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 넘었다"…넷플릭스 '1위' 가뿐히 찍은 한국 드라마

허장원 2025. 4. 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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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방송 첫 주 만에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2025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의료계 집단행동 여파로 편성이 미뤄졌던 작품이었기에 '언슬전'의 흥행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흥을 잇는 동시에 어려운 시기에도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메디컬 드라마의 힘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

▲시청률+글로벌 순위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언슬전'은 1회 시청률 전국 3.7%(닐슨코리아 기준, 유료 플랫폼 가구)로 출발해 2회에서 상승세를 그리며 수도권 기준 최고 6.2%, 전국 기준 최고 5.9%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1위에 오르고 안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하는 등의 인기 상승세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이어졌다.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 부문 주간 랭킹(4월 7~13일 기준)에서는 8위를 기록했다. 더불어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 클립 누적 조회수는 일주일 만에 6500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성 면에서도 고공행진 중이다.

▲편성 연기 딛고 이룬 반전 흥행

이 같은 성과는 당초 '언슬전'을 둘러싼 우려를 완전히 뒤집은 결과이기도 하다.

'언슬전'은 지난 2023년부터 기획돼 tvN 주말극 라인업으로 준비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이듬해 초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등 의료계 파업으로 편성이 두 차례나 미뤄지는 등 고배를 마셨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실제 의료 현장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 속에 무기한 보류 상태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극은 현실을 대변하는 창이다", "전공의들의 고단한 현실을 감정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파업이라는 민감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의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시청자의 신뢰를 얻었다. '언슬전'은 갓 병원에 입성한 1년차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좌충우돌 적응기와 성장 서사를 통해 '의사도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조곤조곤 풀어낸다.

▲일상과 위로의 공존…'생활형 메디컬'의 저력

이 작품은 화려한 시술 장면이나 사건 중심의 서스펜스를 배제한 것이 특징이다. 외려 전공의들의 지친 표정, 격무 속에서도 놓지 않는 사명감, 동료 간의 유대와 작은 위로 같은 생활 밀착형 휴먼드라마에 방점을 찍는다. 환자와 의사의 극적인 대립보다는 의사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서사를 정직하게 그려내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시청자는 어느새 이 병원의 복도 어딘가를 걷는 느낌으로 다섯 청년 전공의의 눈으로 병원을 바라보게 된다.

▲'슬의생'의 정신을 잇는 사람 중심 서사

무엇보다 '언슬전'은 2020년 방영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이자 정신적 후속작으로 눈길을 끌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감성과 연출력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작이 중견의료진들의 일과 삶을 중심에 뒀다면 '언슬전'은 이제 막 시작점에 선 전공의들의 시선으로 병원을 바라본다. 캐릭터 대부분이 신인 배우로 채워진 점 역시 현실감을 배가시킨다. 배우 고윤정, 신시아, 정준원, 강유석, 한예지 등 주연 5인은 철저한 병원 현장 리허설과 시뮬레이션 트레이닝을 거쳤다고 알려졌다. 또한 실제 전공의 자문을 통해 디테일을 살렸다.

연출 역시 단순한 리얼리티 구현에 그치지 않는다. 감정선을 촘촘히 따라가는 롱테이크와 병원 복도를 따라 걷는 카메라의 리듬, 그리고 잔잔한 음악의 활용은 시청자들에게 마치 병원 안에 함께 머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신원호 PD는 "3~4회부터 각 인물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단순한 에피소드 나열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깊은 몰입감을 예고했다.

▲메디컬 장르, 또 한 번의 진화

'언슬전'은 의료 파업, 편성 연기, 새 얼굴들로 구성된 신작이라는 삼중의 부담을 딛고 일어섰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환경에서의 시작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될 수 있는 '전공의'라는 소재로 다시금 메디컬 드라마 장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정제된 감정과 절제된 서사 속에서 빛나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관계다. 앞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의료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 ‘언슬전’은 그 유산을 품고 한 발 더 나아간다. 위로와 공감, 일상의 가치에 집중하는 메디컬 드라마의 진화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3회는 오는 19일 오후 9시 20분에 방송된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tvN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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