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 관세’도 겨냥…“관련주 투자 신중해야” [투자, 지정학]
현실화 땐 EU 최대 타격 전망
“미·EU ‘관세 전쟁’ 서막될 것”
원료의약품 쥔 中도 견제 포석
의약품 ‘리쇼어링’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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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약품 공급을 중국과 다른 여러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에서 만들어진 약을 갖게 될 겁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3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자와 질의응답)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주 기관차가 그동안 ‘언터쳐블(Untouchable)’의 공간에 진입할 준비를 한 모양새다. ‘엄포’만 놓을 뿐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의약품에 대해 이번엔 관세를 부과할 자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미 상무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과 그 원료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고 관보에 공지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고 평가한다. 이론상으론 상무부의 절차를 거쳐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기까진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는 하는데,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모습을 보자면 관세 현실화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가 커진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최근 “의약품 관세 부과를 한두 달 내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독보적 세계 1위 의약품 수입국 美
의약품 관세 부과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얻고자 하는 목표는 상당히 뚜렷하다. 미국인들이 필요로 하고 소비하는 의약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는 국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연간 의약품 수입 규모는 2127억달러에 달했다. 불과 1년 전(1770억달러)과 비교했을 때 20.17%(357억달러)나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최고 비율, 최대 금액 증가폭이다.
국가별로 봤을 때도 지난해 미국이 기록한 의약품 수입액은 전 세계 모든 국가 의약품 수입액의 18%에 이르는 수준이다. 약 470억달러(8.7%)로 2위를 기록한 독일의 4.53배다.
수입액이 큰 것은 그만큼 미국인의 의약품 소비 규모도 다른 어느 국가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인의 총의약품 지출액(명목가격 기준)은 약 7600억달러로 추산된다. 2위 중국(약 1800억달러)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의약품 수입 규모가 커진 게 미국인들의 풍족한 의약품 소비와 연결됐다고 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글로벌 초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전 세계 각지에 생산 기지를 구축함으로써 촘촘한 공급망을 통해 생산 단가와 운송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면서 “미국인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소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들어선 미국인들이 비만치료제 등 전문 약품과 바이오 의약품 등 해외 밸류체인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수입해 소비하는 것도 수입·소비액 급증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EU, 의약품 관세 최대 피해자 될 듯
의약품 탓에 발생한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유럽연합(EU)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이 수입한 의약품 중 약 60%에 해당하는 1270억달러어치가 EU 국가로부터 건너갔기 때문이다.
EU 국가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바로 아일랜드다. 미국은 지난해 아일랜드로부터 503억달러 규모의 의약품을 수입했는데, 이는 전체 수입 의약품의 4분의 1 수준에 육박하는 규모다.
화이자(Pfizer), 존슨앤드존슨(J&J), 머크(MSD), 애브비 등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빅파마들은 아일랜드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두고 미국향(向)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유럽 지역 생산·공급 허브로 활용 중이다.
아일랜드 이외에도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의약품 수입액 상위 목록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독일에서 수입한 의약품 액수도 172억달러, 전체 수입액 중 8.1%의 비율로 3위에 올랐다.
이탈리아(75억달러), 프랑스(59억달러), 네덜란드(39억달러), 벨기에(38억달러) 등 EU 회원국들도 주요 대미(對美) 의약품 수출국이었다.
비록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에 자리한 스위스로부터도 미국은 지난해 190억달러어치 의약품을 수입했다. 전체 수입액 중 8.9%로 아일랜드의 바로 뒤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관세 부과가 미국과 EU 간의 본격적인 관세 전쟁의 서막을 열 것이란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미 철강, 전기차로 대표되는 완성차 부문 등에서 고강도 관세 압박을 받으면서도 인내심을 발휘 중인 EU가 “다국적 제약사에 의존 중인 미국 시장에 대해 통상 카드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선 의약품 인허가, 공동 연구·개발(R&D), 공급망 상호 인증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복원한 미국과 EU 간의 의약품 공동 비축 및 위기 대응체계도 관세로 인해 심각하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단 지적도 나온다.
미국行 의약품 원료 꽉 쥔 中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칼끝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중국을 가리키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밸류체인에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지점은 바로 원료의약품(API) 부문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 정보사이트 드러그페이턴트워치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200만톤 이상의 API를 생산할 능력을 보유 중이다. 중국이 생산할 수 있는 API 제품의 종류는 2000개를 넘어선다고도 한다. API의 반(半)제품 상태인 API 중간체 시장에서도 중국의 비중은 큰데, 바이오 시장 분석 기관에 따르면 유럽에서 쓰이는 API 중간체의 70%는 중국산이다. 이런 과정으로 생산된 의약품이 EU에서 미국으로 수출된다는 점에서 미국 의약품 시장이 중국에 사실상 의존하고 있는 구조라 볼 수도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등 외부 국가에 API 생산을 의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바 있다. 당시 중국 API 공장이 ‘셧다운(생산 중단)’을 단행하면서 항생제 ‘페니실린’과 해열제 ‘파라세타몰’ 등 주요 기초 의약품의 생산마다 타격을 입었고,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관세 부과를 통해 수입 의약품으로 중국에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틀어막는 것을 넘어, 의약품 원재료 생산을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 내로 역량을 끌고 들어오는 게 안보적으로도 큰 이익으로 직결된다고 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제는 이미 ‘치킨게임’ 수준에 이른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전쟁이 의약품 부문까지 번질 경우 파장이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단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자국의 공공보건 부문의 피해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 민감 영역까지 관세 전쟁터를 확대하는 미국의 자세에 중국이 양국 관계의 근본적인 훼손까지도 불러올 수 있는 초강경 조처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관세 채찍 휘두르자 美 리쇼어링 나선 빅파마
트럼프 대통령이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있는 ‘관세 채찍’ 덕분일까. 당장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들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내부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겠단 약속을 하는 중이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지난 2월 270억달러를 투자해 5년 내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에 제조공장 4개를 건설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2020~2024년 미국 내 제조 입지를 확장하는 데 230억달러를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총 5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미국 내 생산 역량 확대에 투입하는 것이다.
