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시외버스터미널 ‘차단기 사태’ 확산…교통·상권 동시 흔들

김영우 기자 2025. 4. 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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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 터미널에 차단기 설치로 주민·상인 반발
행정 개입 한계 속 갈등 장기화 우려
차단기에 가로막힌 고령시외버스터미널. 김영우 기자
고령군 공공시설의 외형을 띤 사적 공간에서 벌어진 권리 충돌이, 지역 교통과 상권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1960년대 조성 이후 60여 년간 군민과 여행객의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고령시외버스터미널이 차단기와 철망 펜스로 가로막혔다.

고령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불거진 이른바 '차단기 사태'가 지역사회를 뒤흔들며, 터미널 사업주의 일방적인 차단기 설치와 주차 유료화 조치가 인근 상가를 직격,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핵심은 명확하다. 사유지 위에 세워진 공공시설이라는 구조적 허점이, 공공성과 사적 권리의 충돌을 낳고 있다.

고령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비 6000만 원에 군비 2억 원을 보태 연간 총 2억6000만 원을 터미널 운영에 지원하고 있다"며 "이는 인근 시·군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의 소문처럼 추가 지원금 요구는 없었고, 차단기 설치는 사업주의 독자적 판단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사업주 측의 설명은 '안전'이다. 터미널 초입에 위치한 식당과 편의점 앞 주정차 금지구역에 불법 주차가 만연해, 버스 진입에 차질이 생기고 안전요원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결국 차단기를 설치하게 됐다는 것.

그러나 차단기 설치 이후 문제가 터졌다. 터미널 부지 전체가 사유지인 탓에, 인근 상가를 찾는 손님들마저 유료 주차 대상이 되면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는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한 상인은 "코로나 때도 안 끊기던 발길이, 차단기 하나에 무너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기 시간 터미널 밖 도로에서 정차 중인 대가야여객. 김영우 기자
군 관계자는 "차단기 설치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의 개입이 쉽지 않다"면서 "상가 고객에게라도 50% 주차요금 할인권을 제공하자고 요청했지만, 사업주와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차단기 자체가 이미 손님에게 심리적 장벽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터미널과 운수회사 간 갈등도 표면화됐다.

기존에는 대가야여객 버스들이 터미널 내에 야간 주차를 했지만, 사업주는 "차고지가 따로 있는데 왜 내 땅을 차고지처럼 쓰느냐"며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일부 버스가 인근 도로변에 주차되면서 일반 군민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터미널 부지 경계에 펜스 설치까지 추진된다는 소문이 돌자, 상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식당과 편의점 앞 진입로만큼은 확보하라고 강하게 요청했다"고 했지만, 공공의 이익보다 사유재산권이 우선되는 현실 속에서, 행정의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터미널 측이 매년 수억 원의 보조금을 받고도 왜 주차요금까지 받느냐"는 질문에 대해 군 관계자는 "사유지인 만큼 보조금과는 별개로 사업주의 권한이고, 장기 주차 문제 등도 있어 완전 무료화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