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비관 시나리오’보다 더 최악…성장률 올해 1%초반까지 떨어질 우려
기존 비관 시나리오보다도 더 충격…성장률 추가 하락 가능성
1.3% 이하로 떨어질 우려, 일각에선 올해 0%대 성장률 제시
[헤럴드경제=홍태화·정호원 기자] 미국 신정부가 예상보다 더 강력한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성장률이 기존의 비관적 전망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우리나라에 부과키로 한 관세는 25%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정국 중 가장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를 받쳤던 대(對)미, 대중 수출이 꺾이면서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진 셈이다.
3일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전쟁이 심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0.1%포인트, 내년 0.4%포인트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기본 시나리오상 올해 1.5%, 내년 1.8%였던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 가정했던 시나리오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적자국에 관세를 높여 부과한 뒤 2026년까지 유지하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고강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정책 내용은 기존 비관 시나리오보다도 더 강도 높게 평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FTA를 맺고 있는 한국에 관세 25%를 부과키로 했다. 미국은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해 한국이 미국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그 절반을 디스카운트(할인)한 25%를 상호관세로 부과했다.
관세율 25%는 FTA 협정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호주,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모로코, 페루, 싱가포르, 온두라스 등 11개국은 기본관세율인 1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이스라엘(17%), 니카라과(18%), 요르단(20%)도 한국보다 낮았다.
이날 상호관세 발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앞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캐나다와 멕시코 정도만 미국과의 FTA 체결국 중 한국과 세율이 동일했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에서도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더 강했다고 평가하고 있고 한은 내부에서도 좀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며 “지난번 비관 시나리오에서도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을) 많이 반영했었는데, 이번 발표에선 (관세가) 더 높게 나와서 다시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하게 발표가 나온 것은 맞지만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이후의 보복조치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한은도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자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유 부총재는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는 국가별 관세율이 높았고 대상국가도 광범위했다는 점 등에서 시장 예상보다 강한 수준이었으며 주요국의 대응 등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외사무소 등과 연계한 24시간 점검체제를 통해 관련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국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글로벌 교역여건 변화, 주요국 성장·물가 및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계속 점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실제로 비관적 시나리오보다 더 큰 성장률 충격이 우리나라를 덮치게 된다면 올해 성장률은 기존 비관적 시나리오상 성장률 전망치보다 더 낮아져 1.3% 이하를 기록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0.8%)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일부 기관은 이미 우리나라가 관세 충격으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9%로 0.3%포인트 하향조정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 무역이 쪼그라들기 시작하면서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이 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일부 기관은 0%대 성장률까지 제시하고 나섰다”고 경고했다. 이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사실은 당분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하방 압력 굉장한 수준으로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우리나라 성장률도 추가로 둔화할 것”이라며 “기존 예상은 20% 이하로 봤는데 그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발표돼 철강, 자동차, 반도체 부분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대응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상] 지구종말의 날 같은 이 장면…화마 한가운데로 뛰어든 그들 [세상&]
- ‘좌이유 논란’ 언급한 아이유 “속상하지만…내게 관심 많다는 것”
- 김새론 유족 “미성년 교제 아는 친구만 8명…답답해 성명서 작성中”
- “父 장제원 빈소 지키는 노엘, 결국 눈물”…노란 완장 차고 상주로 조문객 맞이
- 전한길 ‘폭싹 속았수다’ 특별출연 통편집…“수준 높은 작품 위해”
- ‘탑건’ 발 킬머, 폐렴으로 사망…향년 65세
- 유승준 “다시 만나자” 깜짝 발언…‘23년째 진행형’ 병역 논란, 쟁점은?
- 박한별 “버닝썬 논란에 시어머니도 이혼 권유…‘내가 죽어야 끝나나’ 싶었다”
- ‘박성광 아내’ 이솔이, 암 투병 고백 “6개월간 항암치료”
- 김수현 측 “2018년 소주데이트 맞지만 연인 아니었다”…증거사진 11장 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