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 투자·140억 적자…LG, 전기차 충전업 철수
[한국경제TV 김대연 기자]
<앵커>
LG전자가 3년 만에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한 자회사 하이비차저도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사업 재편에 들어갔습니다.
산업부 김대연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 기자, LG전자가 왜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 철수하는 겁니까?
<기자>
한마디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때문입니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하이비차저(구 애플망고) 지분을 인수하며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마트 점포에 급·완속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충전 솔루션을 제공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는데요.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오는 2030년 매출 100조 원 달성을 위한 동력으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꼽기도 했습니다.
이 사업을 매출 1조 원 이상의 차세대 유니콘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었던 거죠.
그런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기차 수요가 급감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죠.
악재가 연달아 겹치면서 3년 만에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접은 겁니다.
LG전자는 전략적 리밸런싱 차원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전기차 충전 사업의 첫 해외 생산 거점이었던 미국 텍사스 공장도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업을 담당했던 인력 100여 명도 다른 사업 조직에 배치될 예정입니다.
<앵커>
사업 전략 재편이라는 설명인데, 아예 자회사 하이비차저도 청산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이비차저는 LG전자가 GS에너지, GS네오텍과 공동으로 지분 100%를 인수했는데요.
LG전자 지분이 60%로 가장 많고,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34%와 6%입니다.
세 회사는 인수대금과 1·2차 유상증자 대금을 합쳐 584억 원을 투자했는데요.
당시 하이비차저가 슬림형 급속 충전기 설계와 관련한 독자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인수하자마자 2년 연속 실적이 마이너스였는데요.
하이비차저의 영업손실이 지난 2023년 70억 원, 지난해 72억 원이었습니다.
LG전자만 약 350억 원을 투자했는데, 2년 만에 142억 원의 적자를 낸 겁니다.
사실 GS그룹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청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태였습니다.
공시를 보면 "하이비차저 투자주식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해 152억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고 나왔는데요.
쉽게 말해 손실이 너무 커서 지금 GS가 갖고 있는 지분 가치가 '제로(0)'가 됐다는 뜻입니다.
<앵커>
전기차 충전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주력한다고요?
<기자>
네,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뉘는데요.
가정용·상업용 에어컨과 초대형 냉방기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HVAC 사업에 몰두할 계획입니다.
조 사장도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발언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조주완 / LG전자 사장(지난달 25일): 다소 불확실성이 높더라도 신사업을 과감하게 추진을 해봤습니다만…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가 가진 제품과 기술, 노하우 같은 역량을 기반으로 확장 가능한 사업 등 선택과 집중형 신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LG전자는 B2B 영역을 공략하는데, 핵심이 HVAC과 자동차 부품 사업입니다.
LG전자의 HVAC 사업은 지난 4년 동안 연평균 12% 성장했는데요.
성장 가능성이 크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거죠.
지난해 HVAC 매출이 10조 원이었는데, 5년 후에는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증권가에서는 이번 리밸런싱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 기술이 표준화된 만큼 장벽을 뚫기 어려웠고요.
전기차 수요까지 줄면서 충전기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는 설명입니다.
대신 AI와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으로 HVAC 사업은 흥행하고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최근 LG전자는 일본 다이킨을 제치고 싱가포르 투아스 물류센터에 고효율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 실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분기가 에어컨이나 칠러가 잘 팔리는 성수기인 것도 한몫하는데요.
올해 1분기에 HVAC을 담당하는 ES사업부에서 영업이익이 약 3,4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KB증권은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인 칠러 매출 증가에 따른 공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B2B 매출 비중도 올해 35%에서 오는 2030년 5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김대연 기자였습니다.
김대연 기자 bigkit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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