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도 ‘비건’ 바람… 비동물성 원료 쓰고, 미니 장기로 실험

허지윤 기자 2025. 4. 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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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줄이고 비건 소비자에 제품 차별화
세포로 키운 오가노이드, 인체 효과 더 잘 반영
일러스트=챗GPT 달리3

제약·바이오업계에도 동물의 희생을 줄이려는 ‘비건(vegan, 채식)’ 바람이 불고 있다. 의약품, 화장품에 동물성 원료, 첨가제를 쓰지 않아 동물 보호에 관심이 있거나 알레르기 반응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비건 방식이 도입됐다. 동물실험은 의약품, 화장품 개발에 필수적이지만 최근 세포로 키운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은 2023년 14억2000만달러(약 2조원)에서 2028년 43억8000만달러(약 6조원) 규모로 연평균 25.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성 물질 배제한 의약품, 화장품

종근당바이오는 보툴리눔 톡신 ‘티엠버스주 100단위’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菌)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근육 마비를 일으켜 근육을 축소하고 주름을 펴는 효과를 낸다.

이 시장 후발 주자인 종근당바이오는 제조 공정에 비동물성 원료·첨가제를 사용한 것을 제품 특징으로 앞세웠다. 사람혈청알부민(HSA)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제조 방식인데, 종근당바이오는 비동물성 부형제를 채택해 혈액 유래 병원체 감염의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부형제는 약효와 상관없이 약제를 먹기 쉽게 하거나 일정한 형태를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이다.

종근당바이오 관계자는 “기존 제품들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해 잠재적인 감염 리스크나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티엠버스주는 균주 배양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철저히 비동물성 원료와 부형제만을 사용해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라며 “동물성 성분에 민감한 환자뿐 아니라 비건 소비자층까지 안전하고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출시한 뷰티 브랜드 ‘딘시’도 비건을 앞세웠다. ‘딘시 프리미엄 비건 톤업 선크림’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회사는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딘시는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가 손상되는 광노화를 예방하는 효과를 내는 눈연꽃과 제주별꽃 추출물, 혼합차 등이 함유돼 있다.

딘시는 국내 뷰티 브랜드 최초로 프랑스 이브 비건(EVE VEGAN) 인증과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Vegan Society) 인증을 동시 획득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딘시는 지난달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판매점인 올리브영이 선정, 발표한 2024년 재구매율 1위 선케어 제품으로 올랐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물실험을 규탄하고 있다. 2023.7.26/뉴스1

◇실험동물 희생 없는 기술도 적극 활용

의약품과 화장품은 생산 과정에서 동물성 물질이 많이 쓰인다. 많은 백신이 달걀에 병원체를 접종하는 방식으로 제조하고, 혈우병 치료제나 면역글로불린 등 혈액제제도 인간·동물 혈액에서 추출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비건 바람은 동물성 성분에 민감한 환자와 늘어나는 비건 소비층을 겨냥한 것이다. 비건 소비자들은 소나 돼지에서 추출하는 동물성 캡슐 대신 식물성 셀룰로오스 캡슐로 만든 의약품, 영양제를 택한다.

업체들은 식물성 물질이 알레르기 반응을 미연에 예방하는 효과도 강조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동물성 식품이 식물성보다 알레르기를 2배 가량 많이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비건 방식이 도입됐다. 의약품, 화장품은 일반적으로 쥐나 토끼, 원숭이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다. 오가노이드처럼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기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臟器)라고 불린다. 이전에는 인체 세포에 화장품, 의약품을 실험했지만, 평면 배양접시에서 키워 입체인 인체 장기에서 나타날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장기 줄기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해당 장기가 어떤 독성 물질에 취약한지, 어떤 상황에 암에 잘 걸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2022년 ‘식품의약국(FDA) 현대화법 2.0′을 통과시켜 오가노이드나 장기 칩, 인공지능(AI) 같은 대체실험법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장기 칩은 플라스틱 기판에 체액이나 혈액이 오가는 미세 회로를 만들고 그 안에 장기 세포를 넣은 것이다.

스위스 로슈는 2023년 오가노이드 연구소를 설립했다. 인간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실험동물보다 신약후보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도 오가노이드를 신약후보물질 검증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사 시그넷테라퓨틱스는 지난 1월 위암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시험에 착수했는데, AI로 발굴해 오가노이드로 약효를 검증한 신약후보물질이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간 첫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티앤알바이오팹,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이 오가노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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