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지브리 화풍이 쏘아 올린 공 [IZE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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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게 만들어지니, 다분히 쉬이 여겨진다.
오픈AI의 챗GPT가 만들어낸 지브리 화풍 그림이 순식간에 SNS를 점령했다.
감탄과 공유가 이어지는 사이,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들은 그 너머에 도사린 위협을 감지했다.
지브리 화풍의 주인공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과거 FAR OUT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해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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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너무 쉽게 만들어지니, 다분히 쉬이 여겨진다.
오픈AI의 챗GPT가 만들어낸 지브리 화풍 그림이 순식간에 SNS를 점령했다. 감탄과 공유가 이어지는 사이,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들은 그 너머에 도사린 위협을 감지했다. 그들의 불쾌감은 단순한 모사에 대한 반발을 넘어선다.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창작의 무게가, 몇 초 만에 생성된 이미지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다.
지브리 화풍의 주인공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과거 FAR OUT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해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시엔 작은 불씨처럼 짧게 스쳐 지나갔던 이 말은, 2년이 지난 오늘날 지브리 화풍 이미지가 AI로 무분별하게 소비되며 커다란 불길이 됐다.
AI 이미지 생성 기술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텍스트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원하는 스타일의 이미지가 수 초 내에 생성된다. 복잡한 드로잉 기술 없이도 전문가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아이디어 스케치나 콘셉트 아트의 탐색 등에서 분명히 유용하다.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비전문가에게도 표현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바로 그 편의성이 창작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젠 굳이 그림을 배울 필요가 없다"라거나 "더 이상 디자인을 의뢰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보인다. 창작자의 수년간의 수고가 몇 초 만에 만들어지는 이미지와 나란히 비교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특정 작가의 스타일이 무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AI는 수많은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해 스타일의 패턴을 뽑아낸다. 이 과정에서 실제 작가의 개성과 언어가 포함될 수 있지만, 현행 저작권법은 비슷한 느낌 등의 스타일 자체를 보호하지 않는다. 이는 예술가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위협하는 기술적 맹점이다.
예술은 단지 시각적 완성도로 평가되지 않는다. 한 장의 그림에는 작가의 시간, 감정, 세계관이 스며 있다. 그것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진짜로 복제할 수는 없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도구가 창작자를 대체하려 할 때 우리는 윤리의 경계선에 다다른다.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감탄과 소비 너머, 그 이미지가 누구의 철학을 빌려 만들어졌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창작은 인류 발전의 아주 중요한 매개고, 이것을 멈추는 순간 발전은 상실한다. 편리함과 신기함 속에 창작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시대를 어떻게 견디고 이겨낼 것인지는 기술이 아닌 인간 윤리의 몫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이제 AI 기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의 등장을 억제하려는 무리한 시도가 아니라, 창작자들의 권익을 위한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오래 전 이를 먼저 겪었던 드라마, 영화, 음반 산업은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산업이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기술 기반의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AI 역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새 물결 속에서 창작자들이 바로 설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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