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융합단백질 뭐길래…비만약 '한달에 한번 맞는다'
'넥스피 퓨전'과 다른 기술
반감기 개선과 다중표적 장점
알테오젠이 지금의 '위고비' 주 1회 투여 기간보다 긴, 한달에 한번 맞는 비만약을 '융합단백질'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융합단백질은 서로 다른 단백질을 마치 레고블록처럼 조립해 새로운 기능의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약물의 반감기(약물의 성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늘리고 체중감량 효과를 내는 다양한 표적을 공략할 수 있다.
알테오젠의 기술은
5일 제약바이오업계 따르면 알테오젠은 현재 한 달에 한 번 맞는 비만약 제형(약물의 투여 방법)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이를 위해 지난 2012년 국내에 특허등록한 장기지속형 플랫폼인 '넥스피 퓨전'과 다른 융합단백질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비만 주사제형 플랫폼은 넥스피 퓨전과 다른 융합단백질 캐리어(전달체)를 사용한다"며 "자세한 디테일은 공개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넥스피 퓨전은 우리 몸의 혈액 속에 알부민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알파-1 안티트립신(A1AT)'라는 단백질을 사용한 장기지속형 플랫폼이다.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안전성과 반감기를 개선한 A1AT 단백질에 약효를 내는 펩타이드(짧은 사슬 단백질) 등을 붙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A1AT 단백질에 체중 감량효과를 내는 GLP-1(글루카곤 펩타이드-1), GIP(위억제 폴리펩타이드) 등의 치료 단백질을 붙이면 약물의 반감기를 1~2주 늘린 비만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기간에는 못 미친다. 알테오젠이 치료단백질의 반감기를 더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융합단백질 캐리어를 발굴하는 이유다.
현재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등 GLP-1 기반의 블록버스터(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비만약은 모두 1주일에 한 번 맞는 제형으로 개발됐다. 이들 약물은 매일 맞아야 하는 '삭센다' 등의 기존 비만약 대비 투여 간격을 늘리면서도 약효를 개선해 이른바 '비만약 신드롬'을 일으켰다. 아직 주 1회보다 투여 기간이 긴 비만약은 없다. 한 달 제형 비만약의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받는 배경이다.
국내 선두는
이미 국내에서는 이러한 융합단백질 기술을 접목한 비만약을 개발하는 곳이 있다. 주인공은 유한양행의 자회사 프로젠이다. 프로젠이 개발 중인 약물은 'PG-102'로 현재 비만약으로는 2주에 한 번, 당뇨약으로는 1달에 한 번 투여하는 제형으로 국내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PG-102에는 프로젠의 독자적인 'NTIG 플랫폼'이 접목됐다. 이 플랫폼은 알테오젠의 넥스트 퓨전(A1AT)과 다른 융합 단백질 캐리어를 사용한다.
항체는 크게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원결합부위(Fab)와 몸통인 결정화가능부위(Fc)로 구성돼 있다. NTIG 플랫폼은 여기서 Fab 부위를 제거하고 남은 Fc에 치료단백질을 붙이는 기술이다. Fc는 우리 몸에서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FnRn(신생아 Fc 수용체) 경로를 통해 반감기를 늘릴 수 있다.
또 다른 바이오기업인 에이프릴바이오는 이들과 다른 융합단백질 기술을 접목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M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원래는 한 달 투여 제형의 비만약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내부 전략에 따라 질병 타깃을 변경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프로젠, 알테오젠과 달리 항체에서 Fc 부위를 제거한 Fab 부위에 치료 단백질을 붙인 원리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Fab가 혈액 내에서 가장 많고 반감기가 긴 혈청 단백질인 알부민과 결합해 치료 단백질의 약물 지속효과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융합단백질 기술의 장점은 반감기 증가 외에도 '확장성'에 있다. 반감기를 늘리는 A1AT, Fc 등의 융합 단백질 캐리어에 원하는 치료 단백질을 여러 개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젠의 비만 및 당뇨 치료후보물질 PG-102는 Fc 단백질에 GLP-1와 GLP-2 두 개의 치료 단백질을 붙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
최근 글로벌 비만약 트렌드는 GLP-1에 GIP, GCG(글루카곤 수용체) 등의 체중감량 효과를 유도하는 단백질을 두 개, 세 개씩 결합한 이중, 삼중 작용제로 넘어가고 있다.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는 것을 넘어 근육량 보존 등의 부가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융합단백질은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기에 적합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내는 방법)라고 볼 수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융합단백질 플랫폼을 활용하면 반감기를 늘리면서 이중, 삼중 효과를 내는 비만약을 개발할 수 있다"며 "2주에 한 번 투약하는 제형은 기본이며 한 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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