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도깨비가”… 어르신 ‘이야기 수업’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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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머니가 들려줄 이야기는 파란 도깨비의 선물이에요."
● "이야기 잘 들려주는 고운 할머니" 김 씨는 '송파런 이야기교실'에 참여한 '이야기 어르신'이다.
송파런 이야기교실은 60∼75세 어르신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찾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김 씨를 비롯해 총 8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송파구 이야기 어르신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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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5세 노인들 10년 넘게 활동
유치원-초등학교 직접 찾아 호응
아이는 감성 교육-노인은 사회참여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은선유치원. 흰 저고리에 노란 한복 치마를 차려입은 김종숙 씨(71) 앞에 새싹반 어린이 22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한 할아버지가 도깨비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이들은 때론 진지한 표정으로, 때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김 씨를 바라봤다.
김 씨가 “어두운 밤에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어요”라며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하자 숨죽여 듣던 아이는 “도깨비다!”라고 소리 내며 박수를 쳤다. 김 씨가 붉은 뿔이 달린 도깨비 인형을 꺼내 들자 의자에 앉은 아이는 “헉” 소리치며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아이들은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라며 김 씨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김 씨의 구호와 동작에 맞춰 손을 번쩍 들고 엉덩이를 실룩샐룩 흔들기도 했다.
● “이야기 잘 들려주는 고운 할머니”
김 씨는 ‘송파런 이야기교실’에 참여한 ‘이야기 어르신’이다. 송파런 이야기교실은 60∼75세 어르신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찾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어르신들은 전문 언어지도 강사로부터 반기마다 아동 심리와 발성법 등 구연동화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은혜 갚은 까치’ 같은 전래동화부터 ‘이파라파냐무냐무’(2020년) 등 현대 감성이 담긴 그림책까지 다양한 주제로 매주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
이날 김 씨는 ‘실버 스토리텔러’라고 적힌 명함을 건네며 스스로 소개했다. 김 씨는 2013년 이야기교실 시작부터 참여해 10년 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치원에 들르는 날 아침이면 거울 앞에서 머리를 곱게 빗고 이야기를 되뇌며 연습한다. 소품도 직접 만든다. 이날 도깨비 인형도 나무젓가락에 색깔 부직포를 테이프로 붙이고 장난감 눈을 붙여 만들었다.
김 씨는 “처음엔 손녀딸에게 좋은 할머니가 되고 싶어서 이야기를 배웠는데 지금은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재미로 계속한다”라며 “길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이 ‘이야기 할머니!’라고 소리치며 달려와 안길 때 너무나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 씨의 이야기를 들은 김윤하 양(3)과 조율 양(3)은 “하늘의 별 따는 이야기가 제일 재밌었어요”라며 “할머니 빨리 다시 만나고 싶어요”라고 했다.
김 씨를 비롯해 총 8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송파구 이야기 어르신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아이들에게는 우리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와 교감하며 얻는 따뜻한 감성을, 어르신에게는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라며 “학부모 반응도 좋아서 올해도 35곳의 관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 구민들에게 나이별 맞춤형 교육 제공
송파구에서는 ‘송파런’이라는 온·오프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구민들에게 보육, 돌봄, 교육, 일자리, 건강·여가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야기 교실뿐 아니라 유치원 원어민 영어교실부터 평생학습동아리, 성인 문해교육 등 나이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뮤직 스튜디오 프로그램으로 악기 대여와 동아리 대관 등 창작 활동 지원과 더불어 총 1564명에게 45개 전문 음악 교육을 제공했다. 미래 특화 프로그램으로는 KT와 함께 청소년 인공지능(AI) 자격증 과정을 운영해 코딩 등 미래 교육을 선보였다. 장애인 평생교육이용권 사업으로 19세 이상 성인 장애인들의 학습권 보장과 사회 참여도 지원하고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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