.
위령제는 단 하루의 추념 행사가 아니라 기나긴 세월 속에서 4·3의 의미를 지켜가겠다는 모두의 다짐이었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영상편집:고진현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나종훈 기자 (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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