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안해서 좋다고 했는데”...되레 중독 심각졌다는 청소년들, 무엇에

청소년 매체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
숏폼 이용률 94.2%로 가장 높아
저연령대로 갈수록 이용 비중 높아져
흡연·음주 경험률은 나란히 감소
“양적 비율 줄어도 심각성 여전” 지적

[사진 = 픽사베이]

대한민국 청소년 100명 중 94명이 온라인상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보다 음주나 흡연 경험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알코올(음주)과 니코틴(흡연) 중독은 줄었지만 ‘숏폼’이라는 새로운 ‘중독’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여성가족부가 1일 발표한 ‘2024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들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매체는 숏폼 콘텐츠로 조사됐다.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 청소년 비율은 94.2%로 인터넷·모바일 메신저(92.6%), 인터넷 개인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91.1%)를 앞섰다.

2년마다 진행되는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4~6학년),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50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에는 조사 문항에는 숏폼 콘텐츠,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이 처음으로 추가됐다.

숏폼을 즐기는 현상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다. 초등학생 숏폼 콘텐츠 이용도는 88.9%를 기록하며 TV방송(88.7%), 인터넷 개인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87.7%) 등 다른 모든 매체를 앞지르고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인터넷·모바일 메신저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숏폼이 2순위다.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10년 이후 출생한 이른바 ‘알파세대’들은 텍스트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더 짧고 압축적인 영상인 숏폼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학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없지만, 향후 청소년기 학습과 관련 있을지에 대해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숏폼’ 등 미디어 중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김은형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은 “미디어 사용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지난해부터 미디어 과의존 치유캠프 대상을 초등학교 1학년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미디어 중독은 심해진 반면 음주·흡연 경험률은 이전 조사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고등학생의 음주 경험률(최근 1개월 기준)은 12.1%로 2022년 13.7% 대비 2.6%포인트 감소했다. 흡연 경험률도 이 기간 4.2%에서 2.4%로 줄었다.

그럼에도 청소년 음주·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우세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어른을 흉내내고 싶다는 호기심에 흡연과 음주를 경험했지만, 지금은 본인이 원해서 흡연과 음주를 하는 시대”라며 “흡연·음주가 ‘동기측면’에서는 이전 세대보다 더 심각해졌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폭’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과거와 달리 폭력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민감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청소년 폭력 피해율은 22.6%로 이전 조사 16.3% 대비 6.3%포인트 증가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욕설이나 무시하는 말을 들음’이 16.0%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에서 욕설이나 무시하는 말을 들음’과 ‘손·발 또는 물건으로 맞거나 그로 인해 다침’이 각각 9.1%, 7.5%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초등학생의 폭력 피해 응답률이 상승한 것이다. 폭력을 인지하는 능력이 저연령대까지 확산되면서 폭력에 대한 인식이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율의 경우 5.2%로 피해를 준 사람을 묻는 질문에 ‘같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0%로 가장 높아 학교 생활 일상에서 성폭력 노출 위험이 높은 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올해 수립하는 제5차 청소년 보호종합대책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황윤정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최근 청소년을 둘러싼 온·오프라인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청소년들이 다양한 유해 요인에 노출되고 있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청소년 유해환경에 대한 보호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