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4일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의 훈련을 참관했습니다. 특수부대원들은 김정은 앞에서 사격훈련과 체력 훈련 등을 선보였는데, 이날 관심을 모았던 것은 일부 특수부대원들의 복장이었습니다.
북한군 특수부대원 일부는 수풀로 뒤덮인 위장복, 길리슈트를 입고 산속에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언뜻 봐서는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김정은도 신기한 듯 위장복을 입고 앉아 있는 군인을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훈련에 대해 "현대전의 발전양상과 변화추이에 맞게 특수작전무력 강화를 위한 우리 식의 새로운 전법과 방법론을 부단히 탐구적용"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현대전'은 대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행해지고 있는 '드론전'을 말하는데,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많은 사상자를 낸 북한이 드론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수풀로 위장한다고 해서 드론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요?
공격용 드론은 카메라나 열 적외선 등으로 목표물을 탐지하는데, 일반 카메라를 사용하는 드론의 경우 군인들이 수풀로 위장하고 있으면 드론의 탐지를 피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육안으로 잘 구분되지 않는 위장이라면 일반 카메라로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열 적외선으로 목표물을 찾아내는 드론의 경우에는 수풀로 위장한다 해도 탐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텐데, 모든 드론이 열 적외선 장비를 탑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열 적외선 장비를 탑재하는 데에는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하는 공격용 드론도 상당수는 일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드론 공격을 피하는 방법으로 수풀 위장을 활용하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 '현대전'에 '아날로그적'으로 대응? 물론, 이런 방식으로 드론전에 대응하는 것이 정말 효과적인 전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첨단화되고 있는 '현대전'의 수행 방식에 대해 지극히 '아날로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볼 것은 변화하고 있는 '현대전'의 양상에 맞춰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북한이 '북한식의 새로운 전법'을 부단히 탐구·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김정은, 최근 들어 '현대전 대응' 강조 두드러져 '현대전'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김정은의 언급은 최근 들어 부쩍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25일과 26일 무인항공기와 북한판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시험을 참관했는데, 각종 무인기 시험을 참관하는 과정에서도 '현대전'을 언급하며 군사 장비의 무인화를 강조했습니다.
"우리 당은 무장장비의 무인화 방향을 무력현대화의 중요 구성부분으로 보고"
"무인장비와 인공지능기술 분야는 최우선적으로 중시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문이라고 하시면서 지능화된 무인기들을 군사력의 주요수단으로 리용(이용)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군사활동에서 그 사용범위가 부단히 확대되고 있는 현대전의 추이에 맞게 이 사업의 가급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적인 전망계획을 정확히 작성하고 중장기적인 사업으로 인내성 있게 강력히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였다."
- 노동신문, 지난달 27일
김정은은 이날 무인장비의 생산 같은 하드웨어 부분뿐 아니라, 작전 방안과 군사이론 같은 소프트웨어 부분까지 바꿀 것을 지시했습니다. '현대전'에서는 전쟁 개념이 바뀌고 있으니 전쟁 수행 방안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일어나는 수많은 객관적 변화는 우리의 군사리론(이론)과 군사실천, 군사교육의 많은 부분을 갱신할 것을 요하고 있으며"
"무인무장장비 체계들을 작전방안들과 교전원리에 완벽하게 결합시키기 위한 로선(노선)을 명백히 제시하였다고 하시면서"
- 노동신문, 지난달 27일
김정은, '현대전 부응하는 장교 교육' 강조 김정은의 '현대전' 대비 지시는 군사교육기관에서도 이뤄졌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2월 25일 '강건명칭종합군관학교'를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현대전'에 부응하는 장교 교육이 강조됐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현대전장들에서 이루어지는 실전경험들을 우리식으로 소화습득하며 급속도로 선진화되고 있는 무기와 전투기술기재들에 정통하고 현대전에 상응한 지휘능력을 갖춤으로써 확실한 승리만을 이룩하는 야전형의 군사인재들로 억세게 준비시키는데서 나서는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하시였다."
- 노동신문, 지난 2월 26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김정은이 이날 교육시설 현대화와 함께 드론전에 대응하는 교육 개편을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드론전과 자동화된 지휘 체계가 전장의 핵심이 된 현시대에 여전히 수십 년 전의 구식 보병 전법을 교육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육 내용이 현대전에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