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늘 준비해야”… 尹, ‘檢 PPT’ 짚어가며 93분간 반박 [尹 형사재판]

안경준 2025. 4. 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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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
파면 이후 열흘 만에 법정 출석
“26년 검사활동… 공소장 내용 의문
어떤 논리로 내란죄인지 이해 안 돼”
“내란몰이 겁먹어 미검증 진술 많아”
헌재 증인신문도 부정 취지 항변
軍 간부 “의원 끌어내라 지시” 증언
尹 “정치적 의도 다분” 불만 드러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자연인’ 신분으론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휴정 시간을 포함해 총 8시간20분에 걸친 공판에서 약 93분 동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첫 공판에 출석해 “26년간 정말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공소장과 구속영장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주장하는 것인지, 이게 어떤 로직(logic)에 의해 내란죄가 된다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형사 첫 정식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은 2대 8 가르마로 빗은 머리에 짙은 남색 정장과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공판 시작 10분 전인 오전 9시50분 피고인석에 앉았다. 11일 관저를 나와 서초동 자택에 머무는 윤 전 대통령은 주소지를 묻는 재판장의 물음에 “서초4동 아크로비스타”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직업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언급하자 윤 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통상 첫 공판은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하면, 피고인 측이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입장을 밝히는 식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날 재판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화면에 띄워달라고 한 후, 언급하려는 PPT 쪽수를 짚어가며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며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김 전 장관 임명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유임 배경을 설명하며 계엄과 무관한 인사였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계엄이란 건 늘상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합참본부 계엄과에 매뉴얼이 있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에서 이뤄진 증인신문도 부정하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는 “내란몰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 겁먹은 사람들이 진술한 게 검증 없이 반영이 많이 됐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목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 반박할 땐 목소리를 높이거나 손짓을 써가며 말했다. 진술 도중 변호인들에게 물을 찾았고, 법정 경위를 통해 물을 받아 마셔가며 발언을 이어갔다. 오후 재판에선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재판부가 제시한 20분가량이 넘어가자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변호인 진술을 줄이더라도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증인신문 진행도 문제 삼았다.

당초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용 외교장관 증인신문 진행 예정이었으나 검찰 측이 신청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의 증인신문으로 변경됐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하면 진상 규명에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서 증인이 바뀔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검찰 주신문만이라도 진행하겠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벽으로 막힌 법원 입구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간 뒤 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이날 법원에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첫 정식 형사재판이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오후 재판에 출석한 군 지휘관들은 비상계엄 당시 상관으로부터 ‘국회에 진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저한테 전화해 ‘이미 특전사 요원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특전사가 의원들을 끌고 나오면 밖에서 지원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대대장도 검찰이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이 ‘대통령님이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 오래’라고 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주신문 도중에 진행을 끊고 “헌재에서 이미 신문한 사람을 부른 것은 정치적 의도”라며 불만을 표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이 본격화하며 윤 전 대통령은 매주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에 “원칙은 2주에 3회 정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달 21일과 28일도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내 규모가 가장 큰 법정인 417호 대법정 방청석이 거의 채워질 만큼 시민의 관심이 뜨거웠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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