화이자도 해외 제조시설을 미국 내 운영 중인 13개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미 제약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적의 빅파마도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관세는 전가의 보도? 단기현실은 미국인 ‘부메랑’
트럼프 대통령 의약품 리쇼어링 정책이 앞길에 꽃길만 깔렸다고 보긴 어렵다.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는 의약품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의 꿈을 현실화하기까지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전문가 다수의 지적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미국 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2029년 1월 퇴임 시점까지 투자를 약속한 빅파마의 의약품 제조 시설이 미국으로 이전해 수요에 맞춰 공급을 시작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단 것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엄격한 승인 절차는 미국 내 의약품 생산 시설 확충 속도를 높이기 힘든 대표적인 ‘과속 방지턱’으로 꼽힌다. 고비용 인프라를 구축한다더라도, 확충된 설비에 걸맞은 전문 인력을 일순간에 확충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API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다양한 국가에 걸쳐 공급망이 형성된 현재 의약품 밸류체인을 미국 내로 완전히 이전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인의 의약품을 미국에선 완전히 생산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꿈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낙관적 시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리쇼어링이 10년 뒤 완성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그동안 트럼프발(發) 의약품 관세는 ‘약값 급등’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미국 국민을 직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도 가볍게 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우려의 중심엔 값비싼 원본 의약품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이 서 있다.
마리아나 소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02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통되는 복제약의 오직 14%만이 미국 내에서 생산됐다. .디데리크 스타디크 ING리서치 연구원은 인도와 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의약품과 API 등 원료 성분에 트럼프 미 행정부가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복제약 가격이 17.5%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조사한 전문가 10명 중 7명은 의약품 관세로 인해 의약품 가격이 최소 10%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관세로 인한 약값 상승으로 가장 먼저 고통을 받을 계층은 의료비 지불 여력이 부족한 미국 내 저소득층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지지하는 계층이 의약품 관세 부과로 인한 중단기적 피해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빅파마 투자 신중…美 생산 집중·리쇼어링 수혜주 집중해야”
당장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가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축한 빅파마 주가엔 직격탄을 날린 모양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38개 제약사 및 관련 상장주로 구성된 ‘다우존스 미국 제약사 지수(Dow Jones U.S. Pharmaceuticals Index)’는 장중 765.56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한 의지를 연이틀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투심이 꺾인 결과로 읽힌다.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공화당 전국의회위원회 만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다음 날인 9일엔 70여개국에 대한 상호관세 90일 유예 소식을 알리면서도 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는 “부과할 것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대표적으로 미 증시에 상장된 화이자, 애브비, J&J, 머크(MSD) 주가는 1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등락률로 각각 -15.7%, -18%, -6.5%, -5.2%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영국 증시에 상장된 아스트라제네카(-13%) , GSK(-13.4%)와 프랑스 증시 상장주 사노피(-10.7%), 스위스 증시 상장주 노바티스(-4.8%) 등의 주가도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비만 치료제 ‘위고비’ 인기로 인해 주가가 급등, 지난해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던 노보노디스크도 대표적인 트럼프 의약품 관세 피해주로 꼽힌다. 대표 상품 위고비의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부과 드라이브가 주가엔 치명타로 작용한 탓이다. 작년 6월 26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증시에서 1033.20크로네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423.35크로네까지 내려앉으면서 58.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주요 투자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글로벌 빅파마에 대한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에밀리 필드 바클레이즈 연구원은 “현재 확실한 것은 더 많은 불확실성뿐”이라고 말했고, 매트 피프스 윌리엄 블레어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치적 득실 계산에 진심인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품목처럼 고율 관세를 일단 부과한 후 손바닥 뒤집듯 유예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주식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점에서 그나마 증권가가 꼽은 주목할 의약품 섹터 투자 키워드는 ①미국 내 생산 중심 ②미국 리쇼어링 수혜 인프라·장비 기업이다.
글로벌 빅파마 중에선 미국 인디애나주를 기반으로 주요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 함께 비만 치료제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젭바운드’란 걸출한 상품을 보유한 일라이 릴리가 요즘 주목할 종목으로 꼽힌다. 1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최근 1개월간 일라이 일리 주가는 1.2% 상승하며 의약품 관련주 약세장 속에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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