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안 하는데 예산만 늘었다? K-콘텐츠 펀드의 구멍 [추적+]

송진호 책임연구원, 김정덕 기자 2025. 8. 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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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K-콘텐츠 성공 뒤엔 정부 노력도
펀드 투자 유치하며 자금줄 역할
文, 펀드 규모 더 키워 지원 확대
하지만 최근 덩치만큼 역할 못 해
투자소진율과 투명성부터 따져야

2005년 정부가 조성한 모태펀드. 지금까지 운용 중인 모태펀드의 주요 출자 분야엔 미디어ㆍ콘텐츠 계정도 있었다. 과기정통계정(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계정(문화체육관광부), 영화계정(영화진흥위원회) 등 총 3개다. 이들이 바로 'K-콘텐츠 펀드'다. 이중 문화계정과 영화계정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한국을 '글로벌 빅5 문화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이재명 대통령은 과연 K-콘텐츠 펀드의 성과와 문제점을 알고 있을까.

K-콘텐츠 전성시대를 맞은 데는 정부의 'K-콘텐츠 펀드'도 한몫했다.[사진|뉴시스]

음악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까지…. 그야말로 'K-콘텐츠' 전성시대다. K-콘텐츠의 이런 성공 뒤엔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묵묵한 노력이 있었고, 거기엔 정부의 역할도 있었다. 문화ㆍ예술 분야에서 정부의 성과를 말하면 "또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는 비아냥이 줄을 잇지만, 무작정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단적인 예가 있다. 2000년대 초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부풀어 있던 거품들이 한꺼번에 꺼지자, 벤처캐피털 시장도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정부는 개별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전문투자기관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금융지원 방식을 도입했는데, 그게 바로 2005년 조성한 '모태펀드(Mother Fund)'다.

[※참고: 모태펀드는 정부 재정으로 출자(자본 제공)한 모母펀드가 민간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자子펀드에 재출자하는 구조다. '재간접펀드'라고도 한다. 자펀드는 민간자금까지 추가 유치해 펀드 조성액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지금도 운용되는 모태펀드의 주요 출자 분야엔 미디어ㆍ콘텐츠 계정도 있었다. 과기정통계정(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계정(문화체육관광부), 영화계정(영화진흥위원회) 등 총 3개다. 이들이 바로 'K-콘텐츠 펀드'다. K-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20여년간 정부가 적지 않은 자금을 댔다는 거다. K-콘텐츠에서 정부의 공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정부는 지원을 더 늘렸다.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는 콘텐츠 산업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겠다면서 '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엔 수요를 반영해 정책금융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콘텐츠산업에 매년 9400억원 내외의 자금조달 부족액이 발생한다는 분석에 따라 'K-콘텐츠 펀드' 예산도 크게 늘었다.

2025년 기준 정부의 콘텐츠 관련 예산 총액은 1조58억원이다. 이 가운데 장르별 지원 예산이 4748억원(47.2%), 펀드 예산이 3333억원(33.1%), 시설ㆍ정책 등 지원 예산이 1977억원(19.7%)이다. 2021년 장르별 지원 예산과 펀드 예산, 시설ㆍ정책 등 지원 예산이 각각 5812억원(56.3%), 1981억원(19.2%), 2524억원(24.5%)이었던 걸 감안하면 펀드 예산에서만 액수와 비중이 늘었다. 그만큼 'K-콘텐츠 펀드'가 정부의 콘텐츠 지원 사업의 핵심이 됐다는 의미다.

[사진|뉴시스, 자료|국회예산정책처ㆍ나라살림연구소, 참고|2025년은 5월 기준]

문제는 'K-콘텐츠 펀드'가 커진 덩치만큼 제 역할을 하고 있냐는 거다. 그렇지 않아 보인다. 투자에 쓰지 않고 묵혀둔 펀드 자금이 적지 않아서다. 무슨 말일까. 2025년 전체 'K-콘텐츠 펀드' 예산 3333억원(재출자 제외) 중 문화계정이 2050억원(61.5%), 영화계정이 350억원(10.5%)으로 총 72.0%를 차지한다. 그러니 이 두 계정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먼저 문화계정이다. 2021년 1440억원이던 문화계정 총출자예산(재투자 포함)은 2025년 3000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민간출자액도 1108억원에서 2275억원으로, 투자결성총액도 2548억원에서 5275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부터 2025년(5월)까지 누적 투자결성총액은 2조138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투자결성총액 대비 투자집행액(운용비 포함)을 나타내는 투자소진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2021년 91.1%에 달했던 투자소진율은 2022년엔 85.9%, 2023년엔 53.0%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2024년엔 23.8%로 쪼그라들었다. 2025년 5월 기준 투자소진율은 10.0%를 기록 중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투자소진율은 41.5%에 불과하다.

영화계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계정 총출자예산과 민간출자액을 합한 투자결성총액은 2022년 746억원에서 2023년 530억원으로 잠깐 줄었다가 2025년 796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4년간 누적 투자결성총액은 2725억원이었다.[※참고: 2021년 이전에 자子펀드의 투자기간이 종료되면서 투자 여력이 없었기에 통계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소진율은 2022년 99.1%에서 2023년 91.5%로 소폭 하락했다가 2024년엔 36.3%로 급격히 떨어졌다. 2025년 투자소진율은 10.1%, 누적 투자소진율은 56.6%다. 2725억원 중 1541억원을 투자했고, 1184억원이 유휴자금이다.

그렇다면 'K-콘텐츠 펀드' 중 문화계정과 영화계정의 투자소진율이 낮은 원인은 무엇일까.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선 별도 분석이 필요하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우선 정부가 시장의 투자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출자 규모만 확대했다는 점이다. 문화계정과 영화계정의 투자소진율은 2023년과 2024년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유휴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각 계정의 총출자예산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투자결성총액이 늘어난 것과 달리 투자집행액 규모가 크게 줄어서다. 문화계정은 2024년, 영화계정은 2023~2024년에 유독 투자집행액 규모가 확 줄었다. 더불어 'K-콘텐츠 펀드'의 출자금 집행 이후 실제 투자까지 상당한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K-콘텐츠 펀드'를 개선해야 한다는 건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먼저 무조건적인 예산 증액보다는 시장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 예산을 책정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펀드 투자 진행 상황과 연동해 출자액을 조절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년도 투자소진율에 따라 차년도 출자액을 제한하거나 증액하는 거다.

소규모 영세 장르에도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 펀드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소리꾼 정은혜와 인디밴드 까데호의 공연 모습.[사진|뉴시스]

둘째, 적극적인 투자처 발굴을 위해 소규모 영세 장르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펀드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부가 펀드 운용을 감독하긴 하지만, 실제 투자 결정은 벤처캐피탈이 주도한다. 그러면 저예산ㆍ소규모 영세 장르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실패 위험이 낮은 대기업 위주의 투자도 이해할 만하지만, 초기 자금이 절실한 이들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별도 계정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셋째, 펀드(자子펀드)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자금을 실제로 어떤 장르와 프로젝트에 투입했는지, 수익이나 성과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K-콘텐츠'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이라는 점에 이견을 내놓은 이들은 거의 없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한국을 '글로벌 빅5 문화강국'으로 만들고 '문화수출 5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K-콘텐츠 펀드의 성과와 문제점을 한번 더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송진호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pbucket@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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