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역풍…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표적' 된 韓

日 들쑤신 오아시스 한국팀 상륙
KT&G 때린 스틸파트너스도 눈독
상법 개정 땐 공세 더 거세질 듯

▶마켓인사이트 4월 22일 오후 3시 3분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밸류업 정책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하기 좋은 제도적 저변이 하나둘 갖춰지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상법 개정을 예고하면서 대선 정국 이후 글로벌 펀드의 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행동주의펀드 오아시스매니지먼트는 한국 투자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이번에 채용하는 인력은 홍콩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투자 대상인 한국 기업의 경영진과 의사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오아시스가 국내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물밑 소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아시스는 2002년 설립된 행동주의 펀드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 닌텐도 지분을 확보해 모바일 게임 신작을 내놓으라고 압박해 ‘포켓몬고’ 출시를 이끌어낸 펀드로 유명하다. 일본 전자업체 교세라와 캐논 등에 대해서도 행동주의 캠페인을 펼쳤다.

2006년 행동주의 펀드 칼아이컨과 함께 KT&G를 공격해 이름을 알린 스틸파트너스도 한국 시장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찾아 국내 주요 행동주의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파트너스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전략까지 활용하는 곳이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밸류업 정책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서면서 ‘자사주의 마법’을 차단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점을 글로벌 펀드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의 학습 효과가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밸류업 정책을 실시해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크게 늘어났다.

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뒤 상법 개정 등이 이뤄지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