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관세 조기 협상 타결”… 日, 환율은 의제 빠져 안도 [관세 전쟁]

유태영 2025. 4. 17. 19: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국 협상 이목집중
정상 간 발표·4월 중 후속 협의 등
日측 “첫 협상으로선 성공적” 분석
트럼프 ‘군사지원 비용’ 언급 당혹
이시바 “트럼프와 직접 회담 고려”
트럼프 지지율 42%… 1기比 낮아

다음주 한국·미국 관세 협상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일본 간 첫 교섭에서 가능한 한 조기에 협상을 타결해 양국 정상이 결과를 발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본 여권에서는 “첫 협상으로선 성공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예고 없이 직접 등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방위비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당한 까닭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측 협상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은 이날 백악관에서 약 50분간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뒤 협상 상대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과 75분간 회동했다. 그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 “양국 경제가 강해질 수 있는 포괄적 합의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실현하고 싶다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경제에서 미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과 관세 조치에 대해 설명하며 일본과의 협의가 최우선이라는 뜻을 밝혔다”며 “미국은 상호관세 유예 기간인 90일 내에 거래를 마무리하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NHK방송 등이 전했다.

트럼프 “日 관세협상단과 큰 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협상단과의 만남 후 ‘큰 진전(Big Progress)을 이루었다’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트루스소셜 캡처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베선트 장관 등을 만나서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일본 산업과 양국의 투자·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매우 유감이라며 관세 정책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대미 수출품에 대한 24% 상호관세가 90일간 유예됐으나, 10% 보편관세는 적용받고 있다. 특히 2019년 미·일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받은 약속과 달리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해서도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날 협상 결과 양측은 △되도록 조기에 합의해 정상 간 발표 △이달 중 후속 협의 △추가 실무급 협의 등에 합의했다.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정무조사회장은 “1차로서는 매우 성공리에 교섭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요구받을까 봐 우려했던 일본은 이번에 환율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점에 안도하고 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환율은 의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이 수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의심해온 미국 측이 이번에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1달러당 141엔대까지 상승했던 엔화 가치는 이날 미·일 협상 후 142엔대 후반으로 다시 하락했다.
일본 이시바 총리. AP연합뉴스
하지만 교역과 방위비 문제를 연계한 ‘패키지 딜’을 경계했던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발언에 당황해하는 기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일본은 오늘 관세, 군사지원 비용, 그리고 ‘무역 공정성’을 협상하기 위해 온다”며 관세 협의에 직접 참여한다고 기습 발표한 데 이어 “일본 무역 대표단과 막 만나서 큰 영광이다. 큰 진전(big progress)이다”라고 했다. 본격적인 협상도 하기 전에 진전을 이뤘다고 밝힌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17일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면서도 “양국 간에 여전히 입장차가 있다. 쉬운 협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일 정상회담 의향을 재차 밝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완전히 상상하지 못했다”며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지원 비용’을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이 불만을 가진 모든 의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리는 상황이 급변하자 국가안전보장국장, 관방장관 등을 불러 심야 대책회의를 갖기도 했다. 관세와 방위비 연계 문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미국 방문을 앞둔 한국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편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지난 13∼15일 미국 성인 15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한 비율이 42%였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는 2016년 트럼프 1기 당시 같은 시기에 기록한 지지율보다 낮으며, 최근 집권한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취임 초반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도쿄·워싱턴=유태영·홍주형 특파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