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일본이 한국 쌀값 올리고 있다?
구민주 기자 2025. 4. 21. 15:00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쌀을 대거 구입해 출국하면서 국내 쌀값이 오른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 일본인이 한국여행 중 저렴하게 쌀을 사왔다는 후기와 공항에서의 검역 절차까지 후기로 올리며 화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X(옛 트위터)' 에서는 일본 쌀값이 한국의 2배라며 불만을 토하거나, 직접 한국에서 쌀을 사왔다는 이들의 인증샷도 여럿 확인됐습니다.
JTBC 팩트체크부가 이 주장들에 대해 팩트체크해 봤습니다.
한 일본인이 한국여행 중 저렴하게 쌀을 사왔다는 후기와 공항에서의 검역 절차까지 후기로 올리며 화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X(옛 트위터)' 에서는 일본 쌀값이 한국의 2배라며 불만을 토하거나, 직접 한국에서 쌀을 사왔다는 이들의 인증샷도 여럿 확인됐습니다.
JTBC 팩트체크부가 이 주장들에 대해 팩트체크해 봤습니다.
① 일본인들이 한국 쌀을 사재기하고 있다?
우선 게시물 속 단서를 통해 국내 마트 등에서 구입한 쌀을 가지고 출국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봤습니다.
사진 속 검역증명서를 발부한 것으로 나온 농림축산검역본부 측에 쌀을 구입해 출국하는 사례가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쌀을 가지고 일본으로 출국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또 검역 후 관련 증명서를 발부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쌀'을 휴대해 해외로 가지고 나가려면 식물검역관에게 검역을 받아야 합니다. (식물방역법 제28조)
가공품으로 분류되는 쌀을 식물 수출품으로 보기 때문에 수출검역증명서를 받아야 하는 겁니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2018년 10월부터 휴대식물 수입 시 수출국이 발행한 수출검역증명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쌀을 일본으로 가지고 나가는 사례가 많았을까요?
JTBC가 검역본부로부터 받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쌀 수출(휴대) 통계를 분석해봤습니다.
국내 모든 공항과 항만을 통해 개인이 쌀을 휴대해 나간 통계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일본으로의 출입국자가 적었던 2020년~2022년까지는 10건 안팎이었습니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2023년에 쌀을 휴대해 나간 경우는 29건 187kg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엔 174건 1310kg으로 건수와 양 모두 6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1인당 7kg 이상의 쌀을 직접 가지고 일본으로 나간 셈입니다.
특히 올해는 더 빠르게 늘고 있었습니다.
1월부터 3월까지 193건으로 이미 지난해 1년간 일본으로 가져간 건수를 초과했습니다.
석 달간 1855kg, 1인당 10kg의 쌀을 가지고 출국한 셈입니다.
다만 검역을 신청할 때 신청자의 국적을 표기하지 않아 일본인인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또 이 정도 양으로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쌀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볼 순 없습니다.
따라서 일본인이 한국 쌀을 사재기 하고 있다는 것보다 일본으로 출국하는 사람들 중 쌀을 가져가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② 일본 쌀값 폭등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자료를 확인해봤습니다.
농림수산성은 지난 14일,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전국 1000개 슈퍼에서 판매된 쌀 5㎏평균 가격이 4214엔(약 4만2000원)으로 집계돼 14주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 2068엔(2만1천원)보다 약 2배 올랐습니다.
농림수산성은 '슈퍼 판매량은 2024년 4월 이후 서서히 증가했으며, 특히 8월에는 난카이 대지진 임시 정보, 지진, 태풍 등을 배경으로 3주간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지난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쌀값이 오른 것은 실감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농림수산성은 지난해 주식용 쌀 생산량이 2023년에 비해 18만 톤 증가했지만 쌀 도매업자들(우리의 농협과 비슷함)이 사들인 쌀의 양은 2023년에 비해 21만 톤이 부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공급과 수요가 다른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본 언론들은 '쌀 부족 미스터리'라며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쌀값이 진정되지 않자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심각한 흉작 때'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던 비축미를 '(쌀) 유통에 지장이 발생했을 때'로 바꿔 유통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쌀값이 계속 올랐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쌀값 폭등은 사실입니다.
③ 일본인들이 한국 쌀값도 올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인들이 한국 쌀을 사재기하면서 국내 쌀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일까요?
우선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공개된 시스템을 통해 팬데믹이 끝난 2023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쌀값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유통공사의 가격정보 사이트 카미스(KAMIS)에서 확인한 결과, 2023년과 2024년 소비자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쌀(백미) 10kg의 연평균 가격은 각각 2만9122원, 2만8233원이었습니다.
올해는 현재(4월21일)까지 평균 2만9180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지난 3년 간 쌀값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JTBC는 분석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에게 몇 백원이라도 오른 시기에 대한 해석을 요청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곡물관측팀 박한울 팀장은 “(일본으로의 쌀 반출은) 물량이 적은 수준이라서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10kg 가격이 완만하게 오른 것에 대해선 “지난해 (국내) 작황이 좋지 않았고 쌀로 도정할 때 나오는 수율(※벼에서 털어낸 쌀알을 도정했을 때 실제 판매할 수 있는 쌀알의 비율) 자체도 줄어든 탓”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박 팀장은 “(반출이)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내 쌀값에) 영향을 미치는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통계와 관련 기관 전문가의 분석 등을 종합하면 일본으로 휴대해 가져가는 쌀이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국내 쌀값이 올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박진희 조벼리〉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검증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jazzy-background-202.notion.site/JTBC-1659eb1c5fb380599e2debacf70a776a?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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