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년전 은하단 충돌, 韓 연구팀이 첫 규명…정설 뒤집었다

이병구 기자 2025. 4. 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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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첨단 관측 기법을 활용해 페르세우스 은하단에서 약 50억년 전 발생한 격렬한 충돌 흔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연세대는 지명국 천문우주학과 교수팀이 중력렌즈 기법을 활용해 페르세우스 은하단에서 충돌 흔적을 찾아내고 연구결과를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공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암흑물질 덩어리와 페르세우스 은하단이 50억년 전 충돌했고 그 흔적이 은하단에 남아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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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은하단과 은하단으로부터 140만 광년 떨어진 암흑물질 덩어리(충돌 천체). 은하단과 암흑물질 덩어리 사이에 있는 '암흑물질 다리'가 약 50억년전 있었던 충돌의 직접적인 증거로 제시됐다. 지명국 교수 제공

국내 연구팀이 첨단 관측 기법을 활용해 페르세우스 은하단에서 약 50억년 전 발생한 격렬한 충돌 흔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페르세우스 은하단이 평온하고 안정된 은하단이라는 천문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정설을 반박하는 결과다.

연세대는 지명국 천문우주학과 교수팀이 중력렌즈 기법을 활용해 페르세우스 은하단에서 충돌 흔적을 찾아내고 연구결과를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공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은하단은 수천 개의 은하가 모여 형성되는 은하의 집단을 말한다. 은하단 질량의 80%는 우리가 직접 관측할 수 없는 '암흑물질'이다. 은하단들은 충돌·병합을 거듭하며 성장하고 이때 초신성 수백억 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맞먹는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은하단의 충돌은 강력한 '천연 실험실'로 우주 구조와 진화, 입자물리학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구에서 약 2억4000만 광년(빛의 속도로 1년간 이동한 거리) 떨어진 페르세우스 은하단은 태양 질량의 600조 배에 이르는 초대형 은하단이다. 페르세우스 은하단은 뚜렷한 충돌 흔적이 없어 교과서에도 '안정된 은하단'으로 실릴 정도다.

최근 천체 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페르세우스 은하단 내부에서 충돌의 흔적이 포착되기 시작하며 충돌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교수팀은 일본 국립천문대의 스바루 망원경의 심층 관측 데이터로 암흑물질의 분포를 직접 파악했다. 중력렌즈 현상을 활용한 기술이다. 중력렌즈는 질량이 큰 천체가 시공간을 휘어 반대편에 있는 은하의 빛이 휘어지는 현상이다. 중력렌즈 현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질량을 가지고 있는 암흑물질의 분포를 파악하는 원리다.

분석 결과 페르세우스 은하단 중심에서 약 140만 광년 떨어진 곳에 태양 질량 200조 배의 암흑물질 덩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암흑물질 덩어리는 페르세우스 은하단과 '암흑물질 다리'로 연결돼 있었다. 두 천체가 과거에 충돌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암흑물질 덩어리와 페르세우스 은하단이 50억년 전 충돌했고 그 흔적이 은하단에 남아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은하단의 충돌을 통해 암흑물질의 분포와 성질을 역추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은하단 충돌처럼 지상에서 수행할 수 없는 거대 규모의 천연 실험실을 통해 천문학뿐 아니라 입자물리학에도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 교수는 "그동안 페르세우스 은하단은 안정된 상태로 인식됐지만 이번 연구는 그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라며 "은하단 충돌 과정에서 입자 가속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후속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김형한 연구원은 "기존 정설과 다른 결과를 발표하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유클리드, 크리즘 우주망원경과 동료 연구자들의 시뮬레이션 자료가 결과를 뒷받침해 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50-025-02530-w

지명국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왼쪽), 김형한 연구원. 연세대 제공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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