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은 정말 인구가 줄어든 곳일까 [질문+]
인구감소지역 지정 정책의 맹점
일부 지역 인구 늘었는데도 지정
실제 인구감소지역 맞는지 의문
오류 유발하는 잘못된 기준 적용
인구감소 막기 위한 체계는 없어
허점 해소해 실질적 효과 노려야
행정안전부는 2021년 10월부터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이 지역을 행정적ㆍ재정적으로 지원해 인구감소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정책 성과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왜일까. 정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탓이다.
최근 경북 영양군은 유엔난민기구(UNH CR)와 협력해 미얀마 난민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인구 감소에서 기인한 폐교 부지 등을 활용해 난민정착시설을 만들겠다는 거다. 영양군 인구는 2024년 기준 1만5328명으로 섬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다. 영양군은 향후 상황을 지켜본 후 수용 규모를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영양군의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예전 같으면 '우리 지역 인근으로 혐오시설은 절대 들어올 수 없다'고 반대하던 지자체들이 이젠 거꾸로 혐오시설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역에 여자교도소를 유치하겠다며 법무부를 설득하는 지자체, 화장장이나 소각장을 유치하겠다며 지역 간 경쟁을 벌이는 지자체들도 있다. 이를 통해 인구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어서다.
이처럼 요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최대 과제는 인구 유출을 막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10월부터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균형발전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이들 지역을 행정적ㆍ재정적으로 지원해 인구감소를 막겠다는 취지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지자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받는데, 이 기금을 잘 써서 활용 실적이 좋으면 우수 지자체로 선정돼 더 많은 기금을 배분받는다. 올해 기준으로는 최대 16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재 89개 시ㆍ군ㆍ구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문제는 인구감소지역 지정 정책 자체에 빈틈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는 크게 세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는 기준에 허점이 있다는 거다. 현재 선정된 89개 지역 중엔 향후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나 과거(2016~2020년)에 인구가 늘어난 적이 있는 지역이 일부 포함돼 있다.
실제로 인구감소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원 횡성군, 강원 양양군, 충북 괴산군, 경북 영천시는 2016~2020년 인구가 늘었고,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의 인구증감률은 같은 광역지자체 내 인구감소지역들의 평균치보다도 높았다.
둘째,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할 때 인구밀도를 고려한다는 점이다. 현행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 지정 시 65세 이상 고령인구, 14세 이하 유소년인구(또는 생산가능인구), 인구감소율ㆍ출생률, 인구감소의 지속성, 인구의 이동 추이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인구밀도는 여기에 없다. 법에도 없는 내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인구밀도가 낮을수록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받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인구밀도와 인구감소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도 찾기 어렵다. 시ㆍ군ㆍ구 단위에선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합계 합계출산율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셋째,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할 때 시행령에 따라 재정여건도 고려하는데, 그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와 재정자립도는 정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재정자립도를 기준으로 삼으면 '실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보다 '인구가 적은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구가 늘어난 지역들이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보고서는 재정자립도보다는 지자체가 얼마나 자율적으로 재원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재정자주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나온 세가지 외에도 허점은 또 있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정책의 목적은 지방소멸 위기 지역을 지원해서 인구감소를 막는 건데, 정작 인구감소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슨 말일까.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 사업 시행계획을 수립해 이를 광역지자체와 정부에 공유한다. '상향식' 정책인 셈이다. 이 방식은 지자체가 지역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맞춤형 대응전략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광역지자체나 정부의 관심이 멀어지는 역효과도 있다. 눈에 보이는 상황이나 통계만을 고려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기만 하고, 정작 인구가 감소한 원인을 분석하거나 대안을 마련하는 일엔 뒷짐을 지기 쉽다는 얘기다. 그러면 당연히 정책의 효과성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언급한 허점들을 어떻게 해소하면 될까. 먼저 실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을 제대로 분류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시 상관관계가 떨어지는 인구밀도 지표는 제외하고, 재정여건을 살필 때는 재정자주도를 고려해야 한다.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보조지표나 참고지표를 통해 제시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를 인구감소지역이 대응계획을 수립ㆍ실행할 때 참고하면 좋은 대안을 도출해낼 수 있다.
이미 만들어놓은 지표도 많다. 가령, 국토연구원은 2021년 '지역밀착형 생활SOC 정책을 위한 복합결핍지수 개발 및 활용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소득ㆍ고용ㆍ교육ㆍ주거ㆍ건강ㆍ생활환경ㆍ안전 등 7대 부문의 복합결핍지수를 개발해 발표했다. 이 지수를 인구감소지역 지정에 적용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인구감소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엔 한국고용정보원도 '지역의 일자리 질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보고서에서 '일자리 질 지수'를 산출해 제시했다. 쉽게 말해, 의지만 있으면 인구감소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세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오죽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나 독일의 유명 유튜버가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를 우려할 정도다.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는 정책이 정당성과 함께 효율성을 담보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있다. 재정적ㆍ행정적 지원만으로 '할 일 다했다'는 식의 정책은 무책임하다.
인구감소지역 지정은 5년 단위로 이뤄진다. 마지막이 2021년이었으니 2026년 10월 인구감소지역이 다시 지정된다. 당장 내년이다. 정부, 지자체, 정치권이 모두 나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thick99@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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