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유전자?' 발칵 뒤집힌 제주 교실…"비하 의도 없었다" 교사 해명

윤혜주 기자 2025. 4. 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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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4·3 유전자가 흘러서 그래"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은 가운데 학교 측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에서 진상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지난달 초 통합사회 수업 OT 시간에 교사와 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반응하지 않자 이 교사가 "제주도는 옛날부터 말을 하면 잡혀가서 그 유전자가 각인된 것 같다", "4·3 유전자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학생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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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4·3 유전자가 흘러서 그래"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은 가운데 학교 측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사진=뉴스1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4·3 유전자가 흘러서 그래"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은 가운데 학교 측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신성여자고등학교 측은 지난 11일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교육적 책임과 윤리 의식을 되새기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앞서 이 학교 복도 등에는 '4·3 유전자란 무엇입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걸렸다. 대자보에는 "지난 4월4일, 교육의 현장인 바로 이곳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 교사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3 유전자가 흘러서 그래'라는 발언을 내뱉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해당 발언이 수십 년 전 피해자들을 '폭도', '빨갱이'라 칭하던 입장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제주도민의 3분의 1가량이 학살당했음에도 오랫동안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생존자들마저 아픔을 숨겨야 했던 역사를 교육자가 이처럼 사사로이 거론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에서 진상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지난달 초 통합사회 수업 OT 시간에 교사와 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반응하지 않자 이 교사가 "제주도는 옛날부터 말을 하면 잡혀가서 그 유전자가 각인된 것 같다", "4·3 유전자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학생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학교 측은 "교사 면담과 교사 진술서를 통해 첫 수업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말이었음을 확인했지만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는 방식에 있어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며 "일부 학생은 발언을 듣고 '불편함'이나 '의아함'을 느꼈다고 진술하였고, 다수는 당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지금 와서 돌아보니 조심했어야 할 표현이었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학교는 이와 같은 학생들의 반응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해당 발언을 한 교사는 별개의 입장문을 내고 "저는 '제주도는 4.3때 자신들의 상황의 부당함을 나서서 말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피해를 보았고, 그래서 앞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예전에는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기에 자신감 있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말했다"며 "4·3에 대해 비하하거나 문제로 지적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 살고 있고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도 제주에서 4·3을 겪었는데 제가 4·3의 비극을 가볍게 생각했겠느냐"며 "이번 사안을 통해 제 의사와 다르게 의미가 달리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더욱 성찰하며 수업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했다.

학교 측은 문제가 된 발언을 한 교사에게는 이번 사안에 대한 엄중함을 경고했으며 전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4.3 평화공원 견학, 4.3 계기 교육 등 더 강화된 인권 및 역사 감수성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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