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국 순방 나선 시진핑…"관세전쟁 승자 없어"(종합)

구자룡 기자 2025. 4.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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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언론 기고…"양국, 공급망 보호와 국제질서 유지에 협력"
"中, 과거 미국에 맞선 베트남의 전쟁 전폭 지지"
하노이 도착해 공항서 서면연설로 현지 일정 시작
[하노이=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4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시 주석은 이틀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2025.04.14.

[서울·베이징=뉴시스]구자룡 기자, 박정규 특파원 = 미국과 관세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부터 18일까지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섰다.

14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첫 번째 방문국인 베트남의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에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 새로운 발전'이라는 제하의 글을 기고했다. 시 주석은 외국을 방문할 때 통상 해당국의 주요 언론에 자신의 방문 취지 등을 담은 글을 기고한다.

기고문에서 시 주석은 중국과 베트남의 혁명적 유대와 경제적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 흐트러진 국제질서를 함께 세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1975년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고 물러난 것도 환기시켰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 취임 이후 네 번째 방문이라는 점을 들면서 "양국 혁명의 선구자들은 함께 국가 구원의 길을 모색하고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서 싸웠다"며 혁명 유산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광저우 베트남 혁명청년동맹의 역사적 현장과 광시좡족자치구 징시에 있는 베트남 독립동맹 사무소 부지가 양국의 혁명 우정을 증언한다고 소개했다.

호치민 주석이 중국의 일본 침략에 대한 저항 전쟁을 지지했고 중국은 프랑스 점령에 맞선 베트남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정치 고문을 파견한 것도 환기하면서 특히 "중국은 미국의 침략에 맞선 베트남의 전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 주석은 최근 미국의 무역 압박과 관련해 양국의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양국은 세계 경제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산업 및 공급망에서 긴밀히 협력했다. 중국은 20년 이상 연속 베트남의 최대 교역 파트너였다"며 "'글로벌 사우스'의 연대와 협력에서도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는 전례없는 격동의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며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지난해 5% 성장해 세계 경제에 약 30%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높은 수준의 개방을 통해 전 세계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고품질의 발전으로 모든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아시아와 외교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것이다. 우호, 성실, 상호 이익 및 포용성의 원칙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무차별적 상호 관세로 동남아 국가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가운데 끌어안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는 "양국은 산업 및 공급망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5G, 인공지능, 녹색 개발 등 신흥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양국은 유엔 중심의 국제 체제와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며 "평등하고 질서있는 다극 세계와 보편적으로 유익하고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한 국제체제의 혼란과 경제 세계화에 대한 타격을 비판한 것이다.

[하노이=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4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 탑승 전 환영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시 주석은 이틀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2025.04.14.

시 주석은 "무역 전쟁과 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무역주의는 출구가 없다"며 "우리 두 나라는 다자간 무역 시스템, 안정적인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을 단호히 보호하자"고 제의했다.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고 협력을 확대해 분쟁의 최종 해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자"며 "이를 통해 남중국해를 평화, 우정, 협력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방문의 첫 일정으로 수도 하노이의 노이바이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서면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산과 물로 연결된 사회주의 이웃국가이자 전략적 의미를 지닌 운명공동체"라며 양국 관계를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중·베트남 수교 75주년이자 '중·베트남 인문 교류의 해'로 중·베트남 운명공동체 건설은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맞고 있다"며 "시대의 기회를 포착해 더 높은 수준, 더 넓은 범위, 더 깊은 차원의 협력을 통해 양국 인민에게 더 큰 혜택을 주고 지역과 세계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 지도자들과 중·베트남 양당·양국 관계의 전반적·전략적·방향적 문제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고 중·베트남 운명공동체 건설의 새로운 청사진을 함께 그리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양상이 격렬해지는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순방에서 시 주석은 관세 문제 및 공급망 협력 등과 관련해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 의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오는 15일까지 이틀간 베트남 국빈방문을 통해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르엉 끄엉 주석 등과 만남을 갖는 데 이어 15∼18일에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를 각각 국빈방문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등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으로 말레이시아는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순회의장국이기도 하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유럽연합(EU), 아세안 등과 접촉하면서 다자무역 체제와 공급망 유지 등에 협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9일 "주변국 운명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주변 국가들과 협력관계 구축에 나설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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