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인 찍힌 공문 보내, 속을 수밖에”… 군 간부 사칭 노쇼 피해 잇따라 [사건수첩]

울진 식사 40인분 주문 뒤 노쇼
포항 해병대서 빵 100개 주문 뒤 안 나타나
광주서도 삼계탕 등 80인분 주문 뒤 역시 노쇼
광주 초밥집, 119만원어치 포장 주문 후 나타나지 않아 피해

"군부대 직인까지 찍힌 공문을 보내오니 믿지 않을 방법이 없었어요?

전국적으로 군 간부를 사칭해 식당 등에 단체 주문을 한 뒤 나타나지 않은 일명 '노쇼' 사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식당업주를 속이는 방법도 기상천외하다.

공식적인 군부대 로고가 찍힌 공문서에다 근무하는 부대와 계급, 직책과 성명까지 적나라하게 자신을 밝히는 바람에 업주들은 속수무책없이 당하기 마련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주측은 반드시 군 간부라고 밝힌 사람의 신원을 사전 해당 부대에 연락해 필히 확인절차를 거쳐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21일 울진군에 따르면 최근 울진지역 한 식당업주는 군 간부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약 40인분을 주문하겠다는 예약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약속한 시각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관련, 울진군은 한국외식업중앙회 울진군지부를 통해 '노쇼' 피해 예방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울진군 관계자는 "해당 식당이 '노쇼' 피해를 봤다고 한 만큼 주의를 위해 문자를 발송했다"며 "피해 방지를 위해 예약 선급금을 받거나 직접 만나 신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의 해병대 1사단도 최근 유사한 문자를 발송했다.

해병대 주둔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해병대 간부를 사칭한 노쇼 행위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해병대 1사단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 한 빵집에서 해병대 간부라고 밝힌 남성이 빵 100개를 주문한 뒤 나타나지 않았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강화군 일대 음식점에 해병대 간부를 사칭한 사람이 단체로 음식을 주문한 뒤 이를 빌미로 돈을 뜯으려 한 일이 발생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대량 주문이나 선결제 요구, 물품 구매 요구 등을 받으면 반드시 부대로 문의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광주 북구 삼계탕집 주인 A씨는 지난 12일 80인분 주문을 받았다. 군인이라고 밝힌 B씨는 “월요일인 14일 오후 4시까지 준비해 달라”고 했다. 

A씨는 뜻밖의 주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결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법인카드라 선결제가 불가능하다며 배달오면 결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는 군부대 직인이 찍힌 공문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줬다.

B씨는 삼계탕 주문 후 황당한 제안을 했다. 

B씨는 “전투식량 80인분을 대신 구매해주면 음식값과 함께 결제해주겠다”고 했다. 

전투식량 구매대금 960만원 송금 요구에 수상함을 느낀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의 주문은 가짜로 드러났다. 결국 삼계탕을 준비한 A씨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기증했다.

광주에서 군인을 사칭해 음식점에 대리 구매를 유도하거나 가짜로 대량 주문하고 노쇼하는 신종 사기가 잇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광주경찰청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군인 등을 사칭한 노쇼 사기 신고가 모두 28건이 접수됐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광주 북구 운암동에서 초밥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도 군 간부를 사칭한 남성이 초밥 119만원어치를 포장 주문 후 나타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

광주 북부경찰은 초밥·삼계탕집 노쇼 사기 사건과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포항·울진=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