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벗' 교황, 부활절 다음날 주님 곁으로
이민자 가정…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
평생 '청빈'…교황궁 아닌 손님숙소 거주
"동성애자 차별 안돼" 단죄보다 포용
2014년 방한…세월호 유가족 위로
선종 하루 전 부활절 미사 참여
교황청 "일생을 주님·교회에 헌신"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지시간으로 21일 오전 7시 35분에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 평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회계 업무를 봐주던 양말공장에서 청소와 사무보조로 일했다. 공업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오전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오후엔 학교에서 식품화학을 공부했다. 교황의 소박한 삶과 검소한 정신은 이때부터 자연스레 몸에 밴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하고 학사 학위를 받았으나 사제직을 선택해 1958년 예수회에 입회했다. 1967년에서 1970년까지 산미겔의 성 요셉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1969년 사제로 서품됐다. 1992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보좌주교로 임명됐고, 그해 주교로 서품됐다.
이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부교구장 대주교, 대교구장 등을 거쳐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역임했고, 2013년 건강상의 문제로 자진 사임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1282년 만의 비유럽권이자 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인 그는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수적이며 전통적이었던 베네딕토 16세와 진보적이며 개방적인 프란치스코의 관계는 2019년 ‘두 교황’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평생을 기도와 고행을 통해 봉사하는 삶을 실천한 인물로도 꼽힌다. 보수적인 아르헨티나 가톨릭교회를 현대화하는 데 애쓰기도 했다. 그의 삶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청빈’과 ‘겸손’이다. 대주교가 된 뒤에도 운전기사 없이 항상 버스를 타고 다니고, 관저가 아닌 단칸방 아파트에 살며 음식을 직접 만드는 등 청렴한 생활을 했다.
교황 선출 이후에도 교황궁을 마다하고 교황청을 방문하는 손님용 숙소에 거주하는 등 검소하고 격의 없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교황직에 선출될 당시엔 교황 선출자가 전통적으로 착용하는 붉은색 교황용 모제타를 입지 않았다. 전례를 집전할 때에도 화려한 장식이 없는 검소하고 소박한 제의를 입었다.
2014년에는 한국을 찾기도 했다. 당시 8월 14~18일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서울 광화문광장),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충남 서산 해미읍성),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대전 월드컵경기장),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명동성당) 등을 집전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 용산참사 피해자 등도 만났다.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생을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면서 “신앙, 용기, 보편적 사랑을 갖고 복음의 가치를 살아가라고 우리를 가르쳤다”고 전한 뒤,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소외된 이들을 지지했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출간한 자서전 ‘희망’을 통해 전한 생각 그대로다.
“교황 장례 예식이 너무 성대해서 담당자와 상의해 간소화했다. 화려한 장례 제대도, 관을 닫는 특별한 의식도 없애기로 했다. 품위는 지키되, 다른 그리스도인들처럼 소박하게 치르고 싶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